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 원전 수주 막전막후 |
2009-12-28 오전 11:45:41 게재 |
이 대통령, 올 5월부터 진두지휘 UAE, 전방위 설득에 한국 낙점 역사상 최대규모(약 47조원) 해외수주를 기록한 UAE 원전사업은 민간과 공기업, 정부의 피 말리는 팀워크가 만든 ‘역전 수주’였다. 특히 이 과정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비즈니스 정상외교’가 빛을 발했다. 정치인 대통령이 아닌 사막에서 맨몸으로 ‘신화’를 일궈낸 경험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사실상 프랑스로 공이 넘어가던 순간에도 발주권자의 속내를 읽고 수주를 포기하지 않았던 ‘CEO 본능’. 외교관례나 국가원수의 체면에 구애받지 않고 6번이나 UAE 왕세자에게 직접 전화하며 ‘한국 컨소시엄’의 ‘신뢰’를 강조한 것은 ‘정치가형 정상’으로선 엄두를 내기 어려운 일이었다. ◆프랑스로 넘어간 공 = 올 초 UAE가 560만MW 원전 발주 프로젝트를 공개입찰에 내놓자 세계 원전 업계는 요동쳤다. 400억달러란 건설비용도 매력적이었지만 2030년까지 1조달러(1200조원)에 달하는 거대한 세계 원전시장을 선점할 호기였기 때문이다. 지난 5월 입찰사 3곳이 탈락하면서 수주전은 한국의 한전컨소시엄, 프랑스 아레바, 미일컨소시엄인 GE-히타치만 남았다. 당시 세계 원전업계는 프랑스의 낙점을 점쳤다. 세계시장의 50%를 점유한 원전선진국인데다 프랑스와 UAE의 ‘절친관계’가 그 이유였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이미 UAE를 방문해 굳히기에 들어갔다. 수주가 어렵다는 보고를 받은 이 대통령은 입찰 결정권을 가진 모하메드 왕세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방문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입찰과정이라 어렵다”는 정중하지만 ‘차가운’ 답변을 들어야 했다. ◆MB, 입찰사 CEO 역할 자임하다 = 이 대통령은 이때부터 사실상 원전 입찰사 지휘봉을 쥐었다. 20년전 현대건설 CEO로 되돌아간 것이었다. 이 대통령은 수시로 수주상황을 챙기며 “경쟁사와 차별화하려면 공사기간을 단축하고 가격경쟁력을 가져야 한다. 가능한지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또 “원전 이외에도 UAE가 원하는 협력관계가 무엇인지 파악하라. UAE측에는 모든 방면의 협력이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보내라”고 지시했다. 입찰 관계자들에겐 △UAE는 석유에 의존하는 경제체제로는 미래성장을 견인할 수 없으며 반도체, 조선, IT 같은 사업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 △한국은 이 분야에 경쟁력이 있다 △그러므로 한국이 UAE의 최적 협력파트너라는 3단 논법으로 접근해 세일즈에 나설 것을 제안했다. 발주자의 니즈만 파악한다면 얼마든지 역전이 가능하다는 이 대통령의 ‘오기’가 발동한 것이었다. ◆역전의 움직임이 포착되다 = 이 대통령의 이런 ‘발상의 전환’은 적중했다. 9월초 UAE는 입찰발표 시기를 늦췄고 3개 컨소시엄 모두 ‘계속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10월초 프랑스가 다시 막판에 저력을 보이고 있다는 첩보가 날아들었다. 파격적 제안을 했다는 소문도 나왔다. 11월초 이 대통령은 최후의 카드를 던졌다. 11월 초순 유명환 외교부장관을 급파했다. 연이어 국방장관과 지경부차관을 비밀리에 보내 다각적인 협상에 임하게 했다. 협상보고를 받은 이 대통령은 다시 왕세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원전 외 한국이 잠재력을 가진 분야에서 전폭적으로 협력하겠다”고 제안했다. 며칠 뒤 이 대통령은 대표단을 보내기로 했고 3일 뒤 한승수 당시 총리와 최경환 지식경제부장관을 비롯한 정부협상단을 보냈다. ◆코펜하겐서 희망메시지 듣다 = 12월 입찰경쟁이 막바지에 다다르면서 이 대통령은 왕세자에게 △최근까지 건설경험이 있는 한국형 원전이 안전하며 △경쟁사에 비해 공사기간을 단축할 수 있고 △비용도 저렴하며 △경제-안보 등 분야에서 전폭적인 협력관계를 갖겠다며 사용가능한 모든 카드를 쏟아냈다. 특히 인접한 핵잠재보유국 이란과 영토문제로 긴장관계를 갖고 있던 UAE에 북한과 대치중인 한국의 국방경험 전수제안은 프랑스나 미-일컨소시엄이 흉내낼 수 없는 제의였다. 결국 코펜하겐 방문을 이틀 앞둔 지난 15일 희망의 메시지가 날아들었다. 이 대통령은 코펜하겐에 머물던 18일 숙소에서 왕세자의 최종 통보전화를 받았다. 이 대통령은 코펜하겐에서 귀국하던 기내에서 68번째 생일 케이크를 자르며 평소 주량보다 훨씬 많은 쌀막거리를 마셨다. 그 이유가 UAE 왕세자로부터 걸려온 전화 때문이란 사실을 아는 사람은 당시에 거의 없었다. 성홍식 기자 hssung@naeil.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