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0억원대 주식 ‘거부(巨富)’ 된 김준일 락앤락 회장 | |||||||||
상장 1주일 만에 주식 부호 20위로 | |||||||||
바로 전날인 2월 3일 종가 기준으로 김 회장은 상장사 주식 부호 20위에 올랐다. 김 회장보다 순위가 높은 창업자는 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17위)이 유일하다. 19위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이다. 밀폐용기 전문업체 락앤락은 김준일 회장이 맨손으로 일군 회사다. 락앤락의 전신은 생활용품 수입업체 ‘국진화공’. 20대 중반이던 1978년에 국진화공을 설립하고 욕실용품, 청소용품, 어린이용품 등 무려 600여가지에 달하는 다양한 생활용품을 수입했다. 장사가 꽤 잘됐다. 자신감을 얻어 80년대 중반엔 자체생산을 시작했다. 그러나 가격이 저렴한 제품을 다품종 소량생산하다 보니 관리가 쉽지 않았다. 설상가상 외환위기가 도래하고 내수시장이 얼어붙으면서 회사는 문을 닫아야 할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78년 주방용품 수입업체로 시작 “어떻게 하면 살아남을 수 있을까 고민하고 또 고민했습니다.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이 ‘살길은 오직 한 가지 품목에 집중하는 것’이었습니다. 낮은 가격으로 승부해야 하는 생활용품 시장에서 기존과 같은 다품종 소량생산으로는 도저히 가망이 없다고 본 거지요. 다음 고민은 ‘그렇다면 어떤 품목에 집중할 것인가?’였습니다. 전 세계 주부들이 인종이나 문화적 차이 없이 공통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보편적인 물건을 찾아 헤매다 ‘밀폐용기’가 답이라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답은 얻었지만 구현할 방법이 묘연했다. 당시 전 세계 밀폐용기시장은 미국 타파웨어사가 50년 넘게 지배해오고 있었다. 사실 타파웨어 제품이 밀폐력이 뛰어난 것은 아니었다. 자칫하면 국물이 흘러넘치는 경우도 다반사. 그럼에도 ‘그나마 가장 밀폐력 좋은 용기’라는 이미지에 힘입어 밀폐용기 대표브랜드로 군림했다. 기존과 다른 새로운 방식으로 더 밀폐력이 뛰어난 용기를 만들어냄으로써 타파웨어 제품과의 차별성을 부각시키지 않는 한 승산이 없어 보였다. 수많은 아이디어 회의 끝에 ‘100% 밀폐력을 얻기 위해 뚜껑에 날개를 달아보자’는 답을 얻었다. “새지 않는 밀폐용기를 만들어보자 싶었어요. ‘새지 않으면 다들 사지 않겠나’라는 아주 단순한 생각이었지요. 그냥 손으로 눌러 닫는 뚜껑이 아니라, 날개가 달려 꽉 물어주는 뚜껑이라면 국물이 새지 않을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김 회장과 연구팀은 꼬박 1년 넘게 매일 밤을 새다시피 하면서 실험하고 또 실험했다. 우선 이런저런 두께와 형태의 날개를 붙여봤다. 어떤 것은 너무 잘 부러졌고, 어떤 것은 꽉 물리지가 않았고, 어떤 것은 부드럽게 닫히질 않았다. 날개를 이리저리 바꿔보다 날개가 아닌 힌지(뚜껑 날개와 용기를 연결하는 경첩)가 문제라는 걸 알아냈다. 수천번의 실험 끝에 날개가 유연하면서도 쉽게 부러지지 않게 하는 최적의 힌지두께가 0.4㎜라는 ‘시크릿’을 찾아냈다. 더불어 힌지에 얇은 홈을 내니 날개가 몸체에 완벽하게 접합했다. 98년 이 기술로 김 회장은 ‘4면 결착형 흐름 차단공’이란 특허를 따냈다. 제품 이름은 ‘락앤락’으로 결정했다. ‘두 번 잠근다’는 뜻이다. 세계 최초의 날개 달린 밀폐용기는 이렇게 탄생했다. 우여곡절 끝에 제품을 만들고 보니 이번엔 팔 곳이 마땅찮았다. ‘불티나게 팔려나갈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시장 반응은 썰렁했다. 소비자들은 습관대로 타파웨어 제품만 찾았다. 어쩔 수 없이 국외로 눈을 돌렸다. 전시회마다 쫓아다니던 중, 한 캐나다 바이어가 세계 최대 홈쇼핑 채널인 미국 QVC 방송에 제품을 소개하자고 제안했다. 방송에서 락앤락 속에 지폐를 넣은 후 수조 속에 담갔다 꺼냈다. 조금도 젖지 않은 지폐를 두 눈으로 본 소비자들은 줄줄이 주문전화를 걸어댔다. 준비해 간 5000세트가 순식간에 팔렸다. 2001년 6월 일이다. 미국에서의 성공스토리가 알려지면서 이번에는 국내 홈쇼핑업체들로부터 방송 제안이 밀물처럼 밀려 들어왔다. LG홈쇼핑(현 GS홈쇼핑)에서 9회 연속 매진 기록을 세우며 밀폐용기시장 역사를 새로 써나가기 시작했다. 당시 락앤락이 세운 분(分)당 매출액 1000만원은 아직도 홈쇼핑업계에서 회자되는 ‘전설’이다. 현재 락앤락의 한국 밀폐용기시장 점유율은 60%에 육박한다. 11개 국외 영업법인, 4개 국외 생산법인, 70여개 국외 직매장을 구축한 덕분에 세계 시장점유율도 7%대에 달한다. 2003년 1000억원을 넘어선 매출액은 2009년 2750억원으로 늘어났다. 영업이익은 150억원, 순이익은 500억원가량으로 추정된다. P&G 같은 종합생활용품업체가 꿈
“락앤락을 플라스틱 밀폐용기 제조업체로만 아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락앤락은 현재 플라스틱 밀폐용기를 비롯해 내열유리와 도자기 밀폐용기, 보온제품, 스테인리스 용기, 냄비, 수납함 등 다양한 주방생활용품을 제조하고 있습니다. 종합주방생활용품 업체라는 얘기지요. 세계적인 생활용품업체 P&G와 같은 회사를 만드는 게 꿈입니다.” ■ 락앤락 주가전망 - 안지영 IBK투자증권 연구위원 세계 시장점유율 확대로 주가 상승 기대
주식투자 측면에서도 중장기적으로 주목할 만하다.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국내에 이어 동남아 시장을 공략하기 시작해 제2의 성장기에 진입했다. 락앤락은 현재 한국·중국·베트남에 위치한 공장과 11개의 국외 영업법인, 70여개 국외 직매장을 통해 104개 지역에서 제품을 판매한다. 지난해 기준 약 4조원으로 추정되는 전체 밀폐용기시장에서 7%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둘째, 중국을 중심축으로 세운 글로벌 전략이 맞아떨어져 세계 시장점유율 확대가 기대된다. 최근 중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투자가 강화됨에 따라 락앤락의 상품 구성도 보다 다양화 되는 추세다. 특히 ‘락앤락아쿠아’의 경우 중국 내 히트 상품으로 부각되고 있다. ‘락앤락아쿠아’는 기존 히트 상품에 이은 제2의 히트 상품임과 동시에 아웃도어 상품군으로 브랜드 확장을 의미하고 있어 락앤락의 중장기 성장 전략을 이어주는 제품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종합해볼 때 중국을 중심으로 투자 확대와 브랜드 개발을 통해 전 세계 밀폐용기시장 점유율 증가가 가능할 전망이다. 올해 락앤락은 지난해보다 30%가량 증가한 650억~700억원 수준의 순이익을 거둘 전망이다. 주된 요인은 중국 상하이 판매법인 판로가 늘어난 것에 따른 실적 개선이다. 더불어 추가적인 주가 상승도 기대된다. 2월 3일 종가 기준 2만3850원인 주가의 주가수익비율(PER)은 18.3배다. 이는 락앤락과 비슷한 성장 모델을 갖고 있는 아모레퍼시픽과 오리온의 2009~2010년 예상 PER 20~25배 수준에 못 미친다. 따라서 추가적인 주가 상승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소연 기자 sky6592@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544 합본호(10.02.17/24일자) 기사입니다] |
2010년 2월 16일 화요일
7000억원대 주식 ‘거부(巨富)’ 된 김준일 락앤락 회장
피드 구독하기:
댓글 (Atom)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