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4월 12일 월요일

절제가 몸에 밴 부자들…며칠 고민해도 투자 결정은 번개처럼

웰스 매니저들이 본 수백억대 강남 부자들의 10가지 습관
대부분 아침형 인간
호텔보다 허름한 맛집 선호…숫자·원가개념에 밝아

하나금융그룹의 웰스 매니저들. 왼쪽부터 이동현 부동산 전문위원, 문국창 이사, 정수영 이사, 권이재 부장, 이경구 팀장. /신경훈 기자 nicepeter@hankyung.com


"부자들은 아침형 인간이 대부분입니다. 식사도 절제합니다. 채식주의자도 많습니다. 가족 외식도 호텔 레스토랑이 아니라 허름한 맛집에서 하는 등 절제된 생활을 합니다. "(정수영 하나금융그룹 웰스매니지먼트(WM)센터 이사)

1인당 평균 자산이 50억원을 넘는 고객만 찾는 하나금융그룹 WM센터.이 곳에 소속된 웰스 매니저(자산 10억원 이상 고객을 관리하는 전문 상담사)들은 고객들의 공통된 성향과 습관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대답했다.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 자리잡은 WM센터는 국내 금융권 최대의 PB(프라이빗 뱅킹)센터다.

한국경제신문 '머니&인베스트먼트'팀은 강남의 거부(巨富)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켜보고 있는 하나금융그룹 WM센터의 웰스 매니저들을 만나 그들이 느낀 부자들의 습관을 들어봤다. 정구학 한국경제신문 편집국 부국장이 주재한 이번 좌담에는 WM센터의 문국창 이사(증권투자상담사),권이재 부장,정수영 이사,이동현 부동산 전문위원,이경구 팀장이 참석했다.

◆정구학 부국장=부자들은 보통사람과 다른 습관을 갖고 있을 것 같다. 실제로 고객으로 만나서 지켜보니 어떤가.

◆이경구 팀장=숫자와 원가개념이 철저하다. 건물관리에 대해 상담하러 오기 전에 미리 스스로 원가와 수익비용을 계산한 뒤 자문을 구한다. 웰스 매니저를 찾는 것은 자신의 계산을 검증하러 오는 차원이다. 고객들은 정말 빈틈이 없고, 모르는 것을 알려고 끊임없이 찾아다니는 분들이다. 의사결정이 빠른 것도 특징이다. 200억~300억원대 부동산을 산다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다. 처음에는 고민을 많이 하더라도 한번 사야겠다고 마음 먹으면 그 즉시 실행에 옮긴다.

◆이동현 전문위원=땅을 살 때 그 지역에 대해 잘 아는 현지 출신에게 맡긴다. 공인중개사가 허름한 사무실을 갖고 있더라도 현지 상황에 정통하다면 문제 삼지 않는다. 현지인이기 때문에 그 동네 사람들을 잘 알고 네트워크도 잘 돼있기 때문이다.

◆정 부국장=주식투자 습관은 어떤가.

◆문국창 이사=투자에 관한 한 부자들의 안목은 장기적이다. 가령 외환위기 시절 경제가 곧 무너질 것 같은 상황에서도 삼성전자같이 튼튼한 주식을 사놓고 2~3년간 지켜본다. 경기가 다 회복되고 소액투자자들이 주식을 살 무렵에 슬그머니 팔아 이익을 챙긴다. 투자종목은 테마주보다 블루칩이다.

◆권이재 부장=네트워크가 굉장히 잘 돼있다. 작게는 로터리 클럽부터 시작해서 2세클럽까지 다양한 클럽이 있다. 네트워크를 통해 정보를 많이 얻는다. 좋은 상품을 추천받으면 클럽 회원들에게 확인하고 평가 받는다. 주위에 있는 분들이 특정 상품을 같이 투자해 함께 대박나기도 한다. 요즘에는 의외로 인터넷으로 정보를 주고 받는 사람들도 많다.

◆정 부국장=생활습관의 특징은.

◆권 부장=고객들은 웰스 매니저들의 내공과 실력,인품 등을 굉장히 꼼꼼하게 테스트한다.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등은 회사에서도 직원들을 테스트해 본 경험이 많아 거의 프로다. 고객 한 분이 PB · 자산 관리사 · 상담사 등 대략 10명까지도 만나서 상담해보고 자신의 성향과 맞다고 판단될 때 비로소 돈을 맡긴다.

◆이 팀장=다른 은행에서 못 해주는 이야기,뒷이야기,경험하지 않고는 알 수 없는 이야기를 해줄 수 있어야 믿고 맡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도 단지 돈이 많기 보다는 우리가 만족과 솔루션을 줄 수 있는 니즈가 있는 고객을 찾아 다닌다.

◆정수영 이사=사람들이 흔히 갖고 있는 고정관념과는 달리 수백억원대 부자들의 공통점은 절제하는 습관이다. 대부분 아침형 인간이다. 담배는 기본적으로 안 피운다. 술도 독한 술이나 과음은 피한다. 식사도 채식 위주로 한다. 부자들은 사람을 만날 때 조차 지인들을 만나 즐기기보다는 비즈니스와 관련된 최소한의 사람들을 만난다. 한 마디로 수면 · 음식 · 인간관계 등 생활전반에 걸쳐 절제를 하는 성향이 있다.

◆권 부장
=종교를 갖고 기부도 많이 한다. 종교를 갖고 있다는 것은 절제하는 성향과도 맞물리는 것 같다. 한 예로 어떤 고객은 지점에 왔을 때 불이 켜져 있으면 끄고,수도도 잠그고 다니는 등 근검절약이 몸에 배어 있다. 정부가 요즘 원유소비를 너무 많이 하는 것 같다면서 걱정하기도 한다. 가족끼리 자주 외식한다고 해서 한번 따라갔는데 호텔이나 고급 레스토랑이 아니라 역삼역 근처 허름한 맛집이었다.

◆이경구 팀장=자신이 투자를 결정하는 자리에 아들이나 딸을 대동해 살아있는 재테크 교육을 한다. 고객 중에 자수성가한 50대의 젊은 분들이 늘고 있다. 이 분들은 자녀가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나이가 되면 자산의 형태를 바꿀 때 자녀를 데리고 온다. 자녀는 투자 상담 시점부터 의사결정까지 모든 과정을 옆에서 지켜본다. 이렇게 자녀로 하여금 중요한 자산의 변환과정을 직접 보고 배우게 한다.

정리=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

나보다는 우리가 더 똑똑하다?

http://www.kyobobook.co.kr/prom/2010/pube/03/100325_we.jsp?mallGb=KOR&orderClick=WCH

전세가격은 뛰고, 매매가격은 기는데.. 전세 끼고 내 집 마련해 볼까



수도권 전셋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부동산업계 따르면 수도권 전세난이 이어지면서 서울지역 아파트 평균 전셋값이 3.3㎡당 사상 처음으로 700만원을 넘어섰다. 신도시와 수도권 전셋값 역시 사상 최고치다. 반면 더딘 경기회복에 매매가격은 하락세다.

내 집 마련을 못한 사람에게는 전셋값 상승이 그리 반가운 소식은 아니다. 하지만 뒤집어

생각해보면 전세를 끼고 내 집을 마련하기가 그 만큼 쉬워졌다는 얘기다. 특히 전세가 상승은 시차를 두고 매매가격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전세를 끼고 내 집을 마련하는 것은 오히려 좋은 투자기회가 될 수 있다. 다만 입지와 브랜드 등 향후 아파트 가격이 오를 수 있는 조건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전세가격과 매매가격간 차이가 크지 않은 아파트 단지는 어디가 있을까. '전세 레버리지'를 활용해 투자해 볼만한 수도권 주요 아파트를 알아본다.』

● "전세가 비율 60% 넘는 수도권 알짜 단지 주목을"
고양·평택·안산등 초기투자비용 적은곳 많아
수원 영통 72㎡형 전세가 비율 76% 달하기도
전문가 "전세 레버리지 50~60%선이 적당"


양천구 목동 현대 하이페리온Ⅱ. 서울 지하철 5호선 오목교역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위치한 주상복합 아파트로 강남에 버금간다는 학군 및 학원가, 백화점ㆍ할인점 등 각종 편의시설을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이 지역의 랜드마크 단지다.

이 아파트 85㎡형(이하 공급면적)의 평균 전세가격은 2억5,000만원으로 지난 1년 동안 4,000만원이나 올랐다. 반면 평균 매매가격은 4억2,500만원으로 오히려 1,500만원이 떨어졌다. 전세를 끼고 구입할 경우 1년 전에는 2억3,000만원이 필요했다면 지금은 1억7,500만원이면 가능하다는 얘기다.

최근 전셋값이 크게 오르면서 전세를 끼고 내 집을 마련하는 것이 새로운 주택구입의 방법으로 주목 받고 있다. 실수요자는 물론 투자 목적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부동산경기 불황으로 주택 매매가격은 전반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전셋값은 고공행진을 지속하면서 초기투자 비용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치솟은 전셋값을 지렛대 삼으면 금융비용 부담을 줄이면서 주택에 투자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매매가는 뒷걸음, 전세가는 고공행진= 올해 들어 부동산 시장에 나타난 특징 가운데 하나는 기존 주택의 매매가격 약세, 전세가격 강세 현상이다. 연초 강남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반짝 강세를 보였던 아파트 매매가격은 이후 거래침체 등으로 하락세를 보이면서 전반적인 약세로 돌아섰다.

반면 전세가는 학군 수요로 오름세를 보이는 계절적인 요인 외에도 입주물량 부족, 재개발ㆍ재건축 등 정비사업에 따른 멸실 주택 증가 등으로 꾸준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서울 등 수도권 아파트의 평균매매가격은 3.26% 오른 반면 전세가격은 이의 3배에 육박하는 8.86%가 올랐다. 서울은 전세가격이 11.51%가 올라 매매가격 상승률 5.24%의 두 배에 달했다. 특히 경기도와 수도권 신도시는 전세가격 상승률이 매매가격 상승률의 4.7배, 6.7배에 이른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확대 이후 자금 줄이 끊긴 수요자라면 전세금 정도로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는 기회를 잘 살려야 한다고 조언한다. 조은상 닥터아파트 연구원은“최근 1년 사이에 전세가격 변동 폭이 매매가격 변동 폭을 크게 웃돌고 있다”며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이 높은 단지 중에 입지와 브랜드 등이 우수한 단지를 눈 여겨 볼 만하다”고 말했다

◇전세가 비율이 높은 단지를 주목하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과 경기도, 수도권 신도시 등에는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이 60%가 넘는 단지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전반적으로 매매가격은 하락하고 전세가격은 상승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일부 단지의 경우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1년 전 39% 대에서 59% 대로 무려 20%포인트가 상승한 곳도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랜드마크 단지인 삼성 래미안 퍼스티지. 이 아파트 87㎡형의 경우 현재 평균 매매가격은 9억9,500만원. 전세가격은 5억7,500만원으로 전세를 끼고 구입할 경우 4억2,000만원만이 필요하다. 1년 전 이 아파트의 매매가와 전세가가 각각 7억9,500만원, 3억1,000만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초기 투자비용이 6,000만원 정도 낮아진 것이다.

인근 부동산인 S공인의 한 관계자는“강남의 명문인 세화고, 세화여고와 계성 초등학교 등이 단지 인근에 위치해 있다”며 “학군에다 브랜드 아파트, 교통 및 편의시설 등의 장점으로 수요가 꾸준하다”고 말했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경기도 고양, 수원, 평택, 안산시 등에는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이 60% 이상으로 초기투자 비용이 적은 알짜 단지들이 의외로 많다.

수원시 영통동 신나무실주공5단지 72㎡형의 경우 평균 매매가격은 1억3,500만원, 평균 전세가격은 1억250만원이다. 전세가 비율이 무려 76%로 전세를 끼고 구입할 경우 초기투자 비용이 3,250만원에 불과하다. 이 아파트를 1년 전에 전세를 끼고 사려고 했다면 5,750만원이 필요했다. 당시 평균 매매가격은 1억3,500만원, 전세가격은 7,750만원이었다. 1년 동안 매매가격은 변동이 없는데 전세가격은 2,500만원이 올랐다. 이 아파트는 총 1,504가구의 대단지로, 영통초ㆍ영통중ㆍ영덕고를 걸어서 다닐 수 있으며 홈플러스, 그랜드백화점 등 편의시설도 가깝다. 오는 2013년에는 분당선 연장선 개통으로 서울 접근성이 더욱 개선될 전망이다.

1기 신도시인 성남시 분당구 구미동에 위치한 무지개 대림 아파트도 눈여겨 볼만하다. 구미초ㆍ대덕중학교 등이 인접해 있고 분당선 오리역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인 이 아파트 66㎡형은 지난 1년 동안 매매가는 2억1,500만원으로 불과 500만원 밖에 오르지 않았다. 반면 전세가는 2,500만원이나 올라 1억3,250만원선이다. 지난 1년 동안 전세가격이 크게 오른 덕분에 전세를 끼고 구입할 경우 2,000만원이 줄어든 8,250만원이면 투자가 가능하다.

◇전세 레버리지는 50~60%선이 적당= 그렇다면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은 어느 정도가 좋을까. 각자의 자금사정과 투자계획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50~60%선이 적당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전세 보증금은 나중에 한꺼번에 세입자에게 돌려줘야 하는 만큼 전세가 비율이 너무 높으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전세 수요가 꾸준한 곳을 공략하는 것이 방법이다. 이호연 부동산114연구원은“가급적 입주한지 얼마 안된 새 아파트나 역세권 주변, 대규모 단지 등 수요가 꾸준히 유입되고 개발호재가 있는 곳에서 매물을 찾아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무조건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높다고 덤비기 보다는 매매가격 상승이 기대되는 곳을 공략하라는 얘기다.

역세권 소형 아파트 가운데 전세가 비율이 높은 곳을 골라 보증금을 낮추고 월세로 돌려 대출 이자 등을 충당하는 것도 방법이다. 전문가들은 전세를 끼고 내 집을 마련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고려해 볼만한 대상은 당장 입주하지 않아도 되는 신혼부부나 갈아타기를 고려하고 있는 수요자들이 적당하다고 조언했다. 구입한 주택의 전세기간이 만료된 뒤 기존 집을 팔거나 전세금을 받아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2010년 4월 11일 일요일

SW업계 대변인을 향한 아주 잔인한 질문

SW업계 대변인을 향한 아주 잔인한 질문
[김경묵의 인물탐구-13]오경수 한국SW산업협회장
대담=김경묵 지디넷코리아 편집국장, 정리=황치규
2010.04.11 / PM 02:58

[게임테크2010 강연동영상보기] 에픽 팀스위니, 엑스엘게임즈 송재경이 말하는 게임 그래픽의 미래
[지디넷코리아]다들 한국SW산업의 위기를 말한다. 업계는 말할 것도 없고 정부도 SW위기론을 계속해서 얘기한다. 위기론의 본질은 SW는 점점 중요해지고 있는데, 국내 경쟁력은 점점 약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만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결론은 하나로 요약된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이쯤되면 지겨워지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만날 특단의 대책이란 노래만 부를 것이냐고 따져묻고 싶어질 것이다. SW위기론이 나온게 어제 오늘의 일이던가. 몇년 전, 아니 그 전부터 위기론은 끊임없이 울려퍼졌다. 위기를 돌파할 해법만 나오지 않았을 뿐이다. 그 와중에 한국이 강점을 갖고 있던 휴대폰 시장의 무게 중심은 HW에서 SW로 넘어갔고 구글과 애플로 대표되는 뉴페이스들이 대권을 잡는 역전극이 펼쳐졌다.

 

격변의 시기에도 달라지지 않은 것은 한국판 SW위기론이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시간이 흘러도 수그러들 기미가 없다. 묻게 된다. SW위기론은 과연 해법이 나올만한 화두인가? 또 전가의 보도처럼 쓰이는 특단의 대책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이 질문에 "나는 할 수 있다"고 자신하는 이가 있다면 현실적인 관점에선 권력욕구가 대단한 사람으로 비춰질 가능성이 높다. SW위기론 앞에선 가급적 두루뭉술하게 대답하는 게 안전하다. '특단의 대책', '이대로는 안 된다'식의 뜬구름 잡는 듯한 대안론이 끈질긴 생명력을 유지하는 것은 이 때문일지 모른다.

 

그래서일까? 누군가에게 SW위기론에 대한 확실한 대안을 내놓으라 하는 것은 잔인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원래 안 되는 걸 왜 안 되느냐고 윽박지르면 서로가 민망해질 수밖에 없다.

 

오경수 한국SW산업협회장과 인물탐구를 위한 인터뷰에 들어가기 전 뜬금없이 이런 생각이 밀려들었다. SW업계의 대변인이자 조타수인 그에게 SW위기론을 묻지 않을 수 없고, 맡은지 얼마 되지도 않는 그에게 답이 안나오는 질문을 던지는 게 미안해서였을지 모르겠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오경수 회장에게 SW위기론과 해법에 대해 잔인하게(?) 물었다.

 

■"고민만 할 순 없다" 오경수의 3개월 프로젝트

 

"스마트폰 등 새로운 패러다임의 등장은 한국SW산업에게 기회라기보다는 위기에요. 한국은 눈에 보이는 것에만 강합니다. SW 등 안 보이는 것에는 약해요. 투자도 별로 없고 인재들도 외면합니다. 대학생들을 보세요. SW개발보다는 연예나 스포츠 마케팅 등 다른 분야를 선호해요. 큰 회사든 작은 회사든 SW는 지금 위기입니다."

오경수 회장은 스마트폰과 클라우드 컴퓨팅 확산 등 새로운 IT패러다임의 등장이 한국SW산업에게 기회보다는 위기로 다가오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미 나온 위기론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인식이다. 그러나 체감도에선 외부 시선과 미세한 차이가 느껴진다. 오 회장은 좀 더 심각하게 바라보는 것이다. 열심히 하면 되겠지식의 인식은 넘어섰다.

 

당연한 반응이다. 오 회장에게 SW는 강건너 불구경하듯 대할 사안이 아니다. 그는 SW업계 대변인의 위치다. 남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런 만큼 위기극복 시나리오도 다르지 않을까? 정부는 명분에도 신경을 쓰지만 SW업계는 철저하게 현실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다. 거룩한 얘기와는 거리가 멀다. 업계의 얘기에 좀 더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오 회장의 위기극복 시나리오는 무엇인가? 2월말 취임한 그에게 확실한 솔루션을 기대해선 안 되겠지만 방향성 정도는 들어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 대목에서 오 회장의 표정은 '신중모드'로 전환된다.

 

"업계 입장을 정리하는데 2~3개월은 걸릴 것 같아요. 정보는 수집했는데, 이걸 걸고 무엇을 기획하고 만들어낼지는 고민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상반기안에는 뭔가 내놔야 한다고 봐요. 언제까지 고민만 할 수는 없으니까..."

 

분명한 것은 뭉쳐야 산다는 것이다. 협회와 학계 그리고 SW업체들이 손을 잡는것이 출발점이라는 것이다.

 

"인프라는 어느정도 됐다고 봐요. SW든 HW 인력이든 실력과 사명감이 있습니다. 이런 것들을 한곳으로 끌어모으는 구심점이 필요한 시점이에요. 대중소기업 상생이든 선단식 수출이든 협회와 학계 그리고 기업들이 머리를 맞대야 합니다. 그래야 뭔가 나올 겁니다. SW육성책은 마라톤으로 치면 구간 마라톤이에요. 서울역에서 신사동까지는 협회가 맡는다식의 역할 분담이 중요할 수밖에 없어요."

 

오 회장은 3개월정도 시간을 가지면 전략적인 위기 극복 시나리오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만만한 작업이 아닐 것이다.

 

정부는 월드베스트 SW개발에 1조원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했지만 디테일은 나온게 없고 SW변방 국가 입장에서 수출도 하고싶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의지만으로 넘을 수 없는 현실적인 진입장벽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오 회장이 이를 모를 리 없다. 그는 화려한 목표보다는 과정을 정교하게 다듬는데 중점을 뒀다.

 

"과거 전자교환기나 CDMA 프로젝트 같은 성공한 모델들이 있습니다. 정부와 업계가 힘을 합쳐 만들어낸 결과였어요. 지금 상황은 그때와 다른 만큼, 과거 모델을 적용한다고 성공한다고 볼 수는 없죠. 그래도 중장기적인 청사진을 갖고 밀고 나가는 것은 필요합니다. 물론 안 될 수도 있죠. 그래도 남는 것은 있을 겁니다. 협회와 학계가 손을 잡고 나가는 과정에서 나오는 산출물은 실패한다고 해도 의미가 있어요. 공동 작업이 필요성을 강하게 느끼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에요."

 

■아이폰 떴다고 모바일SW만 바라보지 말자
 
요즘 SW 시장의 최대 화두는 모바일이다. 한국이 애플과 구글에 먼저 모바일SW 플랫폼 주도권을 넘겨줬지만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면 추격이 가능하다는 얘기도 들린다.

 

오경수 회장의 생각은 조금 다른 것 같다. 모바일만 너무 바라보지 말고 다른 분야에서의 경쟁력 강화도 고민해보자는 것이다.

 

"모바일 앱스토어말고 융복합SW도 있습니다. 아이폰이 떴다고 모바일SW만 바라보면 임베디드SW가 종속될 수 있어요. 하드웨어 업체였던 HP와 시스코는 점점 서비스 모델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시스코를 보세요. 송도에 U시티 빌딩을 짓는데, 과거와는 다른 비즈니스 모델을 들고 나왔습니다. 예전같으면 장비를 파는데 주력했겠지만 지금은 월정액을 받는 방식이에요. 클라우드 컴퓨팅이 뜨면 빌려 쓰는 IT도 확산될 겁니다. 이 부분도 앱스토어 못지 않게 중요해요. 다양한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그의 얘기는 계속된다.

 

"의료 기술은 우리나라가 노하우가 많아요. 이를 IT에 접목시키면 세계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습니다. 이런 분야에서 SW와 연계된 시나리오들이 많이 필요합니다."

 

결국은 '하우투(How to)'가 키워드다. 아직은 그게 없다. SW위기론을 풀 수 있는 논리를 갖추려면 협회의 역할도 중요하다. 정부가 선봉에 서는 산업 프로모션 정책은 옛날 얘기일 뿐이다. 협회 활동이 질적으로 개선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래서다. 오경수 회장은 SW산업협회의 체질개선을 화두로 던졌다. 디테일을 만들기 위해서는 협회도 변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회원사중 회비를 내는 비중이 50%정도 될까 말까에요. 전문 업체 등록도 50%가 안됐고요. 이를 감안해 SW카테고리를 나누고 경쟁력을 강화시키기 위한 분과도 만들었어요. 회원사간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사무국이 강해져야 합니다."

 

정부는 최근 SW발전 대책을 내놓는 등 산업 경쟁력 강화에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협회를 쳐다보는 눈들도 늘었다. 회원사든 정부든 협회가 뭔가 만들어줬으면 하는 것이다. 협회가 싱크탱크가 되어야 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에 대해 오 회장은 협회가 총대를 매기는 어렵다는 입장. 싱크탱크들을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강조했다. 회장이 된 뒤 김영태 회장, 김택호 회장, 정병철 회장 등 역대 SW산업협회장들에게 의견을 구했던 것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

 

흥미로운 프로젝트도 생각중이다. 소프트웨어 산업이 왜 3D 업종인지를 실증할 수 있는 자료를 만들겠다는 것. 이는 하나 더하기 하나가 왜 둘인지를 증명하겠다는 돈키오테식 접근으로도 비춰진다.

 

"왜 3D 업종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가 없더라고요. 하는 일이 힘들어서 그런지, 봉급이 작아서인지, 꿈이 없어서인지, 그것도 아니면 머슴 취급 받아서인지를 정확하게 분석해야 합니다."

 

조사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미지수다. 그래도 짐작은 가능하다. 오 회장 말대로, 힘들고, 봉급이 적고, 꿈이 없고, 머슴취급받고가 맞물려 가급적 피하고 싶은 일자리가 됐다는 근거있는 결과물이 나오지 않을까? 꿈이 없고(Dreamless)를 합치게 되면 SW산업은 3D가 아니라 4D라는 분석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뉴스 마니아, "SW르네상스에 기여하고 싶다"

오 회장이 굳이 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는 조사에 나선 것은 문제가 무엇인지 제대로 파악해야 해결책을 만들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어설픈 문제 인식은 엉뚱한 결과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에게 문제 인식은 리더가 갖춰야할 핵심 경쟁력이다.

 

롯데정보통신 대표이기도 한 그는 많은 정보를 수집한 뒤 그 속에서 의미있는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스타일이다. 또 자타가 공인하는 뉴스읽기 마니아다. 신문 스크랩을 해온지만 23년째로 웬만한 기사는 빼놓지 않고 다 읽는다. 강산이 두번 바뀔 기간 동안 그는 꾸준히 뉴스를 읽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뉴스읽기 마니아를 리더로 둔 직원들은 긴장해야할 때도 많다. 대표가 워낙 많은 정보를 섭렵하다보니 체크를 제대로 못해 지적을 당하는 상황도 벌어진다. 이쯤 되면 오 회장의 정보 수집은 가히 편집증 수준이다. 스스로도 읽는 것만큼은 편집증적이라는 것을 부정하지 않는다. 특정 이슈가 있으면 관련 자료를 다 봐야 직성이 풀린단다.

 

그냥 읽고 끝내는 게 아니다. 그저 많이 읽기만 하는 것은 머릿속만 복잡하게 만들 뿐이다. 오 회장은 읽는 것을 가공해 새로운 메시지로 만드는데, 나름 노하우가 있다. 경험이 그렇게 만들었다.

 

"주로 분석 기사를 많이 보는데 본 것을 가공하고 해석하는 게 중요해요. 시작은 기록입니다. 배운 것을 계속해서 리마인드하고 외워나가는 거죠. 남들은 한번 보고 마는 것을 저는 반복해서 볼 때가 많아요. 23년년간 해오다보니 개인적인 노하우가 생긴 것이라고 봅니다."

 

정부 수집과의 인연은 그가 삼성에서 근무했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삼성 내부 그룹웨어인 싱글을
기획했던 프로젝트 매니저(PM)였고 86년부터 93년까지는 그룹 비서실에서 근무했다. 뉴스 읽기는 비서실 시절에 인연을 맺었다.

 

당시 그는 위에다 올릴 기사를 스크랩하는 일을 맡았는데, 처음에는 이런 걸 왜 하나하는 생각이 들더니 하면 할 수록 요령이 붙었고, 가급적 다르게 콘텐츠를 소비하는 습관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요령은 진화에 진화를 거듭해 오경수식 정보 활용론으로 발전했다.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라고 외친 공자의 학이지지(學而知之)도 본질은 지식은 공유하면 공유할수록 좋다는 의미를 지닌다는게 오 회장 설명이다.

 

56년생인 오경수 회장은 바람많이 부는 제주도 출신이다. 오랫동안 많은 얘기를 주고받아온 입장에서 오 회장에게는 평균치를 약간 상회하는 '인정욕구'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안하면 몰라도 일단 일을 시작했으면 잘했다는 평가를 듣기위해 노력하는 스타일이다.

 

인정욕구를 튀려고 그런다 식으로 볼 필요는 없다. 사회학적 관점에서 보면  인간이 다른 사람들로부터 스스로의 존재를 인정받고 싶은 것은 당연한 심리며, 인류 역사 발전의 원동력으로도 꼽힌다. 좋은 평가를 받고 싶다는 욕구가 열심히 하게 만들고, 그것이 긍정적인 결과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오 회장은 자신이 이끄는 롯데정보통신 직원들에게 회사의 르네상스를 열었던 대표로 기억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단계 레벨업 시킨 CEO로 남고 싶은 것이다. 차세대 데이터센터를 세우고, 대외 사업에 적극 나선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협회장으로서도 마찬가지다. SW산업 발전에 기여한 사람으로 추억되기를 기대한다. 있는 둥 없는 둥 앉아있다가 임기를 마친 협회장이란 이미지는 사절이다.

 

그래서일까? 그가 협회를 떠나기 전에 뭔가 하나는 남겨놓고 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갖게 된다. SW위기론을 타파할 수 있는 속시원한 해결책은 아니더라도, 의미있는 결과물 하나 정도는 해놓고 협회를 떠나야 그는 SW업계 종사자들의 기억에 남게 될 것이다.

 

그게 무엇일지 묻는 것은 지금으로선 오버액션이다. 맡은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솔루션이 없다고 몰아부칠 수는 없는 법이다. 그에게도 시간은 필요하다. 그럼에도 대책을 꼬치꼬치 캐물은 것은 그가 자신이 했던 얘기에 책임을 지려고 부지런히 노력할 것이란 믿음 때문이다. 말을 해놨으니 어느정도는 성과를 내야 한다는 인정욕구를 자극하고 싶었던 것이다. 협회장으로서 그의 인정욕구가 강해질수록 SW산업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지 않을까?

 

그래서다. 몇개월 뒤 오 회장을 만나면 "SW위기에 대한 확실한 대책이 뭐냐?"는 잔인한(?) 질문을  다시 한번 던져야겠다. SW산업협회장으로서 그의 인정욕구는 좀 더 자극해줄 필요가 있다.

트랙백 주소 : http://www.zdnet.co.kr/Reply/trackback.aspx?key=20100409142940

2010년 4월 10일 토요일

천호균 전 쌈지대표의 회한, "쌈지 부도는 사기다"

천호균 전 쌈지대표의 회한, "쌈지 부도는 사기다"
[이성희 기자의 패션파일]

한국일보 이성희기자 summer@hk.co.kr 
"죄송합니다."

천호균 (주)쌈지 전 대표의 목소리는 깊은 회한에 잠겨있었다. 토종 대표 패션잡화브랜드 쌈지가 최종 부도 처리된 7일 어렵게 연결된 전화통화에서 그는 '죄송하다' 소리를 여러 번 했다. "(부도로 인해)정신적 물질적으로 큰 상처를 입은 직원들과 주주들에게 어떤 형태로든 보상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게 숙제"라고도 덧붙였다. 물론 천 전 대표에게는 민형사상 어떠한 보상책임도 없다. 오히려 그도 쌈지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못 받은 매각대금을 허공에 날려야 하는 처지다. 국내 패션업계에 문화예술마케팅을 처음 도입하고 신진 아티스트들에게 창작공간을 지원하는 등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에 누구보다 열심이었던 그가 자식처럼 키운 브랜드의 도산을 속수무책 지켜봐야 하는 심정은 얼마나 참담할 건가.

천 전 대표가 쌈지 경영권을 매각한 것은 지난해 8월이었다. 쌈지의 국내 성공을 발판으로 2001년 프랑스 잡화 브랜드 마틴싯봉을 인수하며 해외시장에 진출하고, 영화제작 및 엔터테인먼트 사업에도 뛰어드는 등 정력적인 사업확장을 펼쳤으나 수백억원을 쏟아 부은 해외사업이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자금압박에 시달렸다. 경영능력의 한계를 느끼면서 회사 매각을 고려할 때 마침 법률자문회사로부터 현 최대주주인 양진수ㆍ양철수(가명) 형제를 소개받았다. '에너지사업을 하는 열정적인 젊은 기업인'이라는 추천에 매각을 결심했다.

처음 한 달은 회사 운영이 활기를 찾는 것 같았다. 그러나 이후의 행태는 의심스러운 부분이 많았다. 11월부터는 백화점 매장들이 철수하기 시작했다. 위조 어음이 나돈다는 소문이 이어졌다. '사기'라는 글자가 뇌리를 스치기 시작했다.

쌈지에서 근무하던 한 직원의 말도 다르지 않다. "청춘을 쌈지에 바쳤다"는 이 직원은 "최대주주가 임명한 신임대표가 9월만 해도 쌈지를 새롭게 중흥시키겠다며 직원들을 독려했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지리라고는 꿈도 못 꿨다"고 했다. 그러나 10월 중순부터 사채업자가 회사에 나타나 회장실을 점거하고 직원들의 임금 체불이 이어졌으며 최대주주가 회사인감을 가져가 재경팀과 총무팀은 회사 내 자금의 흐름을 전혀 알 수 없는 상태가 이어졌다. 12월에는 600명에 달하던 회사 조직원이 거의 다 떠난 상태가 됐다. 회사가 이 지경이 되는 동안 최대주주들은 회사에 단 한번도 출근하지 않았고 신임대표 역시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직원들 사이에서는 최대주주가 경영권 확보 직후인 10월 증자를 통해 100억원대의 자금을 확보하고 회사 이름으로 여기저기서 수백억원대의 돈을 꿔 달아났다는 소문이 돌았다. 사원들은 현재 밀린 임금과 퇴직금을 돌려받기 위해 노무법인 세종을 통해 고소장을 접수시킨 상태다.

쌈지의 부도가 일확천금을 노린 기업사냥꾼의 의도된 수순인지 여부는 아직 확실치 않다. 하지만 이 사태로 인해 수백명의 직원들이 일자리를 잃었고, 명망 있는 코스닥 등록기업에 투자했던 투자자들이 돈을 날렸으며, 패션과 문화의 접목을 통해 독특한 캐릭터를 구축했던 25년 역사의 토종 패션잡화브랜드가 허망하게 스러졌다.

잘 키운 브랜드 하나가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시대에 벌어진 일이다. 책임 있는 기관의 철저한 조사가 있어야만 제 2, 제 3의 쌈지 사태를 막을 수 있다.

[기고] 박정희의 국토 녹화 미완의 제2단계

최민휴 한국산림정책연구회장
이명박 대통령은 '산하(山河)개조론'이 소신인 것 같다. 지금까지는 청계천, 4대강 살리기 등 하천(下川) 개조에 치중해 왔다. 산림(山林)은 국토 녹화(綠化)가 다 됐으니 개조할 것 없다고 생각하기 쉽다. 우리 산림자원의 실상은 절대 그렇지 않다.

박정희 대통령의 국토 녹화 계획은 2단계로 이뤄져 있었다. 1차로 민둥산에 아카시아 같은 비료목을 심은 다음, 산지가 비옥해지면 2차로 경제수종으로 갱신할 계획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까지 2단계를 실행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 산림 자원의 실상은 환경자원일 뿐 경제자원이 아니다. 나무가 없어 해마다 수십억 달러를 들여 외국 목재를 수입하고 있다. 그런데도 과거 정권 10년 동안 오판으로 경제림 사업이 국제경쟁력이 없다며 수종(樹種) 갱신을 기피한 채, 녹화용 나무들을 그대로 방치해 왔다.

백합나무처럼 빨리 크고 경제성이 높은 '돈이 되는 나무'로 바꿔야 한다. 지하자원이 없는 우리 처지에서, 산의 나무를 충실히 비축한다면, 이보다 더한 국가 백년대계가 또 있겠는가. 나무는 석유같이 한 번 써버리고 마는 것이 아니라, 갱신 가능한 자원이므로 시작만 해 놓으면 베고 심고를 주기적으로 되풀이하면서 지속적인 목재생산이 가능하다. 안정된 일자리 창출도 가능하다.

과거 우리의 녹화사업은 국가가 공공사업으로 밀어붙여 성공한 경우다. 그러나 경제림(經濟林) 조성사업은 시장원리에 따라 민간경영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지도록 맡겨야 한다. 반드시 정부는 후원자로 남아 있어야 한다.

임업(林業) 비즈니스는 산에 임도(林道)를 낼 정도로 대형화·기계화해야만 생산유통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적어도 3000㏊(1㏊은 1만㎡ 정도) 이상의 대단지 경영기반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우리의 실정은 한 사람이 평균 2㏊의 산림을 소유하고 있을 정도로 영세하다. 국가가 먼저 이 한계를 돌파하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가장 현실적인 방안은 소유구조는 그대로 둔 채, 경영권만을 대(大)통합하여 단지를 만드는 방법이다. 이렇게 하면 전국에서 약 400여개의 임업경영 단지가 조성될 수 있다.

이렇게 조성된 임업단지를 대기업 자본을 참여시켜 전문경영인에게 맡겨 경영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전경련에서도 여건만 되면 회원사들로 하여금 적극 참여토록 할 생각이 있다고 한다. 대기업 입장에서는 큰돈 들이지 않고 장기 자원조성사업에 참여하면서 회사 이미지를 친(親)환경기업으로 부각시킬 수 있다. 문제는 영세한 산림소유자들이 경영권 통합에 호응할 수 있도록 어떤 인센티브를 제공하느냐다. 산림개조사업은 독일이나 일본 같은 임업 선진국을 따라잡는 지름길이 될 뿐 아니라, 지구 환경 문제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가야 할 길이다. 국제협약은 '지속가능한 임업경영'을 통하여 지켜야 할 산림환경 기준을 규정하고 있으나, 영세한 산림소유자들은 이를 잘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다. 대규모 법인경영을 통하여 임업회사가 국제환경기준을 지켜나갈 수 있도록 정비해야 한다.

임업은 녹색성장 간판산업이 될 수 있다. 대한민국은 2차 대전 후 가장 빨리 국토녹화에 성공한 나라다. 산림개조사업을 국책사업으로 추진해 임업경영 선진화를 이루면 나라의 모습과 격(格)이 바뀌게 될 것이다.

2010년 4월 5일 월요일

美 TV시장 돌풍 비지오의 네트워킹을 배워라

생산·기술·유통 모두 아웃소싱
작년 LCD TV 600만대 팔아 1위

2010년 3월 29일 월요일

미분양아파트 11만9039가구… 흙속의 진주 찾아볼까

미분양아파트 11만9039가구… 흙속의 진주 찾아볼까
과연 ‘흙 속의 진주’는 남았을까.

지방 미분양 아파트에 대한 양도세 감면혜택이 재개된 가운데 알짜 미분양 아파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부동산 시장에선 알짜 미분양 아파트를 흙 속의 진주라 부른다.

정식 계약기간이 끝나도 팔리지 않았지만 잘 고르면 돈 되는 투자상품이란 뜻에서다.

클릭하시면 원본 보기가 가능합니다.
▲ 한 직장인이 인터넷을 활용해 분양 중인 아파트 정보를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서울신문 포토라이브러리
28일 국토해양부와 업계에 따르면 전국 미분양 아파트는 지난 1월 기준으로 11만 9039가구에 이른다. 이 중 입지나 층, 방향 등이 좋은데도 경기침체, 공급과잉 등 외부요인에 의해 분양되지 못한 물량도 상당수이다.

●청약통장 없이 바로 구입 가능

이 같은 물량은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정부의 양도세 감면혜택을 직접 받을 순 없지만 대신 건설사가 내놓은 혜택의 폭이 넓다. 전문가들은 “청약통장 없이 바로 구입이 가능한 데다 분양가 할인, 중도금 무이자 융자, 동·호수 선택 등이 주어지는 게 매력”이라고 전했다. 서울 서초구의 랜드마크로 자리잡은 삼성물산의 ‘반포 래미안’이나 GS건설의 ‘반포 자이’도 한때는 미분양이 속출해 분양사들이 골치를 썩였다. 이들 아파트의 부활은 교통, 교육, 단지 규모, 브랜드 등 우수한 조건들이 경기회복과 맞물려 제대로 평가받은 덕분이다.

스피드뱅크 조민이 리서치팀장은 “서울과 경기에선 이미 할인 폭이 큰 미분양 아파트가 속출하고 있다.”며 “주변시세와 비교해 미래가치를 따진 뒤 골라야 한다.”고 조언했다.

부동산써브 함영진 연구실장도 “역시 많이 회자되는 곳은 서울”이라며 “누가 봐도 좋은 위치이지만 분양가 부담으로 가격을 내린 곳에 진주가 숨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들은 내집마련과 시세차익을 모두 움켜쥘 수 있는 기회인 만큼 발품을 팔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선 살펴봐야 할 것은 입지 여건. 아무리 가격이 싸다고 해도 입지 여건이 떨어지면 포기해야 한다.

교통·교육 여건, 생활편의시설과 개발계획 등도 꿰고 있어야 한다. 자신에게 알맞은 생활권인지, 미래가치 상승이 예상되는 곳인지 등도 공략 포인트다.

여기에 단지 규모가 500가구 이상인 대형단지인지, 아파트 브랜드의 선호도가 어떠한지 등도 고려 대상이다. 좀 더 꼼꼼한 수요자라면 미분양된 이유가 무엇인지도 따져야 한다. 주변에 혐오시설은 없는지, 좋은 조망을 지녔는지 등이다.

이때 내부설계나 단지 내 배치, 층과 향도 살펴야 한다. 빈틈없는 수요자들은 건설사의 경영상태까지 감안한다.

유동성 부족으로 자칫 공사가 중단되면 재산상 피해가 크기 때문이다. 지정 은행에 문의해 아파트 계약현황을 살피고, 전체 단지에서 미분양 가구수도 봐야 한다. 이후 발코니 확장 등 혜택까지 따진다면 비교적 낮은 가격에 넓은 크기의 새집을 얻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진주’를 선뜻 추천하기를 주저했다. 대출규제 등으로 ‘땡처리 아파트’도 팔리지 않을 만큼 시장이 위축된 탓이다.

인기종목인 역세권의 중소형 아파트는 대부분 팔리고, 시장에 남은 물량이 대부분 중·대형 아파트라는 사실도 부담이다.

●“주거개선 목적으로 선택해야”

조 팀장은 “고양 삼송지구가 입지에선 장점을 지녔다.”며 “전매제한이 길다는 이유로 미분양이 생겼지만 은평 뉴타운 옆인 데다 109㎡ 규모가 5억원선으로 장기적으론 가치가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김포 한강신도시나 경기 광교신도시의 미분양 아파트도 주목 대상”이라고 덧붙였다.

함 실장은 “좋은 위치이지만 그동안 분양가가 부담됐던 아파트들이 가격할인에 들어갔다.”며 “서울 고덕동, 둔촌동, 동자동, 신공덕동 등에서 미분양된 아파트 중에서 전세수요나 추가 상승 여력 등을 따져 고르면 된다.”고 조언했다.

신한은행 이영진 부동산전략팀 과장은 “부동산은 무겁게 움직여야 하는데 요즘은 주식같이 가볍게 움직이는 게 특징”이라며 “주거환경 개선을 목적으로 선택하면 의외로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2010년 3월 27일 토요일

21가지 비법 성공한 사람의

http://blog.daum.net/khseong/13344147

내가 존경하는 ... STG 이수동 회장님

"위기마다 나를 채찍질… 2년간 연방정부에 명함돌리자 기회 생겨"
 

"1979년 이민… 1년만에 실업자됐을 땐 앞이 캄캄
컴퓨터 프로그래밍 주경야독… 23년前 IT기업 창업
소수계층에 정부계약 일부 할당하는 제도 적극 활용
한국, 창조적 정신으로 위기극복한 점 잊지 말길"
 
▲ 경제위기 속에서도 최근 4개월 동안에 미 연방 정부와 총 2억500만 달러 규모의 계약을 성사시킨 IT기업 STG의 이수동 회장은“고비마다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위기가 기회 라는 느낌으로 살았다. 누구에게나 기회란 자신이 노력해서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이하원 특파원
1979년 12월 당시 30세의 이수동은 워싱턴 DC에서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그해 1월 미국 땅을 밟은 후 11개월간 경리를 맡았던 대형 레스토랑이 갑자기 문을 닫았다. 은행 대출을 받아 메릴랜드주에 작은 집을 산 후 겨우 안정된 생활을 하려던 시점에 갑자기 실업자가 됐다. 한국에선 고려대, ROTC, 삼성그룹을 거쳐 승승장구하던 그였지만 낯선 땅에서 실직(失職), 어린 딸을 키우던 부인을 볼 면목이 없었다.

"이수동 인생, 참 한심하게 됐다"며 절망하던 그는 미국에서 어떠한 상황이 닥쳐도 살아남을 수 있는 기술을 배워야겠다고 이를 악물었다. 대학(산업공학과)과 삼성그룹에서 접한 컴퓨터를 본격적으로 배우기로 하고, 주경야독(晝耕夜讀)을 하면서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배우기 시작했다. 총 매출액 2억달러, 전체 직원 1700명을 거느린 미국의 대형 정보통신업체 STG의 역사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이수동씨가 1986년 창업한 STG는 지난해 9월부터 4개월 동안 미 연방정부와 총 2억500만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하는 기록을 세워 주목받았다. 〈본지 지난해 12월 25일자 보도〉 대공황 이래 유례없는 경제위기 속에서 오히려 올해 25% 성장을 목표로 내건 이수동 STG 회장(60)을 버지니아주 레스톤에 위치한 STG 본사에서 만났다.
― 한국은 물론 미국의 경제도 무척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대규모의 미 연방 정부계약을 성공시킨 배경이 궁금하다.

"미 연방정부가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관련 기술을 다져 놓은 것이 큰 힘이 됐다. 9·11 테러 이후 미 연방정부는 IT 분야에서 시스템의 통합운영 능력을 갖춘 업체를 필요로 해왔는데, 우리 회사가 그동안 쌓은 실적과 신용을 보고 결정을 한 것 같다."

― 더 구체적인 비결이 있을 것 같다.

"미 연방정부에 납품을 하기 때문에 경쟁자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는 80%만 만족시켜서는 절대 이길 수 없다. 매년 연방정부의 정책 방향을 분석하고, 최고기술 책임자(CTO·Chief Technology Officer)를 임명해 정부가 앞으로 2~3년 후에는 어떤 분야를 필요로 할 지 끊임없이 연구를 해 왔다."

― 이민 초기에 고생을 많이 한 것 같다.

"식당 경리직에서 실직한 후 큰처남의 도움을 받아 컴퓨터 프로그래머 보조(補助)로 취직을 했다. 처음엔 영어가 안 돼 프린트한 카피(copy)를 가져달라는 것을 알아듣지 못해 고민하다가 커피를 타서 가져다 주기도 했다. 도저히 미국에 적응하지 못할 것 같아 서울행 비행기표를 예매했다가 취소하기도 했다."

― 그런 상황을 어떻게 이겨냈나?

"미국에서 크게 성공하고 싶어서 안정된 직장을 버리고 나왔는데 이대로 돌아갈 수 없다는 오기가 생겼다. 그래서 나를 조이고 또 조였다. 그랬더니 2~3년이 지나니까 영어도 들리기 시작하고 생활이 안정되기 시작했다."

이 회장은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돼 미국의 연방감사원(GAO)을 거쳐 정보통신업체인 MCI에서 경력을 쌓았다. 1986년에는 연봉을 8만달러까지 받을 정도로 능력을 인정받았다. 이때 이 회장의 도전 기질이 다시 발동했다.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자신의 사업체인 STG를 창업했다. 낮에는 MCI에서 근무하고 저녁에는 자신의 사업을 하는 생활을 5년 가까이 하다가 1991년 MCI에 사표를 냈다.

― 한국에 이어 두 번째로 안정된 직장을 박차고 나왔는데.

"사실 그때가 고비였다. 워싱턴 DC의 연방정부로부터 일감을 얻기 위해 구두가 다 닳도록 돌아다녔다. 연방정부를 모두 도는데 꼬박 1년이 걸렸다. 납품 담당자를 직접 만나서 설득을 했다. 그런데도 큰 일감을 얻지 못해서 힘든 생활이 계속됐다. 하지만 좌절하지 않고 연방정부를 다시 한 바퀴를 돌면서 명함을 뿌리고 또 뿌렸다."

― 어떤 반응이 있었나?

"1993년 국무부에서 인사관리 프로그램을 300만달러에 수주하면서 숨통이 뚫리기 시작했다. 당시 백악관에서 컴퓨터 관련 업무를 담당했던 인사를 적극 영입해서 영업에 나서게 한 것이 주효했다."

― 소수계층으로 어려움을 겪지 않았나?

"미국은 이민국가 아닌가. 나는 소수계층이라는 점을 오히려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미국의 연방정부에 8(a)로 불리는 제도가 있다. 계약의 일부분을 소수민족이나 여성, 장애인 등 소수계층에게 할애하는 것이다. 이 제도를 100% 이용하며 사업을 확장시켜 왔다."

― 회사를 이렇게 성장시킨 경영 철학이 있을 것 같다.

" STG에는 직원과 고객을 잇는 '성공의 순환법칙(Circle of Success)' 이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직원들이다. 뛰어난 인재들을 적절한 시기에 적성에 맞게 배치하면 큰 성과를 가져오게 돼 있다. 직원들에게 끊임없이 교육 기회를 주고 직원의 배우자를 배려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자녀들에게는 인턴십을 부여해 왔다."

― 그 고리가 어떻게 고객에게로 연결되나?

"직원들을 잘 배려하게 되면 그들이 회사를 발전시키려는 노력을 하고 고객들을 잘 관리하게 돼 있다. 결국 고객들의 만족도가 높아지면서 계속해서 STG를 찾도록 만들었다."

― 미국에는 STG가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 것 같다.

" 내 경영 철학 중의 하나가 '가족적인 경영'이다. 냉장고에는 항상 먹을 것을 채워놓고 있다. 직원들이 음식을 먹으면서 친해지도록 하는 데 무한대의 예산을 쓰도록 신경을 쓰고 있다."

― 한국의 경제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좌절하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는데.

"나만큼 환경이 어려웠던 사람도 드물 것이다. 두 살 때 아버지가, 중학생 때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나쁜 길로 나갈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나를 공부시킨 형수님이 내가 잘못되면 얼마나 실망할까 싶어서 나를 채찍질했다. 위기가 기회라는 느낌으로 살아왔다. 어려운 상황을 도약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기회는 절대 다른 사람이 만들어 주지 않는다. 조금씩 조금씩 자신이 노력하면서 만들어가는 것이다. "

― 한국의 기업에 조언한다면?

"지금 어느 때보다 상황이 어렵지만 경제위기가 무한정 계속되지는 않을 것이다. 경제가 회복되기 시작할 때 즉각 수익을 낼 수 있도록 성장할 수 있는 준비를 해야 한다. 한국은 그동안 위기에 처하면 이를 극복하는 창조적인 정신을 많이 발휘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 STG의 다음 목표는 무엇인가?

"2006년 12월에 회사 창립 20주년을 맞아서 '1B16' 계획을 발표했다. 30주년이 되는 2016년까지 STG를 매출액 10억달러(1Billion)로 발전시키자는 것이다. 앞으로 7년 남았다."


美국방부 등에 IT시스템 납품…  직원 1700명 

'STG' 는? 


동부의 실리콘 밸리로 불리는 버지니아주 레스톤에 있는 STG는 미 국방부, 국무부, 국가보훈처 등에 IT 시스템 및 관련 장비를 납품하는 대형업체다. 지난해 미 국방부의 비밀 정보를 예비군 시설에 전송하는 시스템을 설치하는 계약을 체결했으며 국무부의 연봉 지급 시스템, 해외 미국 대사관의 비자업무 관련 시스템의 유지, 보수업무 등을 맡고 있다.

STG는 미 연방정부의 100대 IT 주계약 기업 중의 하나이며 워싱턴 비즈니스 저널이 선정하는 25대 IT기업체에 포함됐다.

2010년 3월 25일 목요일

지상욱 대변인은


“아내 심은하의 뽀뽀가 가장 큰 후원이죠”

자유선진당 대변인 지상욱(45)씨가 6월 지방선거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된다. 여배우 심은하씨의 남편이자 이회창 선진당 대표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이 젊은 정치인은 누구인가? 심은하 이회창에 가려진 정치인 지상욱의 민얼굴을 보기 위해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선진당 대변인실을 찾았다.

-2003년 3월 만 38세의 젊은 연구원이 직장도 그만두고 이회창 대표를 모시기로 결정합니다. 그렇게 시작해서 지금까지 이 대표 곁에 있습니다. 당시 대통령 선거에서 두 번째로 낙선했고, 어쩌면 정치 생명이 끝났다고 볼 수 있었던 이 대표를 왜 돕기로 한 겁니까?

“지인이 총재님을 도와주면 좋겠다고 얘기했어요. 당시 총재님 주변에는 남아 있는 사람이 없었죠. 염량세태(炎凉世態)라고 하나요? 그래서 제가 총재님을 찾아가 도와드리겠다고 말씀드렸어요. 제가 유능해서가 아니라 정치권에 몸담지 않아 비교적 순수했고, 미국에서 공부했기 때문에 그분이 미국 생활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이 대표가 대선 패배 후 정계은퇴를 선언하고 2003년 3월부터 8개월간 미국 스탠퍼드대에 머무는 동안 지 대변인은 내내 옆에서 보좌했다)

선진당은 지난 17일 총재직을 폐지하고 대표체제로 전환했다. 그런데도 지 대변인은 이 대표를 계속 “총재님”이라고 불렀다.

-이 대표와는 언제부터 알고 지냈나요?

“총재님은 그때 처음 뵈었습니다. 저는 한 사람의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총재님을 존경했어요. 그분이 은퇴 회견하는 걸 TV로 보면서 같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원칙주의, 대쪽정신, 보수주의 등 그분이 대표했던 가치가 있는데 저렇게 사라지는 게 옳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저분을 도와 올바른 사회와 국가를 만드는 데 나의 몇 년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한 거죠.”

-그럼 처음엔 정치를 하겠다고 이 대표 곁으로 간 건 아니네요?

“그럼요. 고등학교 때 이과를 선택해서 20년 넘게 공학을 공부한 사람이 정치에 무슨 뜻이 있었겠어요? 그분을 좋아했기 때문에 돕고 싶다는 마음으로 간 거예요. 회사(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얘기했더니 많이 놀랐어요. 2008년 1월 선진당 창당 작업에 들어갔을 때에야 ‘아, 내가 이제 정치에 들어가는 구나’ 그런 마음이 들더군요.”(지 대변인은 초대 대변인을 맡았다)

-2008년 4월 제18대 총선에서 선진당은 비례대표 4명을 포함해 18명을 당선시켰습니다. 지 대변인은 당시 비례대표 신청도 안 했는데.

“한 달 만에 당을 만들어 총재님이 어려웠던 시기죠. 저희는 측근그룹이잖아요? 측근을 챙긴다는 말을 들을 수 있으니까 저희도 처신하기 어려웠죠. 나까지 부담 드릴 수 있나요. 그래서 비례대표 신청을 안 한 거예요. 저라고 해보고 싶은 마음이 없었겠어요? 여의도에서 정치를 하기 위해서는 의원직이 있어야 되잖아요? 운전을 하기 위한 면허증 같은 거.”

-그때 이 대표를 떠날 생각은 안 해보셨나요?

“의리도 지켰고 열심히 했으니까 이제 너 자신의 커리어를 쌓아야 하지 않겠느냐, 그러니 지금 정부 쪽에 와서 일하면 어떻겠느냐, 청와대 관계자한테 이런 제안도 받았어요. 말씀은 감사하지만 그렇게 할 순 없다고 했죠. 총선이 끝나고 총재님께 좀 쉬겠다고 말씀드렸어요. 한 1년간 가족과 시간을 보냈죠. (2009년 8월 이 총재와 갈등을 겪은) 심대평 대표가 떠나고 당이 어려워지는 걸 보면서 총재님이 힘들어하시겠구나, 그래서 지난해 10월 총재 공보특보로 복귀한 거예요.”

-군인 출신으로 중소기업을 경영하시는 보수적인 아버지 밑에서 자랐습니다. 어떻게 심은하(38)씨를 만났습니까?

“(2004년 12월) 누가 소개를 해서 처음 봤습니다. 당시엔 결혼 생각은 없었던 때였어요. 그 친구도 조용히 지낼 때고. 그렇게 만났는데 제가 좋아하게 된 거죠.”

-어떻게 마음을 얻었습니까?

“2005년 5월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로 1주일간 출장을 갔어요. 저 친구의 마음을 어떻게 사로잡을 수 있을까 생각하다 매일매일 카드를 쓴 거예요. 학교 북스토어에 가서 카드를 하나 사서 쓰고 싶은 말을 적고 선물도 하나씩 샀어요. 어떤 날은 초콜릿을, 어떤 날은 화장품을 사고. 그렇게 7개의 카드와 선물을 준비했죠. 그걸 서울로 가져와서 줬어요. 그때 감동하더라고요. 선물 자체는 별거 아니지만 매일매일 자기를 생각했던 마음, 그거에 집사람이 마음을 확 열었어요.”(두 사람은 그해 10월 결혼에 골인한다)

-집에서는 반대하지 않았나요?

“처음엔 우려하셨죠. 그런데 만나 보시더니 착하다, 순수하다, 그러시면서 쉽게 승낙해 주셨어요. 아버지가 굉장히 철저하신 편인데 며느리 작품을 봐야겠다며 동네 비디오 가게에 가서 ‘8월의 크리스마스’ ‘미술관 옆 동물원’ ‘인터뷰’ 그리고 드라마 ‘청춘의 덫’까지 죄다 빌려 보셨어요. 지금은 며느리 일이라면 끔찍이 생각하세요.”

-결혼 전에 심씨에게 앞으로 정치를 하겠다는 말을 했습니까?

“얘기했죠. 걱정하고 반대했어요. 이젠 결혼생활 5년 됐는데, 그동안 남편이 일하는 거 보면서 그래도 신념이 있고 올곧은 사람이라고 봐주는 것 같아요. 지금은 정말 제대로 정치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라고 있어요.”

-부인께서 남편을 지지하고 사랑한다는 걸 어떻게 표현합니까?

“오늘 아침 7시50분쯤 집에서 나왔는데 뽀뽀를 해주더라고요. 사실 말로 표현하기보다는 몸으로 보여주는 편이에요. 손을 꼭 잡아준다든지 그러면 제가 느끼죠. 밖에 있을 때 문자를 넣어주기도 해요. 당신 밖에서 힘들겠지만 나하고 우리 애들 위해서라도 열심히 하고 오라고. 그런 게 가장 큰 후원이에요.”

-그간 가정의 위기는 없었나요. 부부싸움이나 갈등은 어떻게 해소합니까?

“특별한 위기는 없었어요. 같은 신앙을 가지고 함께 성경 공부하고 기도하고 그러면서 살아왔으니까요. 보육 문제 가지고 이견이 있어 가끔 티격태격할 때가 있긴 해요.”

-심씨의 연예계 복귀도 늘 관심사가 되고 있습니다.

“지금 한 사람의 안사람, 또 두 딸의 엄마로 정말 행복하게 지내고 있어요. 애들이 지금 네 살, 다섯 살인데, 만으로 하면 겨우 두 살, 세 살이에요. 애들이 지금 엄마의 손을 가장 그리워할 때죠.”

부부는 지난해 방송통신대학에 나란히 입학했다. 부인은 문화교양학과, 남편은 법학과 공부를 하고 있다. 지 대변인은 아내가 아이들을 키우면서도 학업에 열심이라고 전했다.

-정치인으로서 목표가 뭡니까?

“뭐가 되겠다는 목표보다는 책임을 지는 정치, 그런 게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책임을 지는 정치라는 게 어떤 겁니까?

“약속을 안 지키는 무책임, 아닌 것을 그런 것처럼 말해서 혹세무민하는 무책임, 뒷일 감당하지 않고 그냥 벌여놓는 무책임, 그런 무책임들이 우리 정치에 팽배하다고 봅니다. 세종시도 그렇고 4대강도 그래요. 세종시 문제의 출발은 정치권의 무책임이죠. 원안을 뒤집으면서도 아무도 책임 지지 않잖아요. 4대강도 후손을 위해 순수하게 한다고 하면, 외국처럼 철저하게 해야죠. 기획, 타당성 조사, 환경생태평가, 그리고 지역주민들 대책 세우고 대국민 설득을 하는데 적어도 5∼6년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리고 단계적으로 예산을 쪼개서 15∼20년 걸려 해야 되는 거죠. 강은 한번 훼손되면 바꾸기 어려운 건데 임기 내 정치 목적으로 써먹고 말 문제가 아니에요.”

-지난달 대변인을 다시 맡아 최근 정력적으로 논평을 내고 있습니다. 근래 개인적으로 가장 격분해서 발표한 논평은 뭡니까?

“격분했다? 부산 여중생 성폭행 사망 사건 같은 건 격분하지 않을 수 없었죠. 이 사회가 왜 자꾸 이렇게 돼 가는지 화도 나고. 무형의 가치, 그러니까 권위라든지 법치라든지 공권력이라든지 신뢰라든지, 그런 게 많이 파괴돼서 이렇게 가는 게 아닌가 싶어요.”

-서울시장 출마설이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출마합니까?

“아직 고민의 시간이 좀 더 필요한 거 같아요. 워낙 큰 선거니까 준비해야 할 것도 많을 거고. 당 안팎에서 제 출마설이 나오고 있다는 건 익히 알고 있어요. 제가 어떻게 해야 되는지 언젠가는 결정을 해야겠죠.”

지상욱 대변인은

1965년 서울 출생. 연세대 토목공학과를 졸업했고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토목공학 석사, 일본 도쿄대에서 건설관리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98년 귀국해 연세대에서 강의를 했고, 99년 6월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입사, 4년간 연구원 생활을 했다. 2005년 10월 심은하씨와 결혼, 딸 둘을 두었다. 한성실업 창업자 지성한 회장의 아들로 현재 이 회사 부사장이기도 하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2010년 3월 15일 월요일

앱 이코노미 : 소프트웨어 산업질서가 재편되고 있다

먼저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 예측치를 보면서 이야기를 시작해 보자. 시장조사기관인 Research2Guidance에서 내놓은 세계 스마트폰 성장 예상치(!)다 (출처보기). 가히 놀라운 성장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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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할 점: 시장조사기관의 ‘예상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곤란하다. 정확한 수치로 이해하기 보다는 ‘경향’으로 이해하면 된다. 그런데 다수의 조사기관에서 발표하는 예상치들이 매우 유사하다는 점에서, 스마트폰 시장 그리고 이와 연동된 앱(App) 시장이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점은 부정하기 힘들어 보인다(Gartner 시장전망에 대한 기사보기). 위의 스마트폰 시장전망에 기초한다면, 전 세계 앱 시장은 2009년 약 19억4천만 달러에서 2013년 약 156억5천만 달러로 약 80배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무료 앱’의 규모까지 합산한다면, 가히 ‘앱 이코노미(App Economy)’가 단숨에 모든 소프트웨어 시장을 점령할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Gartner는 2013년 앱 시장 규모를 300억 달러로 예측하고 있다.

과연 파죽시제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앱 시장은 모든 소프트웨어 생산기업에게 장미빛 미래를 말하는 것일까? 어떤 시장의 변화들이 예상될까?

1. 가치사슬(Value Chain) 변화 (1): 소프트웨어 공급단계의 간소화

우선 기존 대형 소프트웨어 공급자 중심의 질서에 금이 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기업형 소프트웨어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의 IBM, 오라클, 엑센추어 그리고 독일의 SAP은 잘개쪼개져 원자화된 앱 형식의 소프트웨어 생산에 짧지 않은 적응기를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적응기 동안, 구글은 기업형 소프트웨어 시장에 대한 공세를 본격화할 것이며 (출처기사보기),앱 시장의 진입장벽이 크게 낮아진 덕에 중소형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물밀듯이 새로운 앱들을 선보일 것이다. 이러한 조정기를 겪게 되면, 소프트웨어 가치사슬에서 대형 공급자들에게 일반화되었던, 오랜 기간의 기획, 개발, 검증, 기업 컨설팅 단계들이 사라지거나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위의 대형기업들은 소프트웨어 판매에서도 돈을 벌었지만, 예의 ‘컨설팅’으로 적지않은 돈을 벌어 왔다. ‘아주 작은 문제’ 또는 ‘아주 작은 과제’를 위한 ‘아주 작은 프로그램’이 바로 ‘앱’이다. 이러한 앱을 사용하기 위한 사전 교육은 불필요하다. 따라서 복잡한 대형 소프트웨어 운영에서와 같은 ‘전문가 상담/컨설팅’에 대한 수요는 급감할 것이다. 이는 대형 소프트웨어 기업들에게 커다란 영업손실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 만큼 대형 소프트웨어 기업에서 일자리는 줄어들 것이다. 그렇다면 엡 시장이 앞으로 급팽창한다면 어딘가에선 일자리가 생겨야한다. 그곳이 어딜까?

2. 가치사슬의 변화 (2): 앱 홍보 및 중계업자가 개발자의 개발이익을 가져간다

분명 중소 소프트웨어 기업에서는 앱 개발자들의 새로운 일자리들이 생겨날 것이다. 또한 매우 작은 규모의 밴처기업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날 수도 있다. 그러나 애플 앱스토어나 구글 안드로이드 앱 마켓에서 각각 순위 100위 밖에 있는 앱이 소비자들에게 팔릴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현재 약 20만 또는 2만에 이르는 앱의 숫자는 스마트폰 시장의 팽창과 함께 더욱 크게 늘어날 것이다. 그러한 ‘앱의 홍수’ 속에서 앱  개발자 또는 소규모 개발회사가 자신의 앱을 효과적으로 홍보하기란 쉽지 않다. 아니, 불가능에 가깝다.

이 때 앱을 다양한 소셜 미디어 속에서 ‘홍보’하거나, 별도의 앱 검색 서비스를 제공하는 다양한 형태의 ‘앱 중계서비스’ 기업들이 탄생할 것이다. 그리고 이 기업들이 앱 개발자들의 개발이익 중 많은 부분을 가져갈 것이다. 특히 무료 앱을 제공하는 개발자들에게 이들 중계자의 역할은 더욱 절실하다. 영어 무료앱을 사용해보면 쉽게 확인할 수 있겠지만, 무료 앱의 수익원은 ‘광고’다. 소비자가 없는 무료 앱?  아예 무료 앱에 광고를 중계하고, 무료 앱을 다시 소비자에게 홍보하는 일 모두를 맡는 ‘앱 중계업자’가 생겨날 것이다. 그리고 이들 중계업자는 이에 상응하는 수수료를 요구할 것이다.

3. 가치사슬의 변화 (3): 이동통신사업자의 역할은 축소되고

현재 휴대전화 가치사슬에서 이동통신사업자의 역할은, 언론의 역할과 유사한 이른바 ‘게이트키핑(Gatekeeping)’이다. 모바일 게임 개발기업에게 쉽지 않은 시장관문은  바로 SK와 KT다. 일단 이 관문을 통과하면 시장에서 ‘최소한의 성공’을 보장받을 수 있다. 이렇게 KT와 SK는 이른바 ‘가두리 양식장 Walled Garden’의 주인 노릇을 하면서 재미를 보고 있다.

그런데 KT와 SK의 ‘양식장’이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일시에 사라진다. 소비자들이 다른 양식장으로 이동해 버린다. 그들이 새로 찾은 양식장이 ‘애플 앱스토어’이고 ‘안드로이드 앱 마켓’이다. 특히 애플(Apple)은 이동통신사업자가 했던 주인장 역할도 떠맡으려 한다 (관련기사보기). 새로운 공룡 ‘게이트키퍼(Gatekeeper)’의 탄생이다.

짧게 정리하면, 스마트폰의 대중화는 관련 시장의 재편을 수반하고 있다. 그리고 시장 관련자 모두가 ‘이득’을 보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을 깨닫는 시장 참여자들의 ‘저항’ 또한 예견된다.

360억 대작 게임 만드는 CEO의 통쾌한 배짱

10년 전이다. 2000년 데이콤 마케팅본부 사업기획팀에 있던 사원 김강석은 느닷없이(?) 사표를 던진다. 본의 아니게 그는 입사 이후 가장 빨리 사표를 낸 사원으로 기록됐다.

 

당시 데이콤이 어떤 회사인가. 대학생들 사이에서 취업 선호도 선두를 다투던 시절이었다.

 

때문에 데이콤 내부에선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동료들은 깜짝 사표를 던진 그를 볼때마다 "벌써 그만두는 이유가 뭐야, 더 좋은데 가는 거냐?"고 집요하게 물었고 침묵하던 그는 결국 이렇게 대답한다.

 

"벤처로 가겠습니다."

 

반응은 엇갈렸다. 벤처가 뜨고 있으니 해볼만하다며 격려해주는 이들과 세상물정 모르는 철부지로 보는 시각이 공존했다. 앵글은 달라도 둘을 관통하는 시선은 하나였다. '젊은 친구가 배짱한번 좋다'였다.

 

'배짱 좋은 사나이' 김강석이 과감하게 사표를 던진지 어느덧 10년이 지났다. 강산이 한번 바뀔 시간이 흘렀건만 버릇 남못준다고 그는 바뀐게 별로 없다. 마흔이 넘어도 배짱은 지금도 그를 상징하는 수식어다. 오히려 10년전보다 두둑해졌다.

 

그는 지금 신생 게임 업체 블루홀스튜디오에서 360억원짜리 초대형 온라인 게임 프로젝트 '테라' 개발을 진두지휘하는 CEO로 뛰고 있다. 엔씨소프트나 넥슨같은 회사들이야 몇백억들여 게임 만들었다가 망해도 그려려니 하면 되지만 신생 업체인 블루홀스튜디오는 처지가 다르다.

 

한방 제대로 터뜨리면 게임업계 판을 바꾸는 거고 안되면 그걸로 아웃이다. 모 아니면 도, 그야말로 단판승부다. 두려움에 발목을 잡히면 일을 그르칠 수 있다. 리더의 두둑한 배짱이 필요한 프로젝트다.

 

안정적인 직장을 박차고 나왔던 사회 초년병 김강석은 10년이 지난 지금, 무명에 가까운 게임업체에서 건곤일척의 승부를 지휘하는 야전사령관으로 변신했다. 데이콤을 떠나 지난 10년간 걸어온 길을 들어보니 예상대로(?) 안정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런 저런 고생도 했고, 크고 작은 변화도 겪었다. 나이도 어느새 40대로 됐다. 변한게 없다면 뭔가 새로운 것에 뛰어드는 것을 피하지 않는 배짱뿐이지 싶다. 무릎팍 도사 수준은 아니더라도 그의 배짱을 제대로 한번 파헤쳐보고 싶어지는 순간이다.

 

도전 또 도전, 배짱의 벤처 인생
 
김강석 대표는 데이콤을 그만두면서 어딘지는 말하지 않았지만 벤처로 가겠다고 했다. 그런데 그의 이력서를 보면 그 흔적이 없다. 데이콤 다음에는 오즈테크놀러지 공동 창업한 스토리가 나온다. 벤처 기업에 취직하지 않고, 바로 창업에 뛰어든 것인가?

 

들어보니 그건 아니었다. 그는 데이콤 퇴사후 실제 모 IT벤처기업에 들어갔다. 그런데도 이 시간이 경력에서 사라진 것이다. 그가 모 벤처에 잠시 몸담았던 것은 가까운 지인들 밖에 모르는 일이다.

 

왜 숨기는 것일까? 좋은 경험이 아니었다는 것은 예상할 수 있지만 그래도 묻고 싶어진다.

 


“경영진이 투자받은 돈을 조금 막 쓰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복리후생이 나아져 좋기도 했습니다만, 공사가 구분 안 되는 마인드를 가진 경영진이 있는 회사라면 계속 있을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죠.”

 

김 대표는 그 당시 직장 생활이 너무 짧고 부끄러웠는지 이력서에는 기록하지 않는다고 했다. 가슴속에 그렇게 해서는 안되겠구나하는 반면교사로 삼고 있을 뿐이다. 새로운 도전을 위해 벤처로 뛰어든 30대 초반의 젊은이에게 모럴 해저드에 빠진 사이비 벤처는 가까이 하기엔 너무도 먼 상였다.

 

그는 다시 변화를 선택했다. 안정된 대기업으로 복귀? 그 반대다.

 

그는 또 한번 배짱을 부렸다. 내친김에 회사를 직접 차리기로 한 것이다. 김 대표를 포함해 4명이 의기투합해 공동 창업에 나섰다. 그렇게 해서 만든 회사가 인터넷 업체 오즈테크놀로지였다.

 

김 대표가 설립한 오즈테크놀러지는 사업 아이템을 고민하면서 여러 가지 실험을 많이 했다. 그러나 일은 생각만큼 풀리지 않았다. 2년간 배고픈 벤처생활이 이어졌다.  이쯤되면 그냥 데이콤에 있을껄 하는 후회가 밀려오는게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그는 후회는 해본적이 없다고 했다. 지금은 물론이고 배고픈 시절에도 후회는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원래 한번 내린 결정에 대해서 후회를 잘 안하는 성격입니다. 결과보다는 그 과정이 중요한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죠. 역설적으로 결과론적인 이야기일수도 있지만 지금 데이콤 입사 동기 모임을 가봐도 제가 가장 자유롭게 살더라고요.”

 

물론 후회를 하지 않는 것과 사업은 별개였다. 일이 잘 풀리지 않았던 만큼, 뭔가 돌파구가 필요했다. 결론은 회사를 넘기는 것이었다.

 

오즈테크놀러지는 당시 나성균 대표를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 중이던 네오위즈에 피인수된다. 네오위즈에서 그는 평생의 든든한 동지 한명을 만나게 된다. ‘첫눈’이라는 검색엔진 회사를 300억원에 NHN에 넘기면서 잿팟을 터트린 장본인이자 현재 블루홀스튜디오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장병규 CSO다.

 

회사가 통째로 넘어간 만큼 자연스럽게 김 대표는 네오위즈 사람이 됐다. 네오위즈에서 김 대표는 채팅 서비스 세이클럽 서비스 기획 업무를 맡다가 게임 사업 부문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럭저럭 걱정없이 살던 시절이었다. 네오위즈하면 이 바닥에선 알아주는 회사였다. 그러나 안정은 오래가지 않았다. 선택의 순간이 또 다시 그를 찾아왔다. 네오위즈를 공동 설립한 장병규 CSO가 회사에 검색사업을 하자고 제안했는데, 그게 받아들여지지 않자 독립을 결정하면서 김 대표에게 함께하자고 러브콜을 보낸 것이다.

 

김 대표는 이때만큼은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첫눈이 독자적 검색 서비스를 통해 네이버를 넘어설 것이라고도 생각하지 않았죠. 당연히 첫눈은 인수가 되기에 좋은 재료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결국 제가 거기 합류했다면 두 번째 피인수자 신분이 되는 셈인데 그러고 싶지 않았습니다. 여기에 네오위즈에서 아직 내 능력을 모두 보여주지도 못한 것도 또 다른 이유가 될 수 있겠죠."

 

그의 예상은 크게 빗나가지 않았다. 첫눈은 300억원이라는 거액에 NHN에 피인수 됐다. 역사에 가정은 없다지만 그가 만약 첫눈에 합류했다면 네오위즈와 마찬가지로 지금쯤 NHN에서 일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김 대표는 첫눈과 함께 하지 않아 많은 돈을 벌지는 못했지만 장병규 CSO와의 인연은 계속됐다. 블루홀스튜디오에서 그와 다시 의기투합한 것이다.

 

온라인 게임의 '뜨거운 감자', 테라를 말하다

데이콤을 박차고 나온지 10년이 흐른 지금, 김강석 대표는 게임업계에서 주목받는 인물중 한명이 됐다. 블루홀스튜디오가 2010년 최대 기대작이자 블록버스터 온라인게임 ‘테라’를 개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블루홀스튜디오의 처녀작 ‘테라’는 영화로 치면 ‘아바타’급의 폭발력은 지녔다고 평가받는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이다. ‘스타크래프트2’와도 견줄만한 흥행력을 업계에서 인정받고 있다. 그만큼 거액이 투입된 초특급 프로젝트라는 얘기다.

 

블루홀스튜디오는 ‘테라’ 개발을 위해 동종 게임의 약 10배에 달하는 개발비와 최고 수준의 실력을 갖춘 200여명 개발자들을 투입했다. 이를 통해 ‘테라’는 전 세계 최초로 MMORPG에 논타겟팅(Non-Targeting) 전투를 구현해냈다.

 

이는 온라인게임 특성상 상당한 서버 부하를 감수해야하기 때문에 그만한 개발력이 없으면 애당초 흉내조차 내기 어려운 기술로 평가받는다. 설령 구현해냈다고 해도 워낙 변수가 많아 원활한 서비스가 이뤄지지 않을 위험도 있다. ‘테라’의 ‘논타겟팅’ 전투가 단순한 차별화 요소를 넘어 한국 온라인게임의 위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여지는 이유다.

 

이런 게임을 신생 게임 업체가 개발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1년차 프로야구 선수가 그라운드의 판을 바꾸겠다고 호언장담하는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대단한 배짱이 아닐 수 없다. 김 대표의 표정에는 자신감이 진하게 풍긴다. 믿는 구석이 있는 모양이다.

 

믿음의 뿌리는 블루홀스튜디오 개발자들에 대한 신뢰였다. 김 대표는 주축 개발자들이 엔씨소프트 ‘리니지3’ 프로젝트를 맡아 진행할 만큼, 탄탄한 실력을 갖췄다고 자랑한다. 자신은 이들이 온라인 게임 시장의 룰을 바꿀 수 있도록 측면에서 지원해주면 된다는 것이었다.

 

"게임회사 CEO는 개발자를 철저히 이해해야 합니다. 개발자들은 그들만의 세상이 있습니다. 더 깊이 들어가면 개발자들도 파트에 따라 나뉠 정도죠. 게다가 각 파트의 차이는 거의 화성인과 금성인 정도 수준으로 차이가 납니다. 경영진이 같은 프로토콜을 가지고 소통할 수 있도록 접합 역할을 하지 못하면 결국 따로 놀게 되는거죠."

 

블루홀스튜디오 개발자중 다수가 엔씨소프트 출신이라는 것은 테라가 ‘리니지3’의 아류가 아니냐는 의혹을 불러일으켰다. 이는 엔씨소프트와 블루홀간 법적 분쟁으로 이어졌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말을 아낀다.

 

“확실한 것은 창업을 한 이후에 모든 것을 전부 새롭게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만약 ‘리니지3’를 기반으로 신작을 만든다면 전작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그것은 족쇄로 작용할 뿐 전혀 창조적인 역할을 하지 못합니다. 굳이 그래야 할 이유가 전혀 없는 것이죠.”

 

360억원짜리 초대형 온라인 게임 프로젝트 '테라'는 몇개월뒤에 일반에 공개된다. 대박을 터뜨릴지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기대가 큰 만큼 위험도 그만큼 존재한다. 제 아무리 강심장을 갖춘 리더라고 해도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있을 수 밖에 없다. 더구나 블루홀스튜디오는 테라에 회사의 모든 운명을 건 상황이 아니던가.

 

"솔직히 요즘 잠이 잘 안 옵니다. 내가 오늘 하루도 맞는 결정을 하고 왔을까하는 고민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신생 개발사가 이렇게 많은 개발비를 쓴 것은 전례가 없는 부분이거든요. 아무리 사소한 결정이라도 도대체 맞는 결정인지 모를 때가 많습니다. 매일 그런 본질적인 문제에 늘 시달립니다.그래도 실패를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테라라 될거라 믿어서라기보다는 그것을 만드는 사람들을 믿기 때문이에요."

 

게임 사업은 결코 쉽지 않다. 많은 이들이 다른 산업과는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로 높은 순이익률 등 게임 사업이 주는 달콤한 유혹만 바라보는데, 앞서 글로벌 경쟁력을 고민해야 한다는게 김 대표 지론이다.

 

“지난 3년 동안 줄곧 강조했던 경쟁력은 바로 글로벌입니다. 전 세계에서 블록버스터급 MMORPG를 제대로 만들 수 있는 개발 스튜디오는 손가락으로 꼽습니다. 그만큼 대작을 만든다는 것은 어렵다는 이야기죠. 아무리 게임업계가 경쟁이 치열하다지만 대작 MMORPG 만큼은 블루오션입니다. 공급 측면에서 리스크 관리가 더 어려운 시장이거든요. 그것이 바로 블루홀스튜디오의 기회라고 봅니다.”

 

픽사의 스티브 잡스 같은 CEO를 꿈꾸며

게임쪽 관계자들이 아니라면 블루홀스튜디오와 김강석 대표를 모를 수도 있겠다. 엔씨소프트와 넥슨이면 몰라도 블루홀스튜디오를 모른다고 해서 이상할 것도 없다. 혹자는 블루홀스튜디오를 모르는 이들에게 '첫눈' 만들었던 장병규가 새로 만든 게임 회사라고 소개하기도 한다. 그만큼 블루홀스튜디오는 아직 인지도가 그리 높지 않다. 게임 업계의 다크호스일 뿐이다.

 


그래서다. 김강석 대표를 좀 소개하고 넘어가야겠다. 그는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출신이다. 석사 과정도 밟았다. 걸어온 길은 파란만장했지만 세속의 잣대를 내밀면 엘리트 출신이다.

 

성격은 조용한 편이다. 한번 말을 꺼내면 달변가의 모습을 보이지만 카리스마형 리더는 아니니다. 수줍음도 종종 탄다.

 

직원들에게 형처럼 비춰지고 싶은 마음도 있다. 직원들과 돌아가며 점심을 먹고 격의 없게 행동하려고 애쓴다. 처음에는 직원들이 회사 대표와 하는 식사 자리를 불편해 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많이 익숙해졌다고 한다. 그는 직원들이 스스로 다가와서 책상을 치면서 문제제기를 할 정도가 되면 스스로 잘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또 바로 지금이 그런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고 은근히 자랑하기도 했다.

 

그가 롤모델로 생각하는 CEO는 다름 아닌 스티브 잡스다. 형같은 CEO를 꿈꾼다면서 대단한 카리스마를 갖춘 스티브 잡스를 좋아한다고? 어딘가 엇박자다.

 

김 대표가 말하는 스티브 잡스는 애플의 경영자로서의 모습이 아니다. 픽사 경영자로서 스티브 잡스를 의미한다. 애플에서 ‘스티브나이즈드(化)’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강력한 카리스마를 발휘한 스티브잡스는 픽사에서 핵심 직원들의 의견을 존중하며 훌륭하게 회사를 이끌었다는 이유에서다.

 

직원들 사이에서 김 대표가 높이 평가받는 부분은 비전 제시 능력이다. 그는 직원 하나하나에게 꼼꼼히 비전을 제시하고 이를 이루도록 독려하기를 좋아한다. 직원들에게 네가 일한 오늘이 MMORPG의 역사를 쓴 하루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갖도록 강조하는 것이다. 처음부터 직원을 채용할 때도 열정을 가장 큰 기준으로 삼는다. 스스로 걸어왔던 모습을 직원들에게서 다시 발견하고 싶은 것일까? 묻고 싶지만 참기로 했다.

 

흥미로운 사실 하나. 김 대표는 자가용으로 출퇴근을 하지 않는다. 집이 가까운 것도 아닌데도 뚜벅이로 산다. 책 읽을 시간을 갖고 싶어서다.

 

“최근에는 ‘생각이 차이를 만든다’는 책을 읽고 있습니다. 이질적인 생각이 만나야 창조적인 생각이 나온다는 통합적 사고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동안 의사결정이라는 것이 선택에 따라 다른 한쪽은 버려야한다고 믿어왔습니다. 그리고는 버린 것에 대해서는 잊어버리죠. 그런데 그 책을 보니 그게 아니더군요. 훌륭한 CEO들은 둘 다를 버리지 않습니다.”

 

지난 10년간 많은 이들이 벤처 세계에 뛰어들었고, 또 사라졌다. 사기꾼에 가까운 이들도 있었고 지금 보면 참 아까운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들이 빛을 보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분명한 것은 어떤식으로든 벤처를 떠난 사람들중 다시 돌아온 이들은 많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패자란 주홍글씨가 찍힌 이들에게 우리나라는 너무나도 인색한 모습을 보여왔다. 과정보다는 결과를 보고 모든 것을 평가하려 들었다. 벤처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벤처는 99% 실패할 수 있다는 일반론이 먹혀들 공간은 크지 않았다. 성공한 벤처만이 대접받을 수 있었고, 요상한 기준은 지금도 크게 달라진게 없다. 이런 상황에서 실패한 벤처맨들이 다시 돌아오기를 기대하는 건 요원한 일이다.

 

김강석 대표는 어렵게 보낸 시간은 있었지만 벤처 세계에서 실패자는 아니다. 그러나 그도 언제든 실패를 경험할 수 있다. 벤처란게 원래 그런 것이다. 블루홀스튜디오가 올인하는 '테라' 역시 마찬가지. 기대 이하의 성적표가 나올 수 있다. 될 것 같았는데 결국 무덤속으로 들어간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는게, 벤처의 역사다.

 

김강석 대표의 다음이 어떨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그의 미래가 데이콤을 그만두고 보낸 지난 10년과 비슷한 모습이 되었으면 좋겠다. 성공과 실패를 넘어, 하고싶은 일들을 특유의 배짱으로 해나가는 시간을 계속 가졌으면 좋겠다. 김 대표와 같은 이들이 늘어난다면 우리나라의 왜곡된 벤처관에도 조금씩 변화가 생기지 않을까? 하고싶은 일들을 도전적으로 해나가는 아름다운 벤처기업인들이 많아지는 풍경, 개인적으론 이를 벤처2.0 시대로 부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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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3월 7일 일요일

'트위터 번개'로 푼 임정욱 라이코스 대표의 '美 인터넷이야기'

'트위터 번개'로 푼 임정욱 라이코스 대표의 '美 인터넷이야기'
서정근기자 antilaw@inews24.com
"많은 이들이 왜 미국에서만 글로벌한 IT 서비스가 등장하는지 궁금해하는 한편 안타까워 합니다. 우리 뿐 아니라 일본, 유럽의 인터넷 업계 사람들이 모두 궁금해 하는 부분입니다.

그런데 사실 출발점부터 다르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들이 쓰는 언어가 '영어'라는 사실 자체가 빼도 박도 못할 (차이를 만드는) 일이지요. PC 생산도 미주권에서 대량으로 이뤄지고 표준도 영어로 구성돼 있지 않습니까. 휴대폰도 마찬가지지요."

임정욱 대표가 언급한, 이러한 '기본적인' 차이는 어쩌면 체급 구별이 없는 운동 경기에서 서양인들이 동양인에 비해 우위를 점하는 것과 비슷한 일인지도 모른다. 이를 메우려면 그만큼의 노력과 창의, 정부와 각 산업 주도군들의 협력이 필요할 것이다.

임 대표는 지난 5일 저녁, 서울 한남동 다음 사옥에서 '트위터 번개'를 통해 모인 90여명의 '트위티언'들을 상대로 그가 미국에 체류하면서 느꼈던 미국과 인터넷 세상에 대한 단상을 털어 놓았다. 모임 공지가 트위터를 통해 이뤄졌고 참석자 중 한 사람이 이를 동영상으로 생중계 했다.



◆ 참담해 보였던 라이코스 상황, 그러나 美 시장은 넓었다

임 대표가 미 대륙과 첫 인연을 맺은 것은 조선일보 기자로 일하고 있던 지난 1998년, IMF 한파가 몰아닥쳤을 때다. 유학을 선택한 그가 버클리대에 입학한 후 접한 미국의 실리콘밸리는 그리 대단해 보이지 않았다고.

"2000년부터 닷컴버블이 꺼지며 실리콘밸리가 망해가던 상황이었습니다. 휴대폰과 초고속인터넷의 발전상 등을 볼 때 한국 IT의 발전이 더 빨라보였습니다."

9.11테러가 난 후 조선일보로 복귀한 그는 선배인 석종훈 전 다음 대표의 권유로 다음에 입사했고 1년여 전 다음의 자회사인 라이코스 대표로 발령이 나 다시 미국 땅을 밟았다.

"처음엔 두렵고 비관적이었습니다. 그동안 라이코스가 해온 모든 사업들이 다 실패했고 창립 후 15년 동안 매년 적자를 내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저 스스로도 '어떻게 15년간 한결같이 적자만 내고 있었을까' 놀라울 지경이었죠."

300여명에 달했던 조직이 '꾸준한' 감원을 통해 50명 수준으로 줄어들 정도인데 회사 분위기가 좋을리 없었다. 남아 있는 사람들도 사장인 임 대표가 옆에서 지켜봐도 회사 책상에 앉아 버젓이, 구직을 위해 이력서를 작성하고 오후 5시만 되면 모두가 칼 퇴근하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희망이 보인 건 작년 3분기에 처음으로 흑자를 내면서 부터였습니다. 4분기까지 결산결과 창립 16주년만에 첫 연간 흑자를 달성했습니다." '근근히' 흑자를 낸 라이코스의 연간 매출은 한화 300억원 남짓. 이중 절반 가량은 검색사업으로 인한 것이다.

"미국인들은 라이코스에 대해 아무도 모른다고 보면 됩니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이름은 아는데 잊혀진 브랜드라고 할 수 있겠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존할 수 있는 것은 미국이라는 거대 시장 속에 있기 때문입니다."

◆ 아이폰, 트위터에 빠지다

아이폰을 초기 버전부터 이용한 임 대표는 이내 트위터에 재미를 붙였다. 라이코스에는 임 대표외에 단 한 사람의 한국인도 없다. 미국에 대해 제대로 배우고 현지인들과 비지니스 협력을 논의하기 위해선 그들이 무엇을 즐기는지, 무엇에 관심을 가지는지 알 필요가 있었다고 한다.

"첨에 트위터는 익명으로 했습니다. 일하라고 미국 보내놨는데 놀고 있는 것 처럼 보일까봐 그랬죠."

임 대표는 한국을 비롯한 각국 이용자들과 교감을 나눴다. 트위터를 통해 손정의 회장과 교분을 맺는 등 국경을 넘는 교류도 가능했다. 트윗을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얻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한국의 트위티언들과 교류하던 그의 정체를 밝혀낸 것은 이찬진 드림위즈 대표였다고. 이후 그는 실명으로 교류를 진행중이고, 당시 인연이 닿았던 이들을 번개 형식으로 불러모은 게 이날 모임이었다.

◆ 트위터는 다른 매체와 보완관계· · · 현지 SNS 성공이유는?

임 대표는 "트위터가 다른 매체와 상호 보완관계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미국 슈퍼볼 결승 시청률은 사상 최대 수치를 기록했다. 전통 매체인 TV를 통해 펼쳐진 중계가 각종 디지털 미디어가 넘쳐나는 현 상황에서 그러한 성과를 기록한 것은 역설적으로 아이폰 등 스마트폰과 소셜네트워킹 서비스 때문이라는 게 임 대표의 분석이다.

지인들과 트위터로 슈퍼볼과 관련한 메시지를 나누며 관심없던 사람도 TV를 켜서 보게 되고, 중계를 보면서 페이스북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자연스레 연출됐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트위터의 특성상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순 없겠죠. 트위터로 못다 한 말은 블로그를 통해 풀어나갈 수 있습니다. 각 서비스들이 보완재의 역할을 하는 것이지요"

미국에서 SNS가 성행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페이스북은 미국의 디지털 서비스 이용층의 90% 이상이 사용하고 있다"며 "워낙 큰 나라이기에 가족과 친지들이 멀리 떨어지기 마련이고 이들을 연결하는 역할을 SNS가 대신하며 안정감을 느끼게 해줍니다"고 진단했다.

◆ 구글의 힘···편리한 서비스 역작용에 대한 우려도

임 대표는 "구글을 받쳐주는 버팀목은 위키피디아"라고 단언한다. 영미권에 지식인 같은 서비스가 없지만 위키피디아가 그러한 공백을 거뜬히 메워준다고 한다.

스마트폰이 있으니 음성검색을 통해 바로 바로 필요한 것을 찾을 수 있으며, 특히 사람찾기, 인물정보가 너무 잘 갖춰져 비즈니스에 활용하기도 좋다고 털어놨다.

"뭐든지 궁금한거 검색하면 알 수 있어 암기할 필요가 없는 세상이 왔다는 느낌마저 줍니다."

물론 역작용도 없지 않다. 스마트폰은 다 좋은데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휘발성 있는 정보들을 사람들이 모두 '진실'이라고 믿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마치 이전에 매스미디어의 권위가 있을때 신문에 나오는 내용이 다 사실이라고 믿었던 것 처럼 말이다.

"구글의 에릭 슈미츠 CEO도 언급한 것 처럼 구글이 우리를 바보로 만드는 것 아니냐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검색하면 다 나오고 연결을 통해 정보의 폭을 넓혀주나 딥 씽킹(Deep thinking)을 못한다는 것이지요. 기사와 동영상을 워낙 편리하게 볼 수 있다 보니 책을 잃지 않게 된 제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 다윗이 골리앗을 이길 수 있는 미국 사회

"다윗이 혁신적인 것을 들고 나와 골리앗을 이길수 있는 게 미국사회입니다."

임 대표는 회원제 우편 비디오 대여사업자 넷플릭스의 예를 들었다. 이 회사는 월정액으로 20불을 내면 2만여편의 DVD를 한번에 3장 이내로 연체료 걱정없이 신청할 수 있으며, 보고 싶은 대로 보고 우편으로 다시 재발송하는 영업방식을 취했다.

온라인 사용 편의성, 롱테일 콘텐츠를 미국 전역에서 단 하루만에 회원들의 집으로 공급하는 신속성을 통해 해당 분야의 지배적 사업자인 블록버스터를 추월하기도 했다.

4만명 이상의 종업원을 두고 연 매출 5~6조를 달성하던 동종의 공룡기업 블록버스터를 980명의 직원이 일한 넷플릭스가 넘어섰고 지금의 넷플리스는 1천4백만 가입자와 4조원의 시총규모를 가진 새로운 공룡이 됐다.

"블록버스터의 경우, 최근의 토요타도 마찬가지로, 오만에 빠지면 죽는 것이 미국 시장입니다."

그 외에 임 대표는 미국 시장의 풍토로 '선순환 구조의 확립'을 들었다. 소규모 벤처에서 출발한 아이디어와 기술력이 구글같은 상층부의 주요 기업들로부터 구매돼 널리 활용되고 기술의 원천인 엔지니어들이 우대받는 '기회의 땅' 이라는 것이다.

시장에서의 경쟁 결과 끊임없는 인수합병이 이뤄지며, 산업의 지평이 요동치는 것도 현지 시장의 특성이라고 전했다.

강연 내내 스마트폰과 트위터 등 현지 IT 트렌드에 대해 예찬했던 임 대표는 "너무 좋은 콘텐츠가 많아 미칠 지경"이라며 "이는 이를 사용해본 이들만 알 수 있는 것"이라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임 대표는 "미국의 인터넷 사회는 너무나 풍성한 좋은 콘텐츠들이 흘러 넘치며,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양화가 악화를 구축하는 곳"이라고 전했다.

이런 콘텐츠들을 보다 여유있게 향유하기 위해 "내게 시간이 2배 있었다면"하는 생각을 할 정도라는 임 대표는 "뉴욕타임즈는 종이보다 LCD에서 더욱 멋지다"는 개인적인 품평을 빼놓지 않았다."

◆ 한국이 근본적인 제약을 넘어서기 위해선

한국은 선순환 구조가 없다는 게 임 대표가 꼽은 아쉬움이다. 그는 "글로벌 시대에서의 생존은 국경을 넘어 정보를 습득하고 사고할 수 있는 능력의 차이에 따라 갈린다"고 강조했다.

높은 사회적 위치가 저절로 사람을 현명하게 만들어주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끊임없는 공부와 노력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임정욱 대표 동영상 중계는 막바지에 급작스레 중단됐다. '언어 같이 기본적인 제약이 있는 상황에서 이를 극복하는 방안'에 대한 임 대표의 '명쾌한 진단'이 막바지에 어떻게 내려졌는지는 현장에 있었던 90여명의 사람들만 알 수 있는 일이다.

중계가 중단되기 직전 임 대표는 "닷컴버블 당시와 달리 지금 모바일로 이행해가는 미국의 인터넷 붐은 진짜"라면서 "페이스북이 올해 1조를 상회하는 매출을 올릴 것으로 전망되며, 이러한 격변기에 기회를 잡지 않으면 어찌하냐"고 국내 IT산업 종사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권유했다.

사실 한국 IT의 근본적인 제약을 뛰어넘기 위한 방안은 쉽게 풀어놓을 수 있는 게 아니다.

다만, "국경에 얽매이지 않는 정보 수집에 힘 기울이고, 열린 마음으로 비즈니스 기회를 찾아야 한다"는 강연 중 그가 던진 화두와 큰 차이는 없으리라 짐작된다.

모바일 인터넷과 SNS 열풍에 무심한 이들이 들었으면 '예찬 일색'으로 비춰졌을 지 모를 임 대표의 세미나는 글로벌 시장의 현실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기본'은 무엇인가 생생하게 들려줬다는 것 만으로도 의미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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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03월 06

2010년 2월 24일 수요일

EU, 웹 브라우저 선택권 소비자 품으로

마이크로소프트(MS)가 3월 1일부터 유럽 지역에서 사용자들이 윈도우 업데이트를 할 때 웹 브라우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화면을 추가한다. 이로서 MS는 유럽에서의 기나긴 ‘웹 브라우저 전쟁’에 종지부를 찍게 됐다.

데이브 하이너 MS 부사장 겸 법률 부고문은 지난 19일 법무정책실이 운영하는 기업블로그 ‘마이크로소프트 온 더 이슈‘를 통해, 3월 1일 부로 유럽 지역에서 웹 브라우저 선택 화면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조치로 유럽지역에서 새로 출시되는 PC의 경우 제조사나 사용자가 인터넷 익스프롤러(IE) 외에 다른 웹 브라우저도 기본 브라우저로 설치할 수 있게 됐다. 기존에 IE를 기본 브라우저로 사용했던 사용자들에게도 윈도우 업데이트를 할 때 웹 브라우저를 고를 수 있는 선택화면이 제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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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부터 유럽에서 제공될 웹 브라우저 선택화면(출처 : microsoftontheissues.com)

웹 브라우저 선택 화면은 다양한 웹 브라우저의 리스트를 보여줄 뿐만 아니라, 웹 브라우저를 설치하고 도움말을 볼 수 있는 링크를 제공한다. 제공되는 웹 브라우저의 순서는 EC의 권고를 따라 무작위로 나열된다.

하이너 MS 부사장은 다음주부터 영국, 벨기에, 프랑스에서 시범적으로 웹 브라우저 선택 화면이 제공되며, 3월 1일부로 유럽 전 지역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유럽지역에서 있었던 MS에 대한 기나긴 웹 브라우저 반독점 소송의 결과다. 2000년대 초반 미국을 뜨겁게 달궜던 ‘웹 브라우저 전쟁’은, 2007년 오페라 소프트웨어가 MS를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에 제소하면서 유럽으로 전장이 옮겨졌다. MS가 윈도우 운영체제에 자사의 IE를 기본 탑재해 사용자들의 웹 브라우저 선택권을 제한했다는 것이 오페라소프트웨어의 주장이었다.

2009년 1월, EC는 “윈도우 운영체제에 IE를 끼워팔아 반독점법을 위반했다”며 MS의 혐의를 인정했다. 이에 대해 MS는 유럽시장에서 웹 브러우저가 탑재되지 않은 윈도우7을 공급하겠다는 성명을 밝혔으나, EC와 타 브라우저 업체들의 반응이 시큰둥하기만 했다. 소송이 장기화되자 MS는 지난 6월 사용자들에게 웹 브라우저 선택권을 주겠다고 타협안을 제시했고, 세부적인 사항을 조율해 지난 12월 EC의 수용을 얻어냈다.

한편, 이번 조치로 인해 유럽지역에서 웹 브라우저 시장 점유율에 어느 정도의 변화가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웹 분석업체 스탯카운터에 따르면 현재 유럽지역에서 IE가 45.4%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으며, 파이어폭스(39.3%), 구글 크롬(6.4%), 오페라(4.3%), 애플 사파리(3.7%)가 뒤를 잇고 있다.

타 웹 브라우저 업체들이 이번 조치에 기대감을 걸고 있는 이유는, 웹 브라우저 선택 화면이 윈도우 7 사용자 뿐만 아니라 윈도우 비스타와 XP 사용자들에게도 제공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IE가 높은 시장 점유율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 중의 하나가 윈도우 XP에 기본 탑재돼 있었던 IE 6 때문이었다. 아직도 많은 윈도우 XP 사용자들이 2001년에 출시된 IE 6를 업그레이드 하지 않고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웹 브라우저 선택화면이 제공되면 IE 6 사용자들이 대대적으로 IE 8이나 다른 웹 브라우저로 업그레이드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유럽지역에서 IE 6 사용자를 제외하면 IE와 파이어폭스의 점유율은 비슷한 수준이다. IE 6 사용자들이 어떤 웹 브라우저를 선택할지는 뚜껑이 열려봐야 알 수 있다. 그러나 만약 많은 사용자들이 점유율 2위를 달리고 있는 파이어폭스를 선택한다면, 유럽시장에서 단숨에 파이어폭스가 점유율 1위의 업체로 떠오를 가능성도 있다.

안드로이드 앱 개발자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

지난주 SK텔레콤의 안드로이드 개발자 세미나에서 발표를 했습니다. 그 동안 세미나에서 발표를 여러번 하긴 했지만 500명이 넘는 앱 개발자만을 대상으로 한 것은 처음입니다. 그래서 새로 시작하는 앱 개발자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주로 발표에 담았습니다. 그 날 발표자료와 전달하고자 했던 핵심 내용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1. 안드로이드 마켓에 간단한 앱이라도 일단 올려보라.

모바일 환경도 이제는 인터넷과 연결된 환경으로 바뀌면서 시장에 대한 접근 방법도 변했습니다. 시장에 나가기전 완벽한 애플리케이션을 만들기 위해 너무 많은 시간을 쏟기보다는 간단한 하나의 기능으로 먼저 시작해서 시장을 시험해보라는 것입니다. 이것을 ‘최소 실행 가능 제품(Minimum Viable Product) 전략’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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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 실행 가능 제품 전략은 시장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전략입니다. 새로운 제품의 경우 개발자 스스로 최고라고 생각하더라도 시장에서는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런데 시장에 나가기전에 지출되는 비용이 커질수록 위험은 커진다고 할수 있겠죠. 그래서 최소한의 기능만 구현해서 최대한 빨리 시장에 내보내고 사용자의 피드백을 통해서 제품을 만들어 가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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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를 통해서 만들어가라고 하는데 흔히들 사용자는 스스로 뭘 원하는지 모른다고 합니다. 사용자는 써보기전에는 잘 모르는게 맞습니다. 하지만 일단 써보게 되면 그에 대해서 좀더 명확하게 판단합니다. ‘이 제품은 맘에 드는데 이런 이런 기능이 있었으면 좋겠다’ 혹은 ‘전혀 필요없는 제품이다’ 등의 구체적인 피드백이 오게 됩니다.

이런 최소 실행 가능 제품 전략에 기초해서 아이디어가 있다면 최대한 빨리 구현을 해서 안드로이드 마켓과 같은 애플리케이션 스토어에 올려보셨으면 합니다. 초기에는 사람들이 앱을 많이 쓰든 적게 쓰든 상관없습니다. 하루라도 빨리 이런 환경에 익숙해져 보라고 말씀드립니다. 실제 이렇게 접근해 본 학생은 앱을 올리고 나서 사용자들과 함께 만들어가며 개발에 더 흥미가 생기고 열심히 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실제 제품 개발 경험이 없는 초보 개발자들도 이런 접근을 해보게 되면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큰 동기 부여가 될 것입니다.

2. 글로벌 마켓에 도전하라.

스마트폰 앱 개발에 아주 큰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보고 수 많은 개발자들이 몰려들고 있습니다. 또한 일자리 창출에 목마른 정부뿐 아니라 교육기관도 모두 스마트폰 개발자를 양성하려 합니다. 과연 스마트폰 시장의 미래는 그렇게 크고 밝을까요? 국내만 생각한다면 새롭게 모바일로 들어오는 개발자들이 먹고 살수 있는 크기가 절대로 될 수 없습니다. 결국 프로그래밍은 3D 업종이라며 기피하게 되어버린 과거가 반복될 뿐입니다. 개발자들은 시선을 더 크게 전세계로 돌려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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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개발에 있어서 가장 쉬운 접근은 외국에서 성공한 앱을 ‘카피’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미국에서 시작하는 실리콘밸리 벤처들은 각 지역별로 생기는 카피 제품을 무시해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을 잡아서 덩치를 키우면 결국 나머지 지역에서는 경쟁 제품을 인수해버리든지 혹은 그냥 경쟁으로 밀어버릴수 있습니다. 윈도우 시작버튼을 누르면 외국산 프로그램이 절반이상이고, 웹에서도 이베이가 지마켓, 옥션을 전부 인수해버렸죠. 물론 개발자가 로컬 서비스를 잘 만들어서 인수된다면 큰 성공이긴 하죠. 하지만 그런 접근만으로는 국내 개발자의 환경이 달라질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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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과거에는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글로벌 시장에 접근한다는게 불가능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훨씬 쉽게 가능해졌습니다. 스마트폰에서 국내 개발자들에게 생긴 기회는 국내 스마트폰 수요 증가로 인한 새로운 일자리가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접근할수 있게 된 애플리케이션 마켓을 통한 시장 확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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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안드로이드 애플리케이션 시장은 열린 지 얼마 되지 않아 비어 있는 부분도 많습니다. 그것을 하루라도 빨리 선점해야 합니다. 애플리케이션 마켓에서도 선두 진입자의 이익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국내 개발자가 접근할수 있는 시장은 그렇게 오래 남아있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1년 반에서 2년 정도가 지나면 국내 개발자가 세계시장으로 갈수 있는 기회가 많이 닫힐겁니다. 국내 개발자만 스마트폰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게 아니기 때문이죠.

저는 글로벌을 떠들기도 우스운 아주 보잘것 없는 앱을 만들고 있는 변방의 개발자입니다. 그동안 안드로이드 개발을 하면서 업계 분들도 많이 뵈었습니다만 대부분 국내 시장에만 주목을 하시더군요. 저는 당장 눈앞에 있는 국내의 기회보다는 우선 안드로이드 마켓과 국제 대회에 도전했습니다. 하지만 글로벌에서의 성공은 쉽지 않더군요. 여전히 고전 중입니다.

한편으로는 ‘불가능하지 않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기왕 스마트폰 앱 개발에 도전하려면 개발자로서 더 멀리보고 반드시 더 큰 시장을 보고 저와 함께 도전해보셨으면 합니다.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괜찮은 직업 10위 안에 드는 미국과, 스스로 3D라고 생각하는 한국의 차이는 능력의 차이도 있겠지만 접근할 수 있는 시장의 크기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국내 앱 개발자의 미래는 글로벌 애플리케이션 스토어에 있습니다. 목표를 국내로 한정짓지 말고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수 있는 발판으로 생각하면 좋을듯 합니다. 통신사, 제조사 등 업계도 앱 개발자들의 이런 움직임에 많음 도움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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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

'안드로이드펍' 커뮤니티(http://www.androidpub.com)의 운영자 회색(박성서)입니다. 안드로이드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하고 있으며 모바일 플랫폼, 애플리케이션, SNS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구글이 구글 버즈를 런칭할수 밖에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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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구글도 소셜미디어(또는 소셜네트워킹) 서비스라 할 수 있는 구글버즈(Google Buzz)를 내놓았습니다. 구글은 신규 서비스를 런칭할 때 실험적인 서비스(Experimental Service) 또는 구글 실험실(Google Labs)를 통해 선보이고 이용자들의 피드백을 받아 정식 서비스로 런칭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최근에 선보였던 실시간검색이나 소셜검색도 이런 과정을 차곡차곡 밟았는데, 구글버즈의 경우는 정식 서비스로 바로 런칭을 했고, 게다가 독립적인 서비스가 아닌 잘 나가는 지메일 서비스에 통합하는 강수를 뒀습니다.

무엇이 구글로 하여금 이렇게 구글 버즈 런칭을 서두르게 한 것일까요? 그 해답은 바로 이용자들이 콘텐츠를 소비하는 패턴이 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지금까지는 구글을 비롯한 검색 서비스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콘텐츠를 찾아 이동하는 경우가 압도적이었는데 웹이 점점 소셜화되면서 소셜네트워킹 서비스를 통해 친구가 공유한 링크나 사진/동영상을 보는 사례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아래는 웹에 있는 콘텐츠를 공유/배포하는 서비스인 Gigya에서 발표한 자료인데 어떤 서비스를 통해 콘텐츠가 배포되는지 보여주고 있습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통해 공유/배포되는 비율이 73%나 되는군요. (출처 : 테크크런치)

페이스북의 경우 현재 회원수가 4억명이 넘고 일주일에 50억개가 넘는 웹링크, 뉴스, 블로그 링크, 사진 등이 공유되고 있다고 합니다. 페이스북 외부를 봐도 8만개가 넘는 사이트가 페이스북 커넥트를 채택하고 있는데 여기서 페이스북 내부로 들어오는 공유량도 무시하지 못할 것으로 판단되는군요.

또 다른 콘텐츠 공유/배포 서비스인 AddThis의 통계를 봐도 트렌드가 명확해 보입니다. 콘텐츠 유통경로를 살펴보면 페이스북 33%, 이메일 13%, 트위터 9%, 구글 6% 등입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의 합이 40%를 넘고 있습니다. 주로 검색엔진을 통해 콘텐츠가 유통/소비되는 시대에서 소셜네트워킹(소셜미디어)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아래 도표(출처:매쉬어블)를 보면 더욱 명확해지는 듯 합니다. 구글과 페이스북을 비교해 볼 때 순방문자 수는 큰 차이가 없지만, 해당 사이트에 머무리는 시간에 있어서는 페이스북이 압도적입니다. 즉, 페이스북 방문자는 오래 머물면서 자신의 현재 상태를 업데이트하고 친구들이 올린 다양한 정보를 소비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되는거죠. 구글 입장에서는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해야할까요?

구글도 외부에 있는 다양한 소셜네트워킹 서비스(트위터, 마이스페이스, 페이스북 등)를 검색할 수 있는 소셜검색을 강화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콘텐츠 유통/배포 플랫폼이 점점 더 절실해진다고 봐야겠죠.

최근 구글 관계자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구글버즈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의 경쟁 서비스가 아니라, 대화를 위한 플랫폼(a platform for conversation)으로 정의하고 페이스북/트위터까지 포괄하겠다는 요지의 발언을 했습니다. 정말 구글다운 발언이기는 한데 제가 보기에는 현재 구글버즈의 모습은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겨냥하고 있는 서비스로 밖에 보이질 않네요.

향후 구글버즈가 구글의 의도대로 새로운 개방형 소셜 메시징 플랫폼으로 순탄하게 자리를 잡을지 궁금합니다. 그 동안 구글이 소셜네트워킹에서 보여준 행보를 보면 믿음이 가질 않으니까 말이죠.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용자들이 콘텐츠를 소비하는 행태가 일반적인 검색 서비스에서 소셜네트워킹(소셜미디어)으로 상당 부분 옮아갈 것이라는 점입니다. 이런 트렌드에 비추어볼 때 국내의 상황은 어떤가요?

[관련글]
구글, 실시간 검색 선보여..
구글, 소셜검색 드디어 공개.. 페이스북은 제외
모바일에서 구글버즈 이용해보니…

2010년 2월 17일 수요일

[기획특집] ②세계적으로 유명한 대표 게임엔진 3선

[기획특집] ②세계적으로 유명한 대표 게임엔진 3선
봉성창 기자 bong@zdnet.co.kr
2010.02.17 / AM 09:59

[콘퍼런스]에픽 팀스위니, 엑스엘게임즈 송재경이 말하는
게임 그래픽의 미래
- 2.25(목)
[지디넷코리아]언젠가부터 어떤 게임을 평가하기에 앞서 어떤 엔진으로 개발됐는가가 게임 이용자들에게 주요 관심사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가령 언리얼엔진이나 크라이엔진으로 개발됐다고 하면 게임을 보지 않고도 일단 그래픽이 뛰어날 것이라는 믿음을 갖는 것이다. 심지어 고가의 그래픽엔진으로 개발했다는 것 자체가 마케팅의 한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이러한 시각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이들 유명 엔진으로 게임을 개발하면 그래픽 퀄리티가 올라간다는 것은 그동안 많은 게임을 통해 알려진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무조건 그래픽이 좋아지는 것을 보증하지는 않는다. 엔진은 일종의 틀에 불과하고 결과물은 그것을 활용한 개발자에 따라 천차만별 달라지기 때문이다.

 

게임 엔진에 대한 또 다른 편견도 있다. 언리얼이나 크라이엔진과 같은 유명 엔진은 높은 PC사양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마찬가지로 개발자가 이들 엔진을 활용해 어떻게 게임을 만드냐에 따라 크게 달라지는 부분이다. 엔진에서 지원하는 각종 기능을 이용해 화려한 그래픽 효과를 구현하면 그만큼 PC 요구 사양이 올라가는 것 일뿐 해당 엔진을 사용하는 것 만으로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한마디로 게임 엔진은 그야말로 개발자들에게는 연장이나 다름없다. 사용법이 익숙하다는 전제하에 좋은 연장은 빠른 시간에 자신이 원하는 결과물을 만들 수 있도록 해준다. 반대로 사용법이 익숙하지 않다면 아무리 좋은 연장이라고 해도 무용지물일 뿐이다.

 

이처럼 국내외 주요 개발자들의 손에 익은 연장 역할을 하며 시각적으로 이용자들에게 높은 만족감을 주는 전 세계 주요 엔진에는 무엇이 있고 이들 각각의 특징은 무엇인지 알아봤다. 또한 이들 엔진을 활용해 개발된 게임에는 무엇이 있는지 살폈다.

 

■언리얼 엔진(Unreal engine) - 높은 범용성과 유연한 구조 돋보이는 ‘스위스아미나이프형’

 

‘비현실적인’이라는 역설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는 언리얼 엔진은 에픽게임즈가 지난 1994년 당초 동명의 게임인 ‘언리얼’을 위해 개발됐으나 이후 상용화 엔진으로서 더욱 유명세를 타게 된다.

 

언리얼 엔진은 꾸준한 업데이트와 기술지원을 통해 완성된 편리한 개발도구를 제공하고 있어 오랜기간 수많은 개발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특히 끈끈한 개발자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수 많은 개발자들이 다룰 줄 안다는 범용성이 최대 강점으로 꼽히고 있다.

 

특히 언리얼 엔진을 사용해본 개발자들은 하나같이 유연한 엔진 구성을 통한 확장성이 뛰어나다고 입을 모은다. 그야말로 거의 모든 개발언어와 상호 연동을 지원하며 이를 통해 다양한 기술을 접목해 원하는 결과물을 뽑아낼 수 있다는 점이 언리얼 엔진이 가진 저력이다.

 

이러한 범용성으로 인해 ‘언리얼 엔진’은 국내 주요 온라인게임사들에게 널리 사랑을 받았다. 대표적으로 엔씨소프트의 ‘리니지2’를 비롯해 소프트맥스의 ‘마그나카르타’, 예당온라인의 ‘프리스톤테일2’ 등이 있다.

 

▲ 에픽게임즈가 직접 언리얼3 엔진의 사용해 선보인 `기어즈오브워2`

이후 언리얼은 꾸준한 버전업을 통해 지난 2006년에는 플레이스테이션3나 X박스360과 같은 차세대 콘솔 플랫폼 및 다이렉트X10을 지원하는 ‘언리얼 엔진3’가 선보였다. 에픽게임즈는 현재 2012년에서 2018년 사이 출시를 목표로 4.0 버전 개발 작업을 진행 중이다.

 

언리얼 엔진3로 레드덕스튜디오의 ‘아바’를 비롯해 웹젠의 ‘헉슬리’, 엔씨소프트의 ‘블레이드앤소울’, 블루홀스튜디오의 ‘테라’, 드래곤플라이의 ‘스페셜포스2’, 소프트맥스의 ‘마그나카르타2’, 애니파크의 ‘A4’ 등 대부분 기대작들이 현재 ‘언리얼 엔진3’로 개발되고 있다.

 

▲ `테라`는 언리얼엔진3를 바탕으로 MMORPG에서 논타겟팅 액션을 구현해 화제를 모았다.

지난해 11월 에픽게임스는 언리얼의 보다 원활한 보급을 위해 언리얼 엔진3의 무료 버전인 언리얼 개발 킷(Unreal Development Kit, UDK)를 전 세계 동시 출시하기도 했다.

 

UDK는 무료 버전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핵심 기능을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방하고 있다. 특히 출시 1주일 후 전 세계 다운로드 수를 조사한 결과 전국 4천 500개의 도시 중에서 서울이 1위를 차지했으며, 국가별 집계에서도 한국이 3위를 차지하는 등 우리나라 개발자들로부터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게임브리오 엔진(Gamebryo engine) - 전 세계 개발자들로부터 폭넓은 사랑받는 ‘장도리형’

 

보통 게임 엔진의 경우 그래픽 이외에 물리, 네트워크, 사운드 등 모든 개발을 아우르는 통합형 엔진을 지칭하는데 반해 게임브리오는 오로지 3D 게임 그래픽만을 위한 엔진이다. 현재 2.6버전까지 출시된 상태며 이후 버전업을 통해 물리 엔진이 추가되기도 했다.

 

게임브리오는 언리얼 만큼이나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게임 엔진으로 유명하다. 지난 1994년 NDL이라는 게임 기술엔진 전문회사에서 최초로 개발된 넷임머스라는 엔진을 전신으로 하고 있다. 넷임머스 엔진이 이후 꾸준한 업데이트를 통해 2003년 5.0 버전이 되면서 이름이 게임브리오로 바뀌었다. 아울러 개발사의 이름도 NDL에서 이머전트 게임 테크놀러지로 함께 변경된다.

 

▲ `월드오브워크래프트`로 인해 게임브리오 엔진은 더욱 유명세를 타게 된다.

오랜 역사 만큼이나 개발자층 역시 폭넓다. 대부분 국내 게임 관련 학과에서 게임브리오를 가지고 수업을 진행하는 것만 봐도 그렇다. 게다가 객체 지향적인 특성으로 인해 초보 개발자도 비교적 익히기 쉽다. 특히 게임브리오 엔진은 온라인게임에서 상당한 강점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리자드의 ‘월드오브워크래프트’나 EA미씩의 ‘다크에이지오브카멜롯’ 등 해외 유수의 온라인게임이 게임브리오 엔진으로 개발됐다.

 

국내서도 ‘블랙샷’, ‘아틀란티카’ 등 기존 작품부터 ‘창세기전 온라인’, ‘어스토니시아 온라인’, ‘라임 오딧세이’ 등 신작에 이르기까지 오랫동안 장르를 가리지 않고 폭넓은 사랑을 받았다.

 

▲ `라임오딧세이를` 비롯한 많은 신작 온라인게임이 게임브리오를 통해 개발되고 있다.

국내 많은 중소개발사들은 ‘게임브리오’를 선호하는 편이다. 무엇보다 언리얼이나 크라이엔진에 비해 라이선스 비용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게임브리오’가 고품질 그래픽은 구현하기 힘든 것 아니냐는 오해도 살 정도. 출시 당시 최고의 그래픽과 높은 PC요구사양으로 주목받았던 ‘엘더스크롤4 오블리비언’이 게임브리오로 개발됐다는 사실은 이러한 불필요한 논란을 종식시키에 충분하다.

 

■크라이 엔진(Cry engine) - 지형지물 표현에 탁월한 성능 발휘하는 ‘전기드릴형’

 

독일의 게임회사 크라이텍이 ‘파크라이’를 제작하기 위해 개발한 ‘크라이엔진’은 우리에게 ‘아이온’으로 최근 급부상하며 친숙한 엔진이 됐다. 뒤늦게 개발된 만큼 언리얼이나 게임브리오에 비해 대중화 측면에서는 다소 부족하지만 강력한 렌더링 성능 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크라이엔진을 통해 만든 ‘파크라이’가 예상 밖의 흥행을 거두면서 덩달아 크라이엔진의 주가도 급상승했다. 이후 크라이텍은 크라이엔진 2.0으로 개발한 ‘크라이시스’를 선보이며 게임에진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 크라이엔진의 지형지물 처리 능력을 제대로 보여준 `크라이시스`

크라이엔진은 특히 광활한 지형 묘사에 있어 탁월한 성능을 발휘한다. 폴리범프 매핑(polybump mapping)이라는 특허받은 기술은 돌이나 물과 같은 자연적인 사물은 물론 쇠나 가죽과 같은 인공물에 이르기까지 실제와 흡사한 세밀한 질감 표현을 하기로 정평이 나있다.

 

일부에서는 크라이엔진이 FPS에 특화된 엔진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1.5 버전으로 개발돼 지난 2007년 선보인 ‘아이온’은 이러한 논란을 불식시키기에 충분했다. 이밖에도 리니지의 아버지 송재경 대표가 이끄는 XL게임즈의 ‘아키에이지’나 리로디드스튜디오가 개발하고 있는 신작 온라인게임 ‘더데이’ 등이 크라이엔진2를 사용해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 크라이엔진 1.5로 개발된 `아이온`은 비행시의 주변 배경 묘사가 놀라울 정도다.

반면 대중성이나 범용성 면에서는 보완해야할 요소가 많고 라이선스 비용 역시 여타 엔진에 비해 다소 비싼 편이다. 게다가 PC플랫폼에 특화됐다는 점 역시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다만 국내서는 온라인게임 개발이 절대 다수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크라이엔진의 수요가 다른 국가에 비해 많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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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2월 16일 화요일

7000억원대 주식 ‘거부(巨富)’ 된 김준일 락앤락 회장

7000억원대 주식 ‘거부(巨富)’ 된 김준일 락앤락 회장
상장 1주일 만에 주식 부호 20위로

▶ 52년생/ 한국방송통신대 행정학 학사/ 78년 국진화공(락앤락 전신) 사장/ 락앤락 대표이사 회장(현)
새내기주 ‘락앤락’의 주가 상승세가 무섭다. 지난 1월 28일 코스피시장에 상장된 락앤락의 2월 4일 주가는 2만5800원. 공모가 1만5700원에서 일주일 새 훌쩍 1만원 이상이 올랐다. 시가총액은 1조2900억원에 달한다. 락앤락 지분 54.53%(2726만주)를 보유하고 있는 김준일 락앤락 대표이사 회장(58) 지분평가액은 7000억원이 넘어간다. 말 그대로 한순간에 ‘거부(巨富)’가 됐다.

바로 전날인 2월 3일 종가 기준으로 김 회장은 상장사 주식 부호 20위에 올랐다. 김 회장보다 순위가 높은 창업자는 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17위)이 유일하다. 19위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이다.

밀폐용기 전문업체 락앤락은 김준일 회장이 맨손으로 일군 회사다. 락앤락의 전신은 생활용품 수입업체 ‘국진화공’. 20대 중반이던 1978년에 국진화공을 설립하고 욕실용품, 청소용품, 어린이용품 등 무려 600여가지에 달하는 다양한 생활용품을 수입했다. 장사가 꽤 잘됐다. 자신감을 얻어 80년대 중반엔 자체생산을 시작했다.

그러나 가격이 저렴한 제품을 다품종 소량생산하다 보니 관리가 쉽지 않았다. 설상가상 외환위기가 도래하고 내수시장이 얼어붙으면서 회사는 문을 닫아야 할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78년 주방용품 수입업체로 시작

“어떻게 하면 살아남을 수 있을까 고민하고 또 고민했습니다.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이 ‘살길은 오직 한 가지 품목에 집중하는 것’이었습니다. 낮은 가격으로 승부해야 하는 생활용품 시장에서 기존과 같은 다품종 소량생산으로는 도저히 가망이 없다고 본 거지요. 다음 고민은 ‘그렇다면 어떤 품목에 집중할 것인가?’였습니다. 전 세계 주부들이 인종이나 문화적 차이 없이 공통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보편적인 물건을 찾아 헤매다 ‘밀폐용기’가 답이라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답은 얻었지만 구현할 방법이 묘연했다. 당시 전 세계 밀폐용기시장은 미국 타파웨어사가 50년 넘게 지배해오고 있었다. 사실 타파웨어 제품이 밀폐력이 뛰어난 것은 아니었다. 자칫하면 국물이 흘러넘치는 경우도 다반사. 그럼에도 ‘그나마 가장 밀폐력 좋은 용기’라는 이미지에 힘입어 밀폐용기 대표브랜드로 군림했다. 기존과 다른 새로운 방식으로 더 밀폐력이 뛰어난 용기를 만들어냄으로써 타파웨어 제품과의 차별성을 부각시키지 않는 한 승산이 없어 보였다. 수많은 아이디어 회의 끝에 ‘100% 밀폐력을 얻기 위해 뚜껑에 날개를 달아보자’는 답을 얻었다.

“새지 않는 밀폐용기를 만들어보자 싶었어요. ‘새지 않으면 다들 사지 않겠나’라는 아주 단순한 생각이었지요. 그냥 손으로 눌러 닫는 뚜껑이 아니라, 날개가 달려 꽉 물어주는 뚜껑이라면 국물이 새지 않을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김 회장과 연구팀은 꼬박 1년 넘게 매일 밤을 새다시피 하면서 실험하고 또 실험했다. 우선 이런저런 두께와 형태의 날개를 붙여봤다. 어떤 것은 너무 잘 부러졌고, 어떤 것은 꽉 물리지가 않았고, 어떤 것은 부드럽게 닫히질 않았다. 날개를 이리저리 바꿔보다 날개가 아닌 힌지(뚜껑 날개와 용기를 연결하는 경첩)가 문제라는 걸 알아냈다. 수천번의 실험 끝에 날개가 유연하면서도 쉽게 부러지지 않게 하는 최적의 힌지두께가 0.4㎜라는 ‘시크릿’을 찾아냈다. 더불어 힌지에 얇은 홈을 내니 날개가 몸체에 완벽하게 접합했다. 98년 이 기술로 김 회장은 ‘4면 결착형 흐름 차단공’이란 특허를 따냈다. 제품 이름은 ‘락앤락’으로 결정했다. ‘두 번 잠근다’는 뜻이다. 세계 최초의 날개 달린 밀폐용기는 이렇게 탄생했다. 우여곡절 끝에 제품을 만들고 보니 이번엔 팔 곳이 마땅찮았다. ‘불티나게 팔려나갈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시장 반응은 썰렁했다. 소비자들은 습관대로 타파웨어 제품만 찾았다.

어쩔 수 없이 국외로 눈을 돌렸다. 전시회마다 쫓아다니던 중, 한 캐나다 바이어가 세계 최대 홈쇼핑 채널인 미국 QVC 방송에 제품을 소개하자고 제안했다. 방송에서 락앤락 속에 지폐를 넣은 후 수조 속에 담갔다 꺼냈다. 조금도 젖지 않은 지폐를 두 눈으로 본 소비자들은 줄줄이 주문전화를 걸어댔다. 준비해 간 5000세트가 순식간에 팔렸다. 2001년 6월 일이다.

미국에서의 성공스토리가 알려지면서 이번에는 국내 홈쇼핑업체들로부터 방송 제안이 밀물처럼 밀려 들어왔다. LG홈쇼핑(현 GS홈쇼핑)에서 9회 연속 매진 기록을 세우며 밀폐용기시장 역사를 새로 써나가기 시작했다. 당시 락앤락이 세운 분(分)당 매출액 1000만원은 아직도 홈쇼핑업계에서 회자되는 ‘전설’이다.

현재 락앤락의 한국 밀폐용기시장 점유율은 60%에 육박한다. 11개 국외 영업법인, 4개 국외 생산법인, 70여개 국외 직매장을 구축한 덕분에 세계 시장점유율도 7%대에 달한다. 2003년 1000억원을 넘어선 매출액은 2009년 2750억원으로 늘어났다. 영업이익은 150억원, 순이익은 500억원가량으로 추정된다.

P&G 같은 종합생활용품업체가 꿈

김준일 회장은 이제 새로운 락앤락 역사를 꿈꾼다. 핵심은 중국 시장에서의 선전을 통한 또 한 번의 비약적인 성장이다. 중국 시장 매출액은 이미 국내 시장 매출액을 넘어섰다. 상장으로 마련된 충분한 자금을 기반으로 김 회장은 올해 중국 시장 공략에 심혈을 기울일 방침이다. 이미 중국에는 4개의 영업법인과 3개의 생산법인, 11개 지사와 물류센터 8개가 설립돼 있다. 올해 6개 지사를 추가적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중국 시장에서의 급성장을 바탕으로 2013년에는 세계 시장점유율을 18%까지 끌어올리고 더 나아가 20년 이내에 세계 80개국에 직진출한다’는 게 김 회장이 마련한 락앤락 청사진이다.

락앤락을 플라스틱 밀폐용기 제조업체로만 아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락앤락은 현재 플라스틱 밀폐용기를 비롯해 내열유리와 도자기 밀폐용기, 보온제품, 스테인리스 용기, 냄비, 수납함 등 다양한 주방생활용품을 제조하고 있습니다. 종합주방생활용품 업체라는 얘기지요. 세계적인 생활용품업체 P&G와 같은 회사를 만드는 게 꿈입니다.”

락앤락 주가전망 - 안지영 IBK투자증권 연구위원

세계 시장점유율 확대로 주가 상승 기대

락앤락은 강력한 브랜드파워와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주식투자 측면에서도 중장기적으로 주목할 만하다.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국내에 이어 동남아 시장을 공략하기 시작해 제2의 성장기에 진입했다. 락앤락은 현재 한국·중국·베트남에 위치한 공장과 11개의 국외 영업법인, 70여개 국외 직매장을 통해 104개 지역에서 제품을 판매한다. 지난해 기준 약 4조원으로 추정되는 전체 밀폐용기시장에서 7%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둘째, 중국을 중심축으로 세운 글로벌 전략이 맞아떨어져 세계 시장점유율 확대가 기대된다. 최근 중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투자가 강화됨에 따라 락앤락의 상품 구성도 보다 다양화 되는 추세다.

특히 ‘락앤락아쿠아’의 경우 중국 내 히트 상품으로 부각되고 있다. ‘락앤락아쿠아’는 기존 히트 상품에 이은 제2의 히트 상품임과 동시에 아웃도어 상품군으로 브랜드 확장을 의미하고 있어 락앤락의 중장기 성장 전략을 이어주는 제품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종합해볼 때 중국을 중심으로 투자 확대와 브랜드 개발을 통해 전 세계 밀폐용기시장 점유율 증가가 가능할 전망이다.

올해 락앤락은 지난해보다 30%가량 증가한 650억~700억원 수준의 순이익을 거둘 전망이다. 주된 요인은 중국 상하이 판매법인 판로가 늘어난 것에 따른 실적 개선이다.

더불어 추가적인 주가 상승도 기대된다. 2월 3일 종가 기준 2만3850원인 주가의 주가수익비율(PER)은 18.3배다. 이는 락앤락과 비슷한 성장 모델을 갖고 있는 아모레퍼시픽오리온의 2009~2010년 예상 PER 20~25배 수준에 못 미친다. 따라서 추가적인 주가 상승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소연 기자 sky6592@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544 합본호(10.02.17/24일자)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