2010년 4월 12일 월요일

절제가 몸에 밴 부자들…며칠 고민해도 투자 결정은 번개처럼

웰스 매니저들이 본 수백억대 강남 부자들의 10가지 습관
대부분 아침형 인간
호텔보다 허름한 맛집 선호…숫자·원가개념에 밝아

하나금융그룹의 웰스 매니저들. 왼쪽부터 이동현 부동산 전문위원, 문국창 이사, 정수영 이사, 권이재 부장, 이경구 팀장. /신경훈 기자 nicepeter@hankyung.com


"부자들은 아침형 인간이 대부분입니다. 식사도 절제합니다. 채식주의자도 많습니다. 가족 외식도 호텔 레스토랑이 아니라 허름한 맛집에서 하는 등 절제된 생활을 합니다. "(정수영 하나금융그룹 웰스매니지먼트(WM)센터 이사)

1인당 평균 자산이 50억원을 넘는 고객만 찾는 하나금융그룹 WM센터.이 곳에 소속된 웰스 매니저(자산 10억원 이상 고객을 관리하는 전문 상담사)들은 고객들의 공통된 성향과 습관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대답했다.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 자리잡은 WM센터는 국내 금융권 최대의 PB(프라이빗 뱅킹)센터다.

한국경제신문 '머니&인베스트먼트'팀은 강남의 거부(巨富)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켜보고 있는 하나금융그룹 WM센터의 웰스 매니저들을 만나 그들이 느낀 부자들의 습관을 들어봤다. 정구학 한국경제신문 편집국 부국장이 주재한 이번 좌담에는 WM센터의 문국창 이사(증권투자상담사),권이재 부장,정수영 이사,이동현 부동산 전문위원,이경구 팀장이 참석했다.

◆정구학 부국장=부자들은 보통사람과 다른 습관을 갖고 있을 것 같다. 실제로 고객으로 만나서 지켜보니 어떤가.

◆이경구 팀장=숫자와 원가개념이 철저하다. 건물관리에 대해 상담하러 오기 전에 미리 스스로 원가와 수익비용을 계산한 뒤 자문을 구한다. 웰스 매니저를 찾는 것은 자신의 계산을 검증하러 오는 차원이다. 고객들은 정말 빈틈이 없고, 모르는 것을 알려고 끊임없이 찾아다니는 분들이다. 의사결정이 빠른 것도 특징이다. 200억~300억원대 부동산을 산다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다. 처음에는 고민을 많이 하더라도 한번 사야겠다고 마음 먹으면 그 즉시 실행에 옮긴다.

◆이동현 전문위원=땅을 살 때 그 지역에 대해 잘 아는 현지 출신에게 맡긴다. 공인중개사가 허름한 사무실을 갖고 있더라도 현지 상황에 정통하다면 문제 삼지 않는다. 현지인이기 때문에 그 동네 사람들을 잘 알고 네트워크도 잘 돼있기 때문이다.

◆정 부국장=주식투자 습관은 어떤가.

◆문국창 이사=투자에 관한 한 부자들의 안목은 장기적이다. 가령 외환위기 시절 경제가 곧 무너질 것 같은 상황에서도 삼성전자같이 튼튼한 주식을 사놓고 2~3년간 지켜본다. 경기가 다 회복되고 소액투자자들이 주식을 살 무렵에 슬그머니 팔아 이익을 챙긴다. 투자종목은 테마주보다 블루칩이다.

◆권이재 부장=네트워크가 굉장히 잘 돼있다. 작게는 로터리 클럽부터 시작해서 2세클럽까지 다양한 클럽이 있다. 네트워크를 통해 정보를 많이 얻는다. 좋은 상품을 추천받으면 클럽 회원들에게 확인하고 평가 받는다. 주위에 있는 분들이 특정 상품을 같이 투자해 함께 대박나기도 한다. 요즘에는 의외로 인터넷으로 정보를 주고 받는 사람들도 많다.

◆정 부국장=생활습관의 특징은.

◆권 부장=고객들은 웰스 매니저들의 내공과 실력,인품 등을 굉장히 꼼꼼하게 테스트한다.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등은 회사에서도 직원들을 테스트해 본 경험이 많아 거의 프로다. 고객 한 분이 PB · 자산 관리사 · 상담사 등 대략 10명까지도 만나서 상담해보고 자신의 성향과 맞다고 판단될 때 비로소 돈을 맡긴다.

◆이 팀장=다른 은행에서 못 해주는 이야기,뒷이야기,경험하지 않고는 알 수 없는 이야기를 해줄 수 있어야 믿고 맡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도 단지 돈이 많기 보다는 우리가 만족과 솔루션을 줄 수 있는 니즈가 있는 고객을 찾아 다닌다.

◆정수영 이사=사람들이 흔히 갖고 있는 고정관념과는 달리 수백억원대 부자들의 공통점은 절제하는 습관이다. 대부분 아침형 인간이다. 담배는 기본적으로 안 피운다. 술도 독한 술이나 과음은 피한다. 식사도 채식 위주로 한다. 부자들은 사람을 만날 때 조차 지인들을 만나 즐기기보다는 비즈니스와 관련된 최소한의 사람들을 만난다. 한 마디로 수면 · 음식 · 인간관계 등 생활전반에 걸쳐 절제를 하는 성향이 있다.

◆권 부장
=종교를 갖고 기부도 많이 한다. 종교를 갖고 있다는 것은 절제하는 성향과도 맞물리는 것 같다. 한 예로 어떤 고객은 지점에 왔을 때 불이 켜져 있으면 끄고,수도도 잠그고 다니는 등 근검절약이 몸에 배어 있다. 정부가 요즘 원유소비를 너무 많이 하는 것 같다면서 걱정하기도 한다. 가족끼리 자주 외식한다고 해서 한번 따라갔는데 호텔이나 고급 레스토랑이 아니라 역삼역 근처 허름한 맛집이었다.

◆이경구 팀장=자신이 투자를 결정하는 자리에 아들이나 딸을 대동해 살아있는 재테크 교육을 한다. 고객 중에 자수성가한 50대의 젊은 분들이 늘고 있다. 이 분들은 자녀가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나이가 되면 자산의 형태를 바꿀 때 자녀를 데리고 온다. 자녀는 투자 상담 시점부터 의사결정까지 모든 과정을 옆에서 지켜본다. 이렇게 자녀로 하여금 중요한 자산의 변환과정을 직접 보고 배우게 한다.

정리=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

나보다는 우리가 더 똑똑하다?

http://www.kyobobook.co.kr/prom/2010/pube/03/100325_we.jsp?mallGb=KOR&orderClick=WCH

전세가격은 뛰고, 매매가격은 기는데.. 전세 끼고 내 집 마련해 볼까



수도권 전셋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부동산업계 따르면 수도권 전세난이 이어지면서 서울지역 아파트 평균 전셋값이 3.3㎡당 사상 처음으로 700만원을 넘어섰다. 신도시와 수도권 전셋값 역시 사상 최고치다. 반면 더딘 경기회복에 매매가격은 하락세다.

내 집 마련을 못한 사람에게는 전셋값 상승이 그리 반가운 소식은 아니다. 하지만 뒤집어

생각해보면 전세를 끼고 내 집을 마련하기가 그 만큼 쉬워졌다는 얘기다. 특히 전세가 상승은 시차를 두고 매매가격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전세를 끼고 내 집을 마련하는 것은 오히려 좋은 투자기회가 될 수 있다. 다만 입지와 브랜드 등 향후 아파트 가격이 오를 수 있는 조건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전세가격과 매매가격간 차이가 크지 않은 아파트 단지는 어디가 있을까. '전세 레버리지'를 활용해 투자해 볼만한 수도권 주요 아파트를 알아본다.』

● "전세가 비율 60% 넘는 수도권 알짜 단지 주목을"
고양·평택·안산등 초기투자비용 적은곳 많아
수원 영통 72㎡형 전세가 비율 76% 달하기도
전문가 "전세 레버리지 50~60%선이 적당"


양천구 목동 현대 하이페리온Ⅱ. 서울 지하철 5호선 오목교역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위치한 주상복합 아파트로 강남에 버금간다는 학군 및 학원가, 백화점ㆍ할인점 등 각종 편의시설을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이 지역의 랜드마크 단지다.

이 아파트 85㎡형(이하 공급면적)의 평균 전세가격은 2억5,000만원으로 지난 1년 동안 4,000만원이나 올랐다. 반면 평균 매매가격은 4억2,500만원으로 오히려 1,500만원이 떨어졌다. 전세를 끼고 구입할 경우 1년 전에는 2억3,000만원이 필요했다면 지금은 1억7,500만원이면 가능하다는 얘기다.

최근 전셋값이 크게 오르면서 전세를 끼고 내 집을 마련하는 것이 새로운 주택구입의 방법으로 주목 받고 있다. 실수요자는 물론 투자 목적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부동산경기 불황으로 주택 매매가격은 전반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전셋값은 고공행진을 지속하면서 초기투자 비용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치솟은 전셋값을 지렛대 삼으면 금융비용 부담을 줄이면서 주택에 투자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매매가는 뒷걸음, 전세가는 고공행진= 올해 들어 부동산 시장에 나타난 특징 가운데 하나는 기존 주택의 매매가격 약세, 전세가격 강세 현상이다. 연초 강남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반짝 강세를 보였던 아파트 매매가격은 이후 거래침체 등으로 하락세를 보이면서 전반적인 약세로 돌아섰다.

반면 전세가는 학군 수요로 오름세를 보이는 계절적인 요인 외에도 입주물량 부족, 재개발ㆍ재건축 등 정비사업에 따른 멸실 주택 증가 등으로 꾸준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서울 등 수도권 아파트의 평균매매가격은 3.26% 오른 반면 전세가격은 이의 3배에 육박하는 8.86%가 올랐다. 서울은 전세가격이 11.51%가 올라 매매가격 상승률 5.24%의 두 배에 달했다. 특히 경기도와 수도권 신도시는 전세가격 상승률이 매매가격 상승률의 4.7배, 6.7배에 이른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확대 이후 자금 줄이 끊긴 수요자라면 전세금 정도로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는 기회를 잘 살려야 한다고 조언한다. 조은상 닥터아파트 연구원은“최근 1년 사이에 전세가격 변동 폭이 매매가격 변동 폭을 크게 웃돌고 있다”며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이 높은 단지 중에 입지와 브랜드 등이 우수한 단지를 눈 여겨 볼 만하다”고 말했다

◇전세가 비율이 높은 단지를 주목하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과 경기도, 수도권 신도시 등에는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이 60%가 넘는 단지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전반적으로 매매가격은 하락하고 전세가격은 상승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일부 단지의 경우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1년 전 39% 대에서 59% 대로 무려 20%포인트가 상승한 곳도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랜드마크 단지인 삼성 래미안 퍼스티지. 이 아파트 87㎡형의 경우 현재 평균 매매가격은 9억9,500만원. 전세가격은 5억7,500만원으로 전세를 끼고 구입할 경우 4억2,000만원만이 필요하다. 1년 전 이 아파트의 매매가와 전세가가 각각 7억9,500만원, 3억1,000만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초기 투자비용이 6,000만원 정도 낮아진 것이다.

인근 부동산인 S공인의 한 관계자는“강남의 명문인 세화고, 세화여고와 계성 초등학교 등이 단지 인근에 위치해 있다”며 “학군에다 브랜드 아파트, 교통 및 편의시설 등의 장점으로 수요가 꾸준하다”고 말했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경기도 고양, 수원, 평택, 안산시 등에는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이 60% 이상으로 초기투자 비용이 적은 알짜 단지들이 의외로 많다.

수원시 영통동 신나무실주공5단지 72㎡형의 경우 평균 매매가격은 1억3,500만원, 평균 전세가격은 1억250만원이다. 전세가 비율이 무려 76%로 전세를 끼고 구입할 경우 초기투자 비용이 3,250만원에 불과하다. 이 아파트를 1년 전에 전세를 끼고 사려고 했다면 5,750만원이 필요했다. 당시 평균 매매가격은 1억3,500만원, 전세가격은 7,750만원이었다. 1년 동안 매매가격은 변동이 없는데 전세가격은 2,500만원이 올랐다. 이 아파트는 총 1,504가구의 대단지로, 영통초ㆍ영통중ㆍ영덕고를 걸어서 다닐 수 있으며 홈플러스, 그랜드백화점 등 편의시설도 가깝다. 오는 2013년에는 분당선 연장선 개통으로 서울 접근성이 더욱 개선될 전망이다.

1기 신도시인 성남시 분당구 구미동에 위치한 무지개 대림 아파트도 눈여겨 볼만하다. 구미초ㆍ대덕중학교 등이 인접해 있고 분당선 오리역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인 이 아파트 66㎡형은 지난 1년 동안 매매가는 2억1,500만원으로 불과 500만원 밖에 오르지 않았다. 반면 전세가는 2,500만원이나 올라 1억3,250만원선이다. 지난 1년 동안 전세가격이 크게 오른 덕분에 전세를 끼고 구입할 경우 2,000만원이 줄어든 8,250만원이면 투자가 가능하다.

◇전세 레버리지는 50~60%선이 적당= 그렇다면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은 어느 정도가 좋을까. 각자의 자금사정과 투자계획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50~60%선이 적당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전세 보증금은 나중에 한꺼번에 세입자에게 돌려줘야 하는 만큼 전세가 비율이 너무 높으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전세 수요가 꾸준한 곳을 공략하는 것이 방법이다. 이호연 부동산114연구원은“가급적 입주한지 얼마 안된 새 아파트나 역세권 주변, 대규모 단지 등 수요가 꾸준히 유입되고 개발호재가 있는 곳에서 매물을 찾아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무조건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높다고 덤비기 보다는 매매가격 상승이 기대되는 곳을 공략하라는 얘기다.

역세권 소형 아파트 가운데 전세가 비율이 높은 곳을 골라 보증금을 낮추고 월세로 돌려 대출 이자 등을 충당하는 것도 방법이다. 전문가들은 전세를 끼고 내 집을 마련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고려해 볼만한 대상은 당장 입주하지 않아도 되는 신혼부부나 갈아타기를 고려하고 있는 수요자들이 적당하다고 조언했다. 구입한 주택의 전세기간이 만료된 뒤 기존 집을 팔거나 전세금을 받아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2010년 4월 11일 일요일

SW업계 대변인을 향한 아주 잔인한 질문

SW업계 대변인을 향한 아주 잔인한 질문
[김경묵의 인물탐구-13]오경수 한국SW산업협회장
대담=김경묵 지디넷코리아 편집국장, 정리=황치규
2010.04.11 / PM 02:58

[게임테크2010 강연동영상보기] 에픽 팀스위니, 엑스엘게임즈 송재경이 말하는 게임 그래픽의 미래
[지디넷코리아]다들 한국SW산업의 위기를 말한다. 업계는 말할 것도 없고 정부도 SW위기론을 계속해서 얘기한다. 위기론의 본질은 SW는 점점 중요해지고 있는데, 국내 경쟁력은 점점 약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만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결론은 하나로 요약된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이쯤되면 지겨워지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만날 특단의 대책이란 노래만 부를 것이냐고 따져묻고 싶어질 것이다. SW위기론이 나온게 어제 오늘의 일이던가. 몇년 전, 아니 그 전부터 위기론은 끊임없이 울려퍼졌다. 위기를 돌파할 해법만 나오지 않았을 뿐이다. 그 와중에 한국이 강점을 갖고 있던 휴대폰 시장의 무게 중심은 HW에서 SW로 넘어갔고 구글과 애플로 대표되는 뉴페이스들이 대권을 잡는 역전극이 펼쳐졌다.

 

격변의 시기에도 달라지지 않은 것은 한국판 SW위기론이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시간이 흘러도 수그러들 기미가 없다. 묻게 된다. SW위기론은 과연 해법이 나올만한 화두인가? 또 전가의 보도처럼 쓰이는 특단의 대책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이 질문에 "나는 할 수 있다"고 자신하는 이가 있다면 현실적인 관점에선 권력욕구가 대단한 사람으로 비춰질 가능성이 높다. SW위기론 앞에선 가급적 두루뭉술하게 대답하는 게 안전하다. '특단의 대책', '이대로는 안 된다'식의 뜬구름 잡는 듯한 대안론이 끈질긴 생명력을 유지하는 것은 이 때문일지 모른다.

 

그래서일까? 누군가에게 SW위기론에 대한 확실한 대안을 내놓으라 하는 것은 잔인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원래 안 되는 걸 왜 안 되느냐고 윽박지르면 서로가 민망해질 수밖에 없다.

 

오경수 한국SW산업협회장과 인물탐구를 위한 인터뷰에 들어가기 전 뜬금없이 이런 생각이 밀려들었다. SW업계의 대변인이자 조타수인 그에게 SW위기론을 묻지 않을 수 없고, 맡은지 얼마 되지도 않는 그에게 답이 안나오는 질문을 던지는 게 미안해서였을지 모르겠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오경수 회장에게 SW위기론과 해법에 대해 잔인하게(?) 물었다.

 

■"고민만 할 순 없다" 오경수의 3개월 프로젝트

 

"스마트폰 등 새로운 패러다임의 등장은 한국SW산업에게 기회라기보다는 위기에요. 한국은 눈에 보이는 것에만 강합니다. SW 등 안 보이는 것에는 약해요. 투자도 별로 없고 인재들도 외면합니다. 대학생들을 보세요. SW개발보다는 연예나 스포츠 마케팅 등 다른 분야를 선호해요. 큰 회사든 작은 회사든 SW는 지금 위기입니다."

오경수 회장은 스마트폰과 클라우드 컴퓨팅 확산 등 새로운 IT패러다임의 등장이 한국SW산업에게 기회보다는 위기로 다가오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미 나온 위기론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인식이다. 그러나 체감도에선 외부 시선과 미세한 차이가 느껴진다. 오 회장은 좀 더 심각하게 바라보는 것이다. 열심히 하면 되겠지식의 인식은 넘어섰다.

 

당연한 반응이다. 오 회장에게 SW는 강건너 불구경하듯 대할 사안이 아니다. 그는 SW업계 대변인의 위치다. 남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런 만큼 위기극복 시나리오도 다르지 않을까? 정부는 명분에도 신경을 쓰지만 SW업계는 철저하게 현실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다. 거룩한 얘기와는 거리가 멀다. 업계의 얘기에 좀 더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오 회장의 위기극복 시나리오는 무엇인가? 2월말 취임한 그에게 확실한 솔루션을 기대해선 안 되겠지만 방향성 정도는 들어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 대목에서 오 회장의 표정은 '신중모드'로 전환된다.

 

"업계 입장을 정리하는데 2~3개월은 걸릴 것 같아요. 정보는 수집했는데, 이걸 걸고 무엇을 기획하고 만들어낼지는 고민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상반기안에는 뭔가 내놔야 한다고 봐요. 언제까지 고민만 할 수는 없으니까..."

 

분명한 것은 뭉쳐야 산다는 것이다. 협회와 학계 그리고 SW업체들이 손을 잡는것이 출발점이라는 것이다.

 

"인프라는 어느정도 됐다고 봐요. SW든 HW 인력이든 실력과 사명감이 있습니다. 이런 것들을 한곳으로 끌어모으는 구심점이 필요한 시점이에요. 대중소기업 상생이든 선단식 수출이든 협회와 학계 그리고 기업들이 머리를 맞대야 합니다. 그래야 뭔가 나올 겁니다. SW육성책은 마라톤으로 치면 구간 마라톤이에요. 서울역에서 신사동까지는 협회가 맡는다식의 역할 분담이 중요할 수밖에 없어요."

 

오 회장은 3개월정도 시간을 가지면 전략적인 위기 극복 시나리오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만만한 작업이 아닐 것이다.

 

정부는 월드베스트 SW개발에 1조원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했지만 디테일은 나온게 없고 SW변방 국가 입장에서 수출도 하고싶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의지만으로 넘을 수 없는 현실적인 진입장벽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오 회장이 이를 모를 리 없다. 그는 화려한 목표보다는 과정을 정교하게 다듬는데 중점을 뒀다.

 

"과거 전자교환기나 CDMA 프로젝트 같은 성공한 모델들이 있습니다. 정부와 업계가 힘을 합쳐 만들어낸 결과였어요. 지금 상황은 그때와 다른 만큼, 과거 모델을 적용한다고 성공한다고 볼 수는 없죠. 그래도 중장기적인 청사진을 갖고 밀고 나가는 것은 필요합니다. 물론 안 될 수도 있죠. 그래도 남는 것은 있을 겁니다. 협회와 학계가 손을 잡고 나가는 과정에서 나오는 산출물은 실패한다고 해도 의미가 있어요. 공동 작업이 필요성을 강하게 느끼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에요."

 

■아이폰 떴다고 모바일SW만 바라보지 말자
 
요즘 SW 시장의 최대 화두는 모바일이다. 한국이 애플과 구글에 먼저 모바일SW 플랫폼 주도권을 넘겨줬지만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면 추격이 가능하다는 얘기도 들린다.

 

오경수 회장의 생각은 조금 다른 것 같다. 모바일만 너무 바라보지 말고 다른 분야에서의 경쟁력 강화도 고민해보자는 것이다.

 

"모바일 앱스토어말고 융복합SW도 있습니다. 아이폰이 떴다고 모바일SW만 바라보면 임베디드SW가 종속될 수 있어요. 하드웨어 업체였던 HP와 시스코는 점점 서비스 모델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시스코를 보세요. 송도에 U시티 빌딩을 짓는데, 과거와는 다른 비즈니스 모델을 들고 나왔습니다. 예전같으면 장비를 파는데 주력했겠지만 지금은 월정액을 받는 방식이에요. 클라우드 컴퓨팅이 뜨면 빌려 쓰는 IT도 확산될 겁니다. 이 부분도 앱스토어 못지 않게 중요해요. 다양한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그의 얘기는 계속된다.

 

"의료 기술은 우리나라가 노하우가 많아요. 이를 IT에 접목시키면 세계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습니다. 이런 분야에서 SW와 연계된 시나리오들이 많이 필요합니다."

 

결국은 '하우투(How to)'가 키워드다. 아직은 그게 없다. SW위기론을 풀 수 있는 논리를 갖추려면 협회의 역할도 중요하다. 정부가 선봉에 서는 산업 프로모션 정책은 옛날 얘기일 뿐이다. 협회 활동이 질적으로 개선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래서다. 오경수 회장은 SW산업협회의 체질개선을 화두로 던졌다. 디테일을 만들기 위해서는 협회도 변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회원사중 회비를 내는 비중이 50%정도 될까 말까에요. 전문 업체 등록도 50%가 안됐고요. 이를 감안해 SW카테고리를 나누고 경쟁력을 강화시키기 위한 분과도 만들었어요. 회원사간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사무국이 강해져야 합니다."

 

정부는 최근 SW발전 대책을 내놓는 등 산업 경쟁력 강화에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협회를 쳐다보는 눈들도 늘었다. 회원사든 정부든 협회가 뭔가 만들어줬으면 하는 것이다. 협회가 싱크탱크가 되어야 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에 대해 오 회장은 협회가 총대를 매기는 어렵다는 입장. 싱크탱크들을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강조했다. 회장이 된 뒤 김영태 회장, 김택호 회장, 정병철 회장 등 역대 SW산업협회장들에게 의견을 구했던 것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

 

흥미로운 프로젝트도 생각중이다. 소프트웨어 산업이 왜 3D 업종인지를 실증할 수 있는 자료를 만들겠다는 것. 이는 하나 더하기 하나가 왜 둘인지를 증명하겠다는 돈키오테식 접근으로도 비춰진다.

 

"왜 3D 업종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가 없더라고요. 하는 일이 힘들어서 그런지, 봉급이 작아서인지, 꿈이 없어서인지, 그것도 아니면 머슴 취급 받아서인지를 정확하게 분석해야 합니다."

 

조사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미지수다. 그래도 짐작은 가능하다. 오 회장 말대로, 힘들고, 봉급이 적고, 꿈이 없고, 머슴취급받고가 맞물려 가급적 피하고 싶은 일자리가 됐다는 근거있는 결과물이 나오지 않을까? 꿈이 없고(Dreamless)를 합치게 되면 SW산업은 3D가 아니라 4D라는 분석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뉴스 마니아, "SW르네상스에 기여하고 싶다"

오 회장이 굳이 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는 조사에 나선 것은 문제가 무엇인지 제대로 파악해야 해결책을 만들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어설픈 문제 인식은 엉뚱한 결과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에게 문제 인식은 리더가 갖춰야할 핵심 경쟁력이다.

 

롯데정보통신 대표이기도 한 그는 많은 정보를 수집한 뒤 그 속에서 의미있는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스타일이다. 또 자타가 공인하는 뉴스읽기 마니아다. 신문 스크랩을 해온지만 23년째로 웬만한 기사는 빼놓지 않고 다 읽는다. 강산이 두번 바뀔 기간 동안 그는 꾸준히 뉴스를 읽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뉴스읽기 마니아를 리더로 둔 직원들은 긴장해야할 때도 많다. 대표가 워낙 많은 정보를 섭렵하다보니 체크를 제대로 못해 지적을 당하는 상황도 벌어진다. 이쯤 되면 오 회장의 정보 수집은 가히 편집증 수준이다. 스스로도 읽는 것만큼은 편집증적이라는 것을 부정하지 않는다. 특정 이슈가 있으면 관련 자료를 다 봐야 직성이 풀린단다.

 

그냥 읽고 끝내는 게 아니다. 그저 많이 읽기만 하는 것은 머릿속만 복잡하게 만들 뿐이다. 오 회장은 읽는 것을 가공해 새로운 메시지로 만드는데, 나름 노하우가 있다. 경험이 그렇게 만들었다.

 

"주로 분석 기사를 많이 보는데 본 것을 가공하고 해석하는 게 중요해요. 시작은 기록입니다. 배운 것을 계속해서 리마인드하고 외워나가는 거죠. 남들은 한번 보고 마는 것을 저는 반복해서 볼 때가 많아요. 23년년간 해오다보니 개인적인 노하우가 생긴 것이라고 봅니다."

 

정부 수집과의 인연은 그가 삼성에서 근무했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삼성 내부 그룹웨어인 싱글을
기획했던 프로젝트 매니저(PM)였고 86년부터 93년까지는 그룹 비서실에서 근무했다. 뉴스 읽기는 비서실 시절에 인연을 맺었다.

 

당시 그는 위에다 올릴 기사를 스크랩하는 일을 맡았는데, 처음에는 이런 걸 왜 하나하는 생각이 들더니 하면 할 수록 요령이 붙었고, 가급적 다르게 콘텐츠를 소비하는 습관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요령은 진화에 진화를 거듭해 오경수식 정보 활용론으로 발전했다.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라고 외친 공자의 학이지지(學而知之)도 본질은 지식은 공유하면 공유할수록 좋다는 의미를 지닌다는게 오 회장 설명이다.

 

56년생인 오경수 회장은 바람많이 부는 제주도 출신이다. 오랫동안 많은 얘기를 주고받아온 입장에서 오 회장에게는 평균치를 약간 상회하는 '인정욕구'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안하면 몰라도 일단 일을 시작했으면 잘했다는 평가를 듣기위해 노력하는 스타일이다.

 

인정욕구를 튀려고 그런다 식으로 볼 필요는 없다. 사회학적 관점에서 보면  인간이 다른 사람들로부터 스스로의 존재를 인정받고 싶은 것은 당연한 심리며, 인류 역사 발전의 원동력으로도 꼽힌다. 좋은 평가를 받고 싶다는 욕구가 열심히 하게 만들고, 그것이 긍정적인 결과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오 회장은 자신이 이끄는 롯데정보통신 직원들에게 회사의 르네상스를 열었던 대표로 기억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단계 레벨업 시킨 CEO로 남고 싶은 것이다. 차세대 데이터센터를 세우고, 대외 사업에 적극 나선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협회장으로서도 마찬가지다. SW산업 발전에 기여한 사람으로 추억되기를 기대한다. 있는 둥 없는 둥 앉아있다가 임기를 마친 협회장이란 이미지는 사절이다.

 

그래서일까? 그가 협회를 떠나기 전에 뭔가 하나는 남겨놓고 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갖게 된다. SW위기론을 타파할 수 있는 속시원한 해결책은 아니더라도, 의미있는 결과물 하나 정도는 해놓고 협회를 떠나야 그는 SW업계 종사자들의 기억에 남게 될 것이다.

 

그게 무엇일지 묻는 것은 지금으로선 오버액션이다. 맡은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솔루션이 없다고 몰아부칠 수는 없는 법이다. 그에게도 시간은 필요하다. 그럼에도 대책을 꼬치꼬치 캐물은 것은 그가 자신이 했던 얘기에 책임을 지려고 부지런히 노력할 것이란 믿음 때문이다. 말을 해놨으니 어느정도는 성과를 내야 한다는 인정욕구를 자극하고 싶었던 것이다. 협회장으로서 그의 인정욕구가 강해질수록 SW산업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지 않을까?

 

그래서다. 몇개월 뒤 오 회장을 만나면 "SW위기에 대한 확실한 대책이 뭐냐?"는 잔인한(?) 질문을  다시 한번 던져야겠다. SW산업협회장으로서 그의 인정욕구는 좀 더 자극해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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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4월 10일 토요일

천호균 전 쌈지대표의 회한, "쌈지 부도는 사기다"

천호균 전 쌈지대표의 회한, "쌈지 부도는 사기다"
[이성희 기자의 패션파일]

한국일보 이성희기자 summer@hk.co.kr 
"죄송합니다."

천호균 (주)쌈지 전 대표의 목소리는 깊은 회한에 잠겨있었다. 토종 대표 패션잡화브랜드 쌈지가 최종 부도 처리된 7일 어렵게 연결된 전화통화에서 그는 '죄송하다' 소리를 여러 번 했다. "(부도로 인해)정신적 물질적으로 큰 상처를 입은 직원들과 주주들에게 어떤 형태로든 보상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게 숙제"라고도 덧붙였다. 물론 천 전 대표에게는 민형사상 어떠한 보상책임도 없다. 오히려 그도 쌈지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못 받은 매각대금을 허공에 날려야 하는 처지다. 국내 패션업계에 문화예술마케팅을 처음 도입하고 신진 아티스트들에게 창작공간을 지원하는 등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에 누구보다 열심이었던 그가 자식처럼 키운 브랜드의 도산을 속수무책 지켜봐야 하는 심정은 얼마나 참담할 건가.

천 전 대표가 쌈지 경영권을 매각한 것은 지난해 8월이었다. 쌈지의 국내 성공을 발판으로 2001년 프랑스 잡화 브랜드 마틴싯봉을 인수하며 해외시장에 진출하고, 영화제작 및 엔터테인먼트 사업에도 뛰어드는 등 정력적인 사업확장을 펼쳤으나 수백억원을 쏟아 부은 해외사업이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자금압박에 시달렸다. 경영능력의 한계를 느끼면서 회사 매각을 고려할 때 마침 법률자문회사로부터 현 최대주주인 양진수ㆍ양철수(가명) 형제를 소개받았다. '에너지사업을 하는 열정적인 젊은 기업인'이라는 추천에 매각을 결심했다.

처음 한 달은 회사 운영이 활기를 찾는 것 같았다. 그러나 이후의 행태는 의심스러운 부분이 많았다. 11월부터는 백화점 매장들이 철수하기 시작했다. 위조 어음이 나돈다는 소문이 이어졌다. '사기'라는 글자가 뇌리를 스치기 시작했다.

쌈지에서 근무하던 한 직원의 말도 다르지 않다. "청춘을 쌈지에 바쳤다"는 이 직원은 "최대주주가 임명한 신임대표가 9월만 해도 쌈지를 새롭게 중흥시키겠다며 직원들을 독려했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지리라고는 꿈도 못 꿨다"고 했다. 그러나 10월 중순부터 사채업자가 회사에 나타나 회장실을 점거하고 직원들의 임금 체불이 이어졌으며 최대주주가 회사인감을 가져가 재경팀과 총무팀은 회사 내 자금의 흐름을 전혀 알 수 없는 상태가 이어졌다. 12월에는 600명에 달하던 회사 조직원이 거의 다 떠난 상태가 됐다. 회사가 이 지경이 되는 동안 최대주주들은 회사에 단 한번도 출근하지 않았고 신임대표 역시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직원들 사이에서는 최대주주가 경영권 확보 직후인 10월 증자를 통해 100억원대의 자금을 확보하고 회사 이름으로 여기저기서 수백억원대의 돈을 꿔 달아났다는 소문이 돌았다. 사원들은 현재 밀린 임금과 퇴직금을 돌려받기 위해 노무법인 세종을 통해 고소장을 접수시킨 상태다.

쌈지의 부도가 일확천금을 노린 기업사냥꾼의 의도된 수순인지 여부는 아직 확실치 않다. 하지만 이 사태로 인해 수백명의 직원들이 일자리를 잃었고, 명망 있는 코스닥 등록기업에 투자했던 투자자들이 돈을 날렸으며, 패션과 문화의 접목을 통해 독특한 캐릭터를 구축했던 25년 역사의 토종 패션잡화브랜드가 허망하게 스러졌다.

잘 키운 브랜드 하나가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시대에 벌어진 일이다. 책임 있는 기관의 철저한 조사가 있어야만 제 2, 제 3의 쌈지 사태를 막을 수 있다.

[기고] 박정희의 국토 녹화 미완의 제2단계

최민휴 한국산림정책연구회장
이명박 대통령은 '산하(山河)개조론'이 소신인 것 같다. 지금까지는 청계천, 4대강 살리기 등 하천(下川) 개조에 치중해 왔다. 산림(山林)은 국토 녹화(綠化)가 다 됐으니 개조할 것 없다고 생각하기 쉽다. 우리 산림자원의 실상은 절대 그렇지 않다.

박정희 대통령의 국토 녹화 계획은 2단계로 이뤄져 있었다. 1차로 민둥산에 아카시아 같은 비료목을 심은 다음, 산지가 비옥해지면 2차로 경제수종으로 갱신할 계획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까지 2단계를 실행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 산림 자원의 실상은 환경자원일 뿐 경제자원이 아니다. 나무가 없어 해마다 수십억 달러를 들여 외국 목재를 수입하고 있다. 그런데도 과거 정권 10년 동안 오판으로 경제림 사업이 국제경쟁력이 없다며 수종(樹種) 갱신을 기피한 채, 녹화용 나무들을 그대로 방치해 왔다.

백합나무처럼 빨리 크고 경제성이 높은 '돈이 되는 나무'로 바꿔야 한다. 지하자원이 없는 우리 처지에서, 산의 나무를 충실히 비축한다면, 이보다 더한 국가 백년대계가 또 있겠는가. 나무는 석유같이 한 번 써버리고 마는 것이 아니라, 갱신 가능한 자원이므로 시작만 해 놓으면 베고 심고를 주기적으로 되풀이하면서 지속적인 목재생산이 가능하다. 안정된 일자리 창출도 가능하다.

과거 우리의 녹화사업은 국가가 공공사업으로 밀어붙여 성공한 경우다. 그러나 경제림(經濟林) 조성사업은 시장원리에 따라 민간경영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지도록 맡겨야 한다. 반드시 정부는 후원자로 남아 있어야 한다.

임업(林業) 비즈니스는 산에 임도(林道)를 낼 정도로 대형화·기계화해야만 생산유통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적어도 3000㏊(1㏊은 1만㎡ 정도) 이상의 대단지 경영기반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우리의 실정은 한 사람이 평균 2㏊의 산림을 소유하고 있을 정도로 영세하다. 국가가 먼저 이 한계를 돌파하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가장 현실적인 방안은 소유구조는 그대로 둔 채, 경영권만을 대(大)통합하여 단지를 만드는 방법이다. 이렇게 하면 전국에서 약 400여개의 임업경영 단지가 조성될 수 있다.

이렇게 조성된 임업단지를 대기업 자본을 참여시켜 전문경영인에게 맡겨 경영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전경련에서도 여건만 되면 회원사들로 하여금 적극 참여토록 할 생각이 있다고 한다. 대기업 입장에서는 큰돈 들이지 않고 장기 자원조성사업에 참여하면서 회사 이미지를 친(親)환경기업으로 부각시킬 수 있다. 문제는 영세한 산림소유자들이 경영권 통합에 호응할 수 있도록 어떤 인센티브를 제공하느냐다. 산림개조사업은 독일이나 일본 같은 임업 선진국을 따라잡는 지름길이 될 뿐 아니라, 지구 환경 문제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가야 할 길이다. 국제협약은 '지속가능한 임업경영'을 통하여 지켜야 할 산림환경 기준을 규정하고 있으나, 영세한 산림소유자들은 이를 잘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다. 대규모 법인경영을 통하여 임업회사가 국제환경기준을 지켜나갈 수 있도록 정비해야 한다.

임업은 녹색성장 간판산업이 될 수 있다. 대한민국은 2차 대전 후 가장 빨리 국토녹화에 성공한 나라다. 산림개조사업을 국책사업으로 추진해 임업경영 선진화를 이루면 나라의 모습과 격(格)이 바뀌게 될 것이다.

2010년 4월 5일 월요일

美 TV시장 돌풍 비지오의 네트워킹을 배워라

생산·기술·유통 모두 아웃소싱
작년 LCD TV 600만대 팔아 1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