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을지로에서 20년째 운영중인 한 순대국 전문점은 점심시간 피크타임이 무려 3시간이다. 바쁜 시간을 피하려는 고객이 오전 11시부터 가게를 찾기 때문이다. 이곳의 창업자는 고객이 기다리는 줄이 20m가 넘어도 결코 서두르는 기색이 없다. 그런데도 고객들은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 이들은 가게에 대해 애착을 가진 단골들이다.
경기불황 시대, 단골 확보 전략이 외식업 창업에서 재부상하고 있다. 20%의 단골이 80%의 매출을 책임질 정도로 창업에서 단골 확보의 중요성이 크기 때문이다.
단골은 고객 중에서도 창업자에 대한 충성심이 가장 높은 사람들이다. 이들은 기회가 닿을 때마다 지인들의 발걸음을 창업자의 매장으로 끌어온다. 고객이면서 동시에 홍보직원인 셈이다.
그럼에도 많은 창업자가 단골 확보에 애를 먹고 있다. 경쟁심화, 음식 맛의 평준화 등으로 고객의 발길을 잡기 어려운 것이다.
체계적인 고객관리 필수
고객을 기억해 주는 것은 단골 확보의 기본이다. 점포 인근의 거주자, 사무실 근무자 등의 고객은 서비스에 만족하면 수시로 창업자의 점포를 방문할 수 있다. 이때 얼굴을 기억하고 한결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면 가족, 직장 동료 등을 신규고객으로 끌어 오기가 수월해진다.
이를 위해서는 ‘고객카드’ ‘고객 관리 프로그램’ 등을 활용해 방대한 고객정보를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또 매일 영업종료 후 꾸준하게 업데이트해 밀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때 명함을 받고 추첨을 통해 할인혜택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만들면 창업자가 고객정보를 한층 쉽게 확보할 수 있다.
고객정보를 확보해도 핸드폰 메시지, 이메일 등으로 무분별한 광고를 남발해서는 안 된다. 그보다는 결혼기념일, 생일 등의 특별한 날에 메시지를 발송하되, 할인이벤트 등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해야 단골로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
단골 확보에서 주의할 점은 대기시간을 줄이는 것이다. 고객이 유난히 몰리는 날이거나 주방의 업무과중으로 어쩔 수 없을 때는 고객이 지루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아무리 음식이 맛있고, 분위기가 좋아도 고객이 기분을 상하면 창업자가 부정적인 이미지를 씻기 어렵다.
서비스 메뉴, 정보책자 등을 활용하면 고객의 입맛을 돋우고, 대기시간의 지루함까지 달랠 수 있다. 국수전문점에서 국수가 나오기 전 적은 양의 보리밥, 삶은 메추리알 등을 내놓으면 고객이 기다리는 시간을 무료하게 보내지 않을 수 있다. 주점이라면 술의 역사, 맛있게 먹는 방법, 보관시 온도 등 전문자료를 비치해 술에 대한 기대감을 줄 수 있다.
고객의 부담을 줄여주는 것도 필요하다. 종업원의 지나친 친절은 자칫 영업행위로 비칠 수 있어 고객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다. 상권, 고객의 연령대, 외식업체의 특성에 따라 고객이 부담을 느끼는 정도는 천차만별이다. 따라서 창업자는 종업원의 어떤 행동에 고객이 불편함을 느끼는지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
지나친 호객, 부담된다
고객이 이것저것 물어볼 때는 음식의 재료, 경쟁업소와의 차별점, 권장메뉴 등을 설명하면 좋다. 하지만 구매를 강요하는 느낌이 들어서는 안 되며, 고객이 매장에 발을 들여놓고 처음 내뱉는 말과 동떨어진 메뉴를 권해서는 안 된다.
바쁜 시간대 창업자가 저지르는 흔한 실수는 표정관리를 못하는 것이다. 식사시간이 한정된 점심시간, 직장인들은 기다려 주는 데 인색하다. 창업자가 허둥대거나 조급한 모습을 보이면 고객들은 더 짜증을 내기 일쑤다. 따라서 고객이 몰릴수록 여유를 갖고 잔 실수를 예방하면 ‘장사가 잘되는 가게’ ‘기다릴 만한 가치가 있는 곳’으로 인식시킬 수 있다.
창업전문가들은 “단골 모집에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관계 구축이다”라며 “튼튼한 신뢰관계가 형성되면 실수에 관대할 뿐만 아니라, 바쁠 때 직접 반찬, 음료수 등을 가져다 먹는 등 창업자에게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단골의 매출 비중을 모르지 않지만 실제 단골을 확보하는 것은 너무나 어렵다. ‘기본만 해도 망하지는 않는다’는 말에서 보듯이 기본만 하면 단골은 생기기 마련이다. 그런데 장사가 안된다면 내가 어떤 곳에서 기본을 놓치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기본 위에 기대 이상의 서비스가 제공될 때 고객은 만족이라는 선물을 주고 떠날 것이다.
[일요시사=이범석 기자│스포츠서울닷컴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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