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정·재계를 대표했던 거인들. 왼쪽부터 이병철 전 삼성 창업주, 정주영 전 현대 창업주, 박태준 전 민자당 최고위원. |
‘기득권 대물림은 이제 그만.’
최근 참여연대의 재벌가 혼맥 일부 공개 이후 시민들의 목소리다. 이들은 정·관계 인사들과 재계가 거미줄처럼 얽혀져 있는 것에 대해 놀라움을 금치 못하면서 조사작업을 진행했던 참여연대와 MBC ‘PD수첩’에 비판하는 내용을 계속 제기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참여연대가 2차로 30대 재벌을 근간으로 한 한국사회 지도층 혼맥도의 전체 아웃라인을 추가로 공개, 파문이 커지고 있다. 시민들을 충격과 흥분의 도가니 속으로 몰아넣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뜨겁게 달궈진 네티즌들의 비판성 글들이 인터넷을 끊임없이 항해하고 있어 파문은 일파만파 확산될 조짐이다. 현재 시민들이 의혹을 나타내고 있는 시각들을 중심으로 재벌가 혼맥을 유형별로 재구성해 본다.
이번에 추가 발표된 전체 혼맥도는 52개 재벌가의 친인척과 3천 여명의 정관계 지도층을 대상으로 조사한 혼맥관계 중 혼인관계가 뚜렷한 2백명을 연결한 것이다. 이를 보면 재벌가의 ‘혈맹관계’를 여실히 알 수 있다.
재벌가 혈맹관계에 관한 시민들의 시각은 분분하다. 하지만 현재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은 정경유착의 고리와 정략결혼으로 모아지고 있다. 실제 혼맥도를 보면 이런 의혹을 갖기에 충분하다는 게 정설이다.
정경유착형
혼맥도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 중 하나가 재벌가와 권문세도가의 혈맹관계다. 국내 굴지의 재벌들 중에는 권문세도 집안과 사돈관계를 형성한 경우가 많다. 지난 6공 때까지 이런 행태가 주류를 이뤘다.
흔히 정경유착의 고리의 핵심으로 ‘win-win 전략’을 비유한다. 서로의 이득을 취하기 위해 집안끼리 혼맥을 형성한다는 얘기다.
예컨대 재벌이 정치권과 연결고리를 만드는 이유는 생존을 위해서라는 것이다. 즉, 든든한 바람막이에다 수시로 알짜배기 사업특혜까지 얻을 수 있는 일석이조의 이점이 있기 때문에 정치권과의 혼인에 적극적이란 말이다.
정치권 역시 재벌가와의 혼사에서 손해볼 것은 없다. 정통성이 결여된 관계로 정권연장을 위한 안정적 비자금을 확보할 수 있어서다. 이같은 이유에서 정경유착의 고리가 생성됐다는 게 정설.
일례로 지난 1992년 정부가 이동통신 사업권을 노태우 전 대통령의 사돈기업인 SK그룹(구 선경그룹)에 주기로 한 결정에 대해 정경유착에 따른 특혜라는 반대여론이 빗발친 적이 있다.
물론 이런 결혼풍속이 모두 정치·경제적 이해관계에서 비롯되는 것이라고 단정짓기에는 무리수가 따른다. 전문가들 역시 부모들의 뜻이 앞선 정략결혼이 아니라, 당사자들의 자유의사에 의해 이루어진 경우도 적지 않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권력자들이 재벌과 사돈관계를 맺게 되면 결과적으로 기업의 성장을 돕게 되고, 재벌사돈은 역시 정·관계 사돈들의 세력기반 확장에 음양으로 도움을 주게 되며, 이런 긴밀한 정경유착은 그동안 일반화되어 왔다고 이들은 강조하고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 |
노태우 전 대통령 |
전두환 전 대통령 |
‘최고권력층을 잡아라’
30대 재벌 중 정치권과 가장 많은 인연을 맺은 곳은 한화그룹이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서정화 국회의원의 큰딸과 지난 1982년 혼인했다. 아울러 김신 전 교통부장관과도 이어진다.
한화가는 또 박정희 정권 시절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천하의 권문세도가 이후락 전 중앙정보부장과 사돈관계다. 김 회장의 누님인 영혜씨가 이 전 부장의 장남인 동원씨(제일화재 회장)와 백년가약을 맺었다.
SK그룹 역시 정치권과 밀접하긴 마찬가지다. 이후락 전 중앙정보부장과는 사돈관계다. 최종현 전 SK그룹 창업주의 형인 최종건 회장의 막내딸 예정씨가 이 전 부장의 막내며느리다. 때문에 한화그룹과 SK그룹은 ‘가깝고도 먼’ 사돈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SK그룹은 또 노태우 전 대통령과도 사돈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고 최 창업주의 맏아들 태원씨(현 SK 회장)가 노 전 대통령의 장녀 소영씨와 혼연의 관계를 맺었다.
이를 따라가면 전직 국회의원을 지낸 김복동씨(노태우 전 대통령 부인 김옥숙 여사의 오빠)와 연결된다. 김씨의 둘째 딸은 한일그룹 창업자인 고 김한수 회장 다섯째 며느리다. 따라서 SK그룹과 한일그룹도 줄사돈지간이 된다.
역대 대통령과 사돈관계를 형성한 재벌가는 또 있다. 한국제분과 풍산금속이 주인공이다. 한국제분은 전두환 전 대통령과 사돈지간이며 이는 권노갑씨에게까지 이어진다.
풍산그룹 역시 박정희 전 대통령과 사돈관계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IMF 때 몰락한 벽산그룹 김인득씨 집안과 사돈지간이다. 박 전 대통령의 셋째형인 박상희씨의 딸 설자씨가 김씨의 둘째 며느리다. 이를 따라가면 김종필 자민련 명예총재와 연결된다. 설자씨가 김 명예총재의 처제다.
풍산그룹은 또 박 전 대통령과 직접적 사돈관계를 맺은 바 있다. 박 전 대통령의 둘째딸 근영씨가 지난 1982년 유찬우 회장의 장남 청씨와 결혼했다. 하지만 일상생활이 순탄치 못해 6개월도 안돼 갈라서고 말았다.
권문세도가와의 혼연
국어사전에서 ‘정략결혼’을 찾아보면 ‘주혼자(主婚者)가 제 이익을 위해 당사자의 의사를 무시하고 억지로 시키는 결혼’으로 나와 있다. 목적성을 갖고 혼인관계를 형성한다는 얘기다.
물론 해당 재벌들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해명하겠지만 혼맥도를 보면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 힘든 대목이 많은 게 사실이다.
혼맥도를 보면 한 때 실세를 자청하거나 자청했던 위치에 있던 정치인 집안과 직·간접적 인연을 맺고 있다.
일례로 재계 서열 1위를 지키고 있는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장인은 홍진기 전 내무장관이다. 이를 따라가면 노신영 전 총리와 인연이 닿는다. 홍 전 장관의 딸이 노 전 총리 집안에 시집을 간 탓이다. 또 홍 전 장관 가문은 김복동 전 국회의원과 연결돼 있다.
현대가 역시 노신영 전 총리와 사돈지간이다.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과 사돈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 정 명예회장의 큰 딸이 노 전 총리의 큰 며느리다. 이 때문에 삼성그룹은 현대그룹과 직접적 성혼은 없었지만 한 다리 건너 사돈지간으로 얽혀 있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6남인 정몽준 의원도 김동조 전 외무장관과 ‘장인과 사위’란 연을 맺고 있다. 정 의원의 부인이 김 전 장관의 막내딸인 영명씨다.
재계서열 26위인 코오롱그룹과 재계서열 44위인 풍산그룹과도 사돈지간이 된다. 이 관계의 중심엔 김종필 자민련 총재가 있다.
이원만 전 코오롱그룹 회장의 둘째아들인 동보씨가 지난 1974년 당시 공화당 정권의 2인자였던 김종필 자민련 명예총재의 큰딸 예리씨와 백년가약을 맺었다. 이들의 결혼은 당시 고 육영수 여사가 이씨 집안과 대통령 조카사위인 김 명예총재 집안을 연결시키기 위해 적극 주선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오롱그룹은 육군참모총장 출신으로 총리와 국회의장을 지낸 정일권씨와 신병현 전 부총리의 사돈간이다. 이 전 회장의 셋째동생인 원천씨의 아들이 정씨 딸과 혼인했다. 또 이동찬 코오롱그룹 회장의 딸이 신 전 총리 집안으로 시집을 갔다.
코오롱그룹은 재계 서열 31위인 영풍그룹과도 혼연관계에 있다. 영풍그룹 집안과 정일권씨집안과는 사돈지간이란 이유에서다. 영풍그룹은 또 김세련 전 재무장관과도 연을 맺음으로써 인맥을 구축했다.
한때 당대 실세를 자처했던 정치인과의 혼맥관계는 또 있다. 동부그룹과 태광그룹, 강원산업, 미원그룹 등이 그들이다.
동부그룹은 이철승 전 야당총재와 사돈관계다. 김준기 회장의 동생인 택기씨가 거물 야당 정치인이었던 이철승 전 신민당 대표최고위원의 사위다. 롯데그룹과는 또 여동생을 통해 사돈관계를 맺고 있다.
태광그룹은 이기택 전 민주당 고문과 한 집안이다. 이 전 대표의 누님인 선애씨가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의 모친이다. 이 때문에 정경유착 의혹을 끊임없이 받았지만 ‘깨끗한 장부’란 모토를 지속시킴으로써 결백성을 입증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태광그룹의 혼맥은 동국제강과 롯데그룹으로까지 연결된다. 이 회장의 형님인 영진씨가 장상준 전 동국제강 회장 집안과 연을 맺었다.
강원산업은 박태준 전 민자당 최고위원과 사돈관계다. 때문에 전두환 전 대통령과 연결될 뻔했으나 불운(?)으로 연이 끊어졌다. 박 전 최고위원의 넷째 딸인 경아씨가 지난 1987년 전 전 대통령의 둘째아들 재용씨와 결혼했으나 성격 차이에 따른 불화로 2년5개월만에 합의이혼한 탓이다.
미원은 김복동 전 국회의원과 사돈지간. 따라서 혼맥도를 따라가 보면 삼성그룹과 멀고도 먼 사돈지간이 형성되고 있다.
이후락 |
노신영 |
이철승 |
관료와 재벌간 혼연관계
당대 관료들과 혼연관계를 맺은 경우도 많다. 이들과의 혼연은 정부정책 및 정보에서 발빠르게 대응할 수 있고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이점으로 정경유착의 또 다른 따가운 시선을 받았다.
물론 관료들이라고 해서 이익이 없는 것은 아니다. 재벌 가문과의 인연은 소위 ‘실탄’을 확보한 것과 다름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 견해다. 이런 필요충분조건에 의해 집안과 집안이 맺어졌다는 게 정설이다.
혼맥도를 보면 재벌가 중 LG그룹이 관료 집안과 가장 많은 혼맥을 형성하고 있다.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둘째 동생인 정회씨(작고)의 둘째아들인 자헌씨는 조종열 전 대한수산회장의 딸인 금숙씨와 결혼했다.
셋째동생인 구태회 명예회장의 장녀는 이계순 전 농림부장관 집안으로 출가했고, 구자경 전 그룹회장의 장남인 본무씨(현 LG그룹 회장)가 김태동 전 보사부장관의 딸인 영식씨와 혼인했다. 또 장녀는 김용관 대한보증보험 사장의 아들인 화중씨와 백년가약을 맺었다.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다섯째 동생인 구두회 명예회장의 장녀는 김택수 전 공화당 원내총무 집으로 시집갔다. LG그룹은 이처럼 당대 관료들과의 혼맥 형성에 적극적이었던 것이다.
LG그룹에 못지 않은 혼맥을 갖고 있는 곳은 효성그룹이다. 효성 역시 5개 관료 집안과의 혼맥도를 보여주고 있다. 우선 고 조홍제 효성그룹 창업주는 홍금식 전 변호사회 회장과 사돈지간이다. 차남인 양래씨가 홍문자씨와 백년가약을 맺었다.
하지만 효성그룹과 관료집안의 혼사는 조 창업주의 동생인 성제씨(작고)가 적극적이었다. 홍재선 전 전경련 회장의 딸인 애수씨가 셋째며느리(3남 경래씨와 결혼)다. 넷째 아들인 익래씨는 원용석 전 경제기획원장의 딸인 정선씨를 아내로 맞아 들였으며 장녀인 정숙씨는 정종철 전 서울시장의 아들인 창순씨와 혼인, 정씨 집안으로 출가했다.
한진그룹과 금호그룹 역시 만만치 않은 혼맥을 나타내고 있다. 이들 집안과 사돈관계를 맺은 관료집안 각각 4곳과 3곳이다.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는 이 전 차관의 딸인 명희씨를 장남인 양호씨와 혼인시킴으로써 직접적 사돈을 맺었다. 또 이 전 은행장의 아들인 태희씨를 사위로 맞아들였다.
또 조중렬씨(조 창업주의 형)의 둘째 아들인 지호씨는 이 전 상공장관의 딸인 숙희씨와, 조중건(조 창업주의 다섯째 동생)의 장녀 윤정씨는 이 전 외부장관의 아들인 정훈씨와 혼인함으로써 사돈관계를 형성했다.
박인천 금호그룹 창업주의 경우엔 관료 집안과 직접적 사돈관계를 모두 형성하고 있는 것이 특징적이다. 차남인 정구씨(작고)는 김익기 전 국회의원의 딸인 형일씨를, 3남인 삼구씨는 이정환 전 재무부장관의 딸인 경렬씨와 혼인했다. 장녀인 경애씨는 배태성 전 제헌의원 집안(영환씨와 결혼)으로 출가했다.
재벌집안간 윈-윈 혼맥형
‘스페셜 패밀리 라인.’ 재벌 집안끼리 혼사를 빗댄 말이다. 예전처럼 권력층의 도움을 받지 않고도 얼마든지 꾸려갈 수 있다는 판단에 기인한 최근의 현상이다. 이 같은 혼맥구축은 경쟁관계이면서도 우호적인 관계를 형성할 수 있어 기업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
현재 재벌그룹 중 가장 화려한 혼맥을 형성하고 있는 곳이 바로 LG그룹이다. LG그룹의 혼맥은 재계뿐만 아니라 언론계, 관계, 학계까지 이어지고 있다. 삼성그룹 역시 그룹 규모만큼이나 정·재계의 거대한 혼맥을 유지하고 있다. 롯데그룹과 금호그룹도 화려한 혼맥으로 재계를 거미망 줄처럼 엮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스페셜 패밀리 라인 형성에 대한 시민들의 시각은 곱지만은 않다. ‘그들만의 세상’을 구축한 것은 ‘끼리끼리 다 해 먹는다’는 비난을 형성하기도 한다. 특히 자신들의 기득권을 철옹성처럼 지키기 위한 행태는 국가 발전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게 시민들의 중론이다.
LG家의 ‘재벌 사돈잡기’
재계에서 가장 화려한 혼맥을 자랑하는 LG그룹을 ‘흔히 재벌 혼맥의 본류’로 분류한다. 혼맥을 따라가 보면 국내에서 ‘내노라’하는 재벌가 집안과 연결이 되지 않는 데가 없을 정도다. 실제 LG그룹이 직접적인 혼맥관계를 맺고 있는 곳만도 삼성·SK·두산·금호·한진·대림그룹 등 이루 말할 수 없다.
LG그룹의 재벌 사돈잡기 시작은 지난 1957년부터다. 국내 랭킹 1위인 삼성그룹과의 통혼도 이 때 이뤄졌다. 물꼬를 튼 주인공은 고 구인회 럭키금성(LG 전신) 창업주의 셋째아들 자학씨(현 아워홈 사장)와 고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의 차녀 숙희씨다. 이들의 결혼은 통혼의 시발이 됐다. 재계 정상에 있는 두 그룹이 사실상 결혼으로 맺어진 사이다.
이 인맥은 한진그룹까지 이어진다. 자학씨의 둘째 딸인 명진씨는 한진일가로 출가하며 한진그룹과 연을 맺었다.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의 아들 명호씨와 백년가약을 맺은 것이다.
최태원·노소영 부부. 최씨는 현 SK회장이며, 노씨는 노태우 전 대통령의 딸이다. |
현대가문과의 인연은 지난 1996년에 이뤄졌다. 일찍이 세상을 떠난 고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4남 몽우씨의 장남인 일선씨와 구태회 LG전선 명예회장의 손녀 은희씨가 결혼, 사돈지간이 됐다. LG가문은 이에 따라 삼성과 현대가문 등과 가깝고도 먼 친척인 사돈관계를 형성했다.
금호가문과는 구자훈 LG화재해상보험 회장의 3녀 문정씨가 박성용 금호그룹 명예회장의 장남 재영씨와 혼사를 치르면서 연결됐고, 고 구인회 회장의 막내 동생 두회씨는 한일그룹과 혼맥을 맺었다.
LG가문은 한일그룹과도 연을 맺고 있다. 구인회 회장의 막내 동생인 두회씨의 장녀 은정씨가 김한수 한일그룹 창업주의 동생인 김택수씨의 아들인 중민씨와 결혼했기 때문이다. 또 박두병 두산그룹 회장의 3남 용훈씨는 구인회 명예회장의 조카사위가 됐다.
LG가문과 대림가문과는 직·간접으로 사돈관계가 형성돼 있다. 일단 구인회 회장의 차녀 자혜씨는 대림산업 창업주인 이규덕 회장의 아들 재연씨와 혼사를 치렀다.
장남인 구자경 명예회장은 대지주 딸인 하정임씨와 결혼한 이후 대림그룹에 딸을 시집보냈다. 이로 인해 직·간접적 혼맥을 만든 것이다.
이밖에 대한펄프 최병민 가문, 한국타이어 조양래 가문, 대한전선 설원량 가문 등과도 혼맥으로 연결돼 있다.
삼성家의 ‘재벌 사돈잡기’
삼성가문의 혼맥 특징은 직접적 관계가 그다지 많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혼맥도를 따라가다 보면 여타 그룹 일가와 비슷하고 복잡하다. 특히 조선·중앙·동아일보와 혼연관계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 눈에 띈다.
삼성그룹이 재벌가문과 직접적인 혼맥을 이룬 것은 지난 1957년 LG가문과의 성혼이 처음이다. 고 이병철 그룹회장의 차녀 숙희씨가 고 구인회 LG 창업주 집안(자학씨와 결혼)의 며느리로 들어갔다. 뿐만 아니라 사위인 자학씨가 한진가문과 사돈이 되면서 삼성가문과 한진가문간도 두 다리 건너 사돈관계가 형성됐다.
삼성가문은 이후로 40여 년 가까이 재벌가문과의 이렇다 할 통혼을 하지 않았다. 이 같은 흐름이 깨진 것은 지난 1998년 ‘삼성의 황태자’로 불리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장남 재용씨(삼성전자 상무)와 대상(구 미원)가문과의 혼사였다.
재용씨는 1998년 6월,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의 장녀 세령씨와 결혼했다. 이 결혼은 당시 세간의 화두로 부각되기도 했다. 삼성그룹의 실질적 후계자인 재용씨와 아버지(임 명예회장)로부터 막대한 지분을 물려받은 세령씨와 결합이 그 이유다. 세간에선 국내 최고 ‘갑부 부부탄생’이란 말이 나돌았을 정도다.
재용씨와 세령씨의 만남 뒤에는 어머니들의 두터운 친분이 숨어있었다. 재용씨의 어머니인 홍라희 여사와 세령씨의 어머니인 박현주 여사가 친분을 활용, 첫 만남을 주선했고 이 만남이 두 사람의 화촉을 밝혔던 것이다.
현대가문과는 직적접 혼연관계를 형성하지는 않고 있지만 한 다리만 건너뛰면 사돈지간이 된다. 이건희 회장의 장인인 홍진기 전 내무장관과 노신영 전 국무총리가 사돈간이고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도 노 전 총리와 사돈간이다. 현대가문과 직접적 성혼은 없었지만 한 다리 건너 사돈지간으로 얽혀 있는 셈이다.
이밖에 삼성가문은 김용대 동방그룹 회장, 최원석 전 동아그룹 회장, 조내벽 전 라이프그룹 회장 등과도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임세령 부부. 삼성그룹의 실질 후계자인 이 상무와 대상그룹의 지분을 상당수 갖고 있는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의 장녀 세령씨와의 만남은 1998년 6월 결혼당시 ‘국내 최고 갑부 부부’란 화두로 세간의 이목을 받았다. |
현대家의 ‘재벌 사돈잡기’
현대그룹 정주영 가문의 혼맥도 역시 화려함에서 전혀 손색이 없다. 삼성·LG·강원산업·쌍용 등의 가문과 연결돼 있는 탓이다.
현대가문은 삼성가문과는 직접적 관계는 없다. 그러나 한 다리만 건너뛰면 사돈지간으로 연결된다. 이들 가문을 연결해 주는 매개는 노신영 전 국무총리다.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의 큰딸인 숙영씨가 노 전 총리의 큰며느리다. 노 전 총리는 또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장인인 홍진기 전 내무장관과 사돈간이다. 이로 인해 현대가문과 삼성가문은 직접적 성혼은 없었지만 한 다리 건너 사돈지간으로 얽혀 있다.
LG가문과 혼연관계를 형성한 것은 지난 1997년의 일이다. 일찍이 세상을 떠난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4남 몽우씨의 장남 일선씨가 구자엽 희성전선 부회장의 장녀인 은희씨와 혼인했다. 당시 두 사람은 미국 유학시절 만나 결혼에 골인했다고 밝혔고 이 결혼은 현대가문이 재벌간 혼맥지도를 한층 넓혀 나가는데 큰 일조를 했다.
현대가문은 또 1995년 강원산업과 인연을 맺었다. 정몽구 현대차 회장의 장남 의선씨와 정도원 강원산업 회장의 장녀 지선씨가 화촉을 밝힌 것이다. 이는 재계에 재벌3세간 성혼이 줄을 잇게 불을 지핀 계기가 됐다.
쌍용가문도 현대가문과 사돈지간이다. 정 명예회장의 장남이자 아버지로부터 총애를 받았던 몽필씨의 차녀 유희씨가 김석원 쌍용 회장의 장남 지용씨와 혼례를 올렸다. 지용씨는 유희씨의 할아버지인 왕회장(고 정주영 전 명예회장)이 직접 고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금호家의 ‘재벌 사돈잡기’
호남의 대표기업으로 꼽히는 금호그룹도 재계를 거미줄 망으로 엮고 있다. 금호그룹이 맺고 있는 재벌가문은 삼성·LG가문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들 가문이 재계의 혼맥을 잇고 있어 금호가문도 역시 두 다리 건너 사돈관계를 자연스럽게 형성하고 있다.
세간에선 금호가문의 혼맥에 대해 고 박인천 창업주가 ‘내노라’하는 장안의 명문가를 두루 뛰어다니며 사돈잡기에 나선 성과로 평가하기도 한다.
금호가문과 삼성가문간의 혼연관계는 간접적이다. 박 창업주의 3녀인 현주씨가 호남 기업인 대상그룹으로 출가했다. 그런데 삼성의 후계자인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의 장모인 박현주 여사가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의 딸이다. 따라서 금호가문은 삼성가문과 간접 사돈이 된다.
반면 LG가문과는 직접적 혼맥을 형성하고 있다. 박인천 창업주의 장남인 성용씨(금호 명예회장)의 며느리가 구자훈 LG화학 회장의 막내딸인 문정씨다. 2000년 10월 이뤄진 이 결혼은 금호가문이 재계 전체와 다리 건너 사돈관계를 맺는 수확을 가져 왔다. LG가문의 혼줄의 거의 대부분이 거미줄처럼 뻗어 있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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