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2월 24일 수요일

EU, 웹 브라우저 선택권 소비자 품으로

마이크로소프트(MS)가 3월 1일부터 유럽 지역에서 사용자들이 윈도우 업데이트를 할 때 웹 브라우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화면을 추가한다. 이로서 MS는 유럽에서의 기나긴 ‘웹 브라우저 전쟁’에 종지부를 찍게 됐다.

데이브 하이너 MS 부사장 겸 법률 부고문은 지난 19일 법무정책실이 운영하는 기업블로그 ‘마이크로소프트 온 더 이슈‘를 통해, 3월 1일 부로 유럽 지역에서 웹 브라우저 선택 화면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조치로 유럽지역에서 새로 출시되는 PC의 경우 제조사나 사용자가 인터넷 익스프롤러(IE) 외에 다른 웹 브라우저도 기본 브라우저로 설치할 수 있게 됐다. 기존에 IE를 기본 브라우저로 사용했던 사용자들에게도 윈도우 업데이트를 할 때 웹 브라우저를 고를 수 있는 선택화면이 제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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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부터 유럽에서 제공될 웹 브라우저 선택화면(출처 : microsoftontheissues.com)

웹 브라우저 선택 화면은 다양한 웹 브라우저의 리스트를 보여줄 뿐만 아니라, 웹 브라우저를 설치하고 도움말을 볼 수 있는 링크를 제공한다. 제공되는 웹 브라우저의 순서는 EC의 권고를 따라 무작위로 나열된다.

하이너 MS 부사장은 다음주부터 영국, 벨기에, 프랑스에서 시범적으로 웹 브라우저 선택 화면이 제공되며, 3월 1일부로 유럽 전 지역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유럽지역에서 있었던 MS에 대한 기나긴 웹 브라우저 반독점 소송의 결과다. 2000년대 초반 미국을 뜨겁게 달궜던 ‘웹 브라우저 전쟁’은, 2007년 오페라 소프트웨어가 MS를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에 제소하면서 유럽으로 전장이 옮겨졌다. MS가 윈도우 운영체제에 자사의 IE를 기본 탑재해 사용자들의 웹 브라우저 선택권을 제한했다는 것이 오페라소프트웨어의 주장이었다.

2009년 1월, EC는 “윈도우 운영체제에 IE를 끼워팔아 반독점법을 위반했다”며 MS의 혐의를 인정했다. 이에 대해 MS는 유럽시장에서 웹 브러우저가 탑재되지 않은 윈도우7을 공급하겠다는 성명을 밝혔으나, EC와 타 브라우저 업체들의 반응이 시큰둥하기만 했다. 소송이 장기화되자 MS는 지난 6월 사용자들에게 웹 브라우저 선택권을 주겠다고 타협안을 제시했고, 세부적인 사항을 조율해 지난 12월 EC의 수용을 얻어냈다.

한편, 이번 조치로 인해 유럽지역에서 웹 브라우저 시장 점유율에 어느 정도의 변화가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웹 분석업체 스탯카운터에 따르면 현재 유럽지역에서 IE가 45.4%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으며, 파이어폭스(39.3%), 구글 크롬(6.4%), 오페라(4.3%), 애플 사파리(3.7%)가 뒤를 잇고 있다.

타 웹 브라우저 업체들이 이번 조치에 기대감을 걸고 있는 이유는, 웹 브라우저 선택 화면이 윈도우 7 사용자 뿐만 아니라 윈도우 비스타와 XP 사용자들에게도 제공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IE가 높은 시장 점유율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 중의 하나가 윈도우 XP에 기본 탑재돼 있었던 IE 6 때문이었다. 아직도 많은 윈도우 XP 사용자들이 2001년에 출시된 IE 6를 업그레이드 하지 않고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웹 브라우저 선택화면이 제공되면 IE 6 사용자들이 대대적으로 IE 8이나 다른 웹 브라우저로 업그레이드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유럽지역에서 IE 6 사용자를 제외하면 IE와 파이어폭스의 점유율은 비슷한 수준이다. IE 6 사용자들이 어떤 웹 브라우저를 선택할지는 뚜껑이 열려봐야 알 수 있다. 그러나 만약 많은 사용자들이 점유율 2위를 달리고 있는 파이어폭스를 선택한다면, 유럽시장에서 단숨에 파이어폭스가 점유율 1위의 업체로 떠오를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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