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7월 24일 금요일

[재벌가 얽히고 설킨 혼맥] <10탄> 삼양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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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가 얽히고 설킨 혼맥] <10탄> 삼양그룹
김 창업주, 13명의 2세 혼맥으로 ‘조촐하지만 조용한 혼맥도’ 그려내




재벌들이 혼사의 대상으로 꼽는 집안은 대체 어떤 부류일까.
최근 재벌들의 혼맥도가 공개되면서 세간의 관심은 혼인의 대상 집안과 미치는 영향에 쏠리고 있다. 실제 혼맥도를 보면 국내 재벌들이 어떤 식으로든 얽혀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이런 혼맥도를 보면 이해관계에 얽힌 혼사가 이뤄졌다는 의구심을 자아내는 것 역시 사실이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그들만의 공화국’이란 말로 빗대기도 한다. 유력한 집안과의 혼인관계를 통해 자신들만의 성(城)을 더욱 견고히 쌓아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통혼을 통해 부와 권력, 명예의 결정체를 도출해내고 있다는 얘기다. 일요시사에선 이에 재계를 움직이고 있는 재벌가문의 혼맥 실체를 집중 재조명하는 시리즈를 마련했다.
<편집자 주>

(주)삼양사의 창업주 수당 김연수(이하 김 창업주·작고)는 대표적인 민족기업가다. 그는 근대 경제사에 큰 업적을 남긴 인물로 평가되기도 하며 기업가 가운데 보수적이면서도 검소한 기업인으로도 꼽힌다. 호남 거부의 후예인 김 창업주는 일제하인 1924년 순수민족자본으로 기업을 설립해 당시 가장 핍박받던 농민을 위한 사업을 개척했다. 김 창업주가 설립한 삼양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연륜이 오래된 기업 가운데 하나로, 1924년 설립한 농장과 간척사업을 하던 ‘삼수사’가 삼양사의 전신이다.
현재 제당업을 비롯해 폴리에스터섬유, 배합사료, 수산, 축산, 이온교환수지, 견방 등 사업을 추진하는 종합기업인 삼양사(주)는 7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재계 1백대 기업 가운데 하나다. 부분별로 섬유염색 가공업에서는 2위, 음식료 기업 가운데는 11위로 꼽히는 삼양사는 2003년 시가총액 기준 전체 기업 가운데 36위를 차지했으며 2004년 4월 8일 현재 삼양사의 시가총액은 2천4백6억6천만원이다.
김 창업주는 1896년 10월1일 전라도 고부군 부안면 인촌리에서 부친 김경중씨와 모친 장흥고씨 사이에서 2남으로 태어났다. 집안의 장남이자 그의 가형되는 사람은 바로 유명한 인촌 김성수다. 당시 김 창업주의 부친은 1만5천석지기의 호남 최대거부였고 학문에도 조예가 깊었다. 모친 고씨는 충렬공 고경명의 후손인 제방씨의 딸로 후덕한 성품을 지녔다.

건강하고 알차게 뻗어나간 정·관·재계 혼맥

김 창업주는 이 같은 좋은 집안에서 자라 15세가 되던 1910년 12월8일, 자신보다 두 살 위인 박하진씨와 혼인을 맺었다. 하진씨는 광주출신으로 고부군수를 지낸 바 있는 집안의 여식. 결혼이후 그는 일본 교토제대 경제학부를 졸업한 최초의 한국인이 됐다.
김 창업주는 부인 박씨와의 사이에 7남6녀로 13명의 자녀들을 두어 후일 거대한 혼맥의 시작을 이끌었다. 아들로는 장남 상준(86), 차남 상협(84), 3남 상홍(81), 4남 상돈(79), 5남 상하(78), 6남 상철(68), 막내 7남 상응(58) 등 7남과 장녀 상경(77), 차녀 상민(76), 3녀 정애(73), 4녀 영숙(70), 5녀 정유(69), 6녀 희경(64) 등의 6녀를 두었다.
이처럼 삼양가(家)는 유교전통의 맥을 이으며 우리나라의 근대 경제사를 주도한 명문가다. 김 창업주의 13명의 자제들은 관계·학계·재계에서 하나같이 성공했다. 이 같이 훌륭한 가문과 높은 사회적 지위에 삼양그룹의 재력이 더해 김 창업주 가문의 혼맥은 건강하고 알차게 뻗어나갔다. 그는 7남6녀 13남매의 직계자녀에 손자·손녀를 포함해 모두 48명의 자손을 뒀다. 이 자손들을 통해 삼양사 가문은 정계·관계·학계·언론계·재계·지주·교육계 등과 거미줄처럼 얽힌 방대한 혼맥을 형성하고 있다.

‘정재계 고루 혼맥’ … 아들 하나씩만 그룹 경영 참여키로

90년대 그룹 회장과 모기업 회장을 역임한 상홍씨와 상하씨는 경영을 같이 하던 당시 아들 가운데 하나씩만 그룹 경영에 참여시키기로 합의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들은 합의에 따라 3세 가운데는 상홍씨의 장남 윤씨(51)와 상하씨의 장남 원(46)씨가 현재 삼양사를 이끌고 있다. 윤씨는 현재 삼양사 대표이사 회장을 맡고 있으며 사촌인 원씨는 현 삼양사 대표이사 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 창업주는 4명의 사위들 가운데서도 차녀 상민(76)씨 남편인 이두종(81)씨와 3녀 정애(73)씨 남편인 조석(77)씨를 그룹경영에 참여시켰다. 이두종씨는 1956년 삼양사 과장으로 입사해 이 회사의 대표이사 부사장까지 올랐다가 84년 회사를 떠나 재단법인 육영회 이사장, 전 양영회 이사장, 수당장학회 이사장 등을 겸임했다. 조석(사망)씨는 서울대 상대 출신으로 57년 삼양사에 입사해, 사원·총무부장·경리부장·이사·상무·대표이사 부사장을 거쳐 전 삼양제넥스 상임고문까지 역임했다. 학계인으로는 5녀 정유씨의 부군 김영국 전 서울대 부총장과 막내 희경씨의 부군인 김성완 미국 유타대학 교수가 있다.
김 창업주의 자녀들은 전반적으로 정재계 고루 혼맥을 이뤘는데 이 가운데 장녀 상경씨와 4녀 영숙씨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자녀들은 화려한 인맥과 화촉을 맺었다. 상경씨는 아폴로박사 조경철씨와 결혼후 실패해 현재 독신으로 살고 있고, 4녀 영숙씨는 결혼을 하지 않고 미국에서 거주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중매지만 진보적 가족 받아들이기 성공

김 창업주는 특히 자녀들의 대부분은 중매결혼으로 짝지었지만 사위와 며느리를 맞는 데서는 당시로는 상당히 진보적인 입장이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는 사위를 고를 때는 가문을 따지지 않고 사람됨됨이와 능력을 위주로 보았고, 며느리는 후덕한 집안출신으로 신식교육을 받은 신여성이기를 원했다. 특히 사돈가의 위치를 보고 정혼하지 않은 것으로 유명해 그의 직접 사돈 가운데는 정관재계의 거물은 눈에 띄지 않는다. 김 창업주의 며느리들 가운데 위로 세 명은 이화여전 출신 등 당시의 김 창업주가 원했던 바로 그 신여성들의 표본이 많았다.
자녀들의 혼맥도를 살펴보면, 장남 상준씨는 당시 집안과 자별하게 지내던 이화여대 총장 김활란 박사의 소개로 이뤄져 43년 구영숙씨의 맏딸 연성씨를 부인으로 맞았다. 상준씨는 보성전문 상과를 나와 조흥은행에 근무할 때였고 연성씨는 이화여전 음대를 졸업한 직후였다. 차남 상협씨는 해방직후 고려대 부교수 시절, 의사 김준형씨의 2남3녀 가운데 맏딸 인숙씨와 연애결혼에 성공했다. 인숙씨도 니혼조시 대학을 나온 당시 보기드문 일본 유학 신여성이었는데 상협씨의 도쿄제대 동창 부인의 소개로 만나 연애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3남 상홍씨는 구 치안본부 재직시절, 집안 침모의 소개로 수원갑부 차준담씨의 2남2녀 가운데 맏딸 부영씨와 백년가약을 맺었다. 부영씨는 이화여고와 이화여전을 나온 재원이었다.
4남 상돈씨는 6.25직후 사업가 김유항씨의 딸 용옥씨와 결혼했다. 이 결혼도 유항씨의 친구가 중매를 섰다. 5남 상하씨는 삼양사 설탕공장 설립관계로 일본에서 일하고 있던 1953년에 아버지의 부름을 받고 귀국, 바로 박상례씨와 혼인을 맺었다. 상례씨는 공무원 출신인 박규원씨의 딸로 김 창업주의 친구가 중매를 섰다.
6남 상철씨는 사업을 하던 우근호 씨의 딸 정명씨를 부인으로 맞았고, 7남 상응씨는 공무원 생활을 했던 권오경씨의 다섯 딸 가운데 셋째딸 명자씨와 결혼했다.

출가한 5명의 딸로 재계 화려한 인맥 형성

김 창업주는 6명의 딸 가운데 ‘독신’을 선언했던 5녀 영숙씨를 제외한 다섯명을 출가시켰다. 이 가운데 장녀 상경씨만 결혼에 실패해 혼자 살고 있어 슬하에 총 4명의 사위를 두고 있다. 차녀 상민씨의 남편은 이종두씨로 삼양그룹이 운영하는 재단법인 양영회 대표이사 겸 수당장학회 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온양지주의 아들로 자란 그는 결혼후 삼양사의 경영에 참여하다가 1984년에 은퇴했다. 3녀 정애씨는 교육계에 몸담았던 조종립씨의 아들 석(77)씨와 결혼했다. 석씨는 서울대 상대출신으로 결혼후 삼양사에 입사, 이 회사 대표이사 부사장까지 역임했다.
4녀 정유씨의 남편은 전 서울대 부총장인 김영국(74)씨로 그는 인천에서 사업을 하던 김덕창씨의 8남매 가운데 3남으로 인천이 낳은 천재로 불리워졌다. 이들은 김창업주 친구의 소개로 결혼했으며 영국씨는 전 서울대 정치학과 총동창회장인 상하씨의 후배이자 매제다.
막내딸 희경씨는 교육자였던 김종규씨의 아들 김성완씨와 결혼, 현재 미국에서 거주하고 있다. 성완씨는 미국 유타대학 교수로 인공심장 분야의 권위자다.
이토록 김 창업주는 직계가족보다 3세인 손자·손녀들의 혼사를 통해 재계·정계·언론계·법조계 등 고위층에 닿는 혼맥을 이뤘다. 91년까지만 해도 수당의 손녀사위들은 모두 12명이 넘었고 이 가운데 5명의 대학교수, 2명이 의사, 나머지 5명은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처럼 재계 인물들이었다.

3세 ‘혼인’으로 본격적 인맥구도 형성

김 창업주의 장남 상준씨는 3명의 딸을 출가시켜 정관재계 인맥을 형성했다. 장녀 정원씨의 부군은 고려대와 국가대표님에서 축구선수로 활약했던 김선휘씨다. 축구를 좋아하던 상준씨는 모교인 고려대 축구팀을 지원했는데, 이 일로 선휘씨가 상준씨 집에 드나들면서 자연스럽게 혼사가 진행됐다. 선휘씨는 상준씨가 당시 고문으로 근무했던 삼양염업사의 부사장으로 일하고 있었다. 차녀 정희씨는 5공시절 당시 거물 정치인이었던 김진만씨의 맏며느리로 보냈다. 이에 따라 현 동부그룹 회장인 김준기씨를 사위로 맞았다. 3녀 정림씨는 전 문교장관 윤천주씨의 장남 대근(57)씨와 결혼했다. 대근씨는 현재 동부아남반도체 대표이사 부회장과 현 동부그룹 부회장 전자부문을 맡고 있다. 상준씨의 두 아들 장남 병휘(58)씨와 차남 범(50)씨 가운데 병휘씨는 현재 한양대학교 자연과학대 자연과학부 수학전공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김 창업주의 3남 상홍씨의 혼맥도 눈에 띈다. 상홍씨는 2남 2녀 가운데 장남 윤씨를 전 서울신문사 김종규 사장의 딸 유희씨와 혼인시켜 벽산그룹 김인득 회장과 한다리 건너 사돈이 됐다. 또 차남 량씨를 장지량 고려연초 회장의 막내딸 영은씨와 백년 가약을 맺었다. 특히 영은씨의 오빠 장대환씨는 매일경제 신문 창업주 정진기씨의 사위로, 현재 매일경제신문 대표이사회장 인쇄인 겸 발행인과 현 매일경제TV 대표이사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상홍씨는 장녀인 유주씨를 사업가 윤주탁씨의 둘째 며느리로 보내 윤주탁씨와 직접 사돈간인 박태준 전 민자당 최고위원과 둘째형 상협씨의 사돈인 정태섭 전 변호사가와 연결되고 있다. 박태준 전 위원은 현재 포스코 비상임고문으로 등재돼 있다.
이에 따라 정태섭씨는 상협·상홍 두 형제 모두와 사돈관계를 맺고 있는 셈이다. 유주씨의부군은 윤영섭 고려대 상대교수로 활동했다.
4남 상돈씨는 맏형인 상준씨의 중매로 장남 병진씨를 한홍기 전 축구대표팀 감독의 딸 혜승씨와 결혼시켰고, 차남 영로씨는 사업을 하던 정형식가의 은미씨와 혼인을 맺게 했다. 외동딸 희진씨는 전 대한항공 이사 오명석씨의 외아들 광희(47)씨에게 시집갔다. 광희씨는 전 나이스정보통신 전무이사를 역임했다.
5남 상하씨는 외동딸인 영난(42)씨를 송하철(43)씨와 화촉을 밝힘으로써 송삼석 모나미 회장의 막내며느리로 보냈다. 이에 따라 남양어망의 홍순기가와도 연결되고 있다.
6남인 상철씨는 의선(41)씨와 형석(38)씨로 1남1녀를 두었다.

삼양사, 빠르지 않지만 꾸준한 성장세

김 창업주는 한편생 생일잔치는 물론이고 육순·칠순잔치도 안했을 정도로 검소한 생활을 자식들에게 보여주었다. 덕분에 2·3세 결혼식도 친지들만이 모인 가운데 조촐하게 치르게 했으며 이같은 생활 철학을 바탕으로 삼양 그룹은 그동안 화려하지 않으나 건실하게, 빠르지는 않지만 멈추지 않고 안정된 신장세를 유지해 올 수 있었다. 1970년대 국가 경제가 고도성장기를 맞아 많은 후발기업들이 기업확장을 꾀할 때, 삼양사는 무리한 확장이나 양적 팽창보다 착실히 내실을 다지며 향상해 왔다. 더욱이 3세들이 경영전반에서 정상급 위치에 올라섰고, 사통팔달의 혼맥을 이루고 있지만 외부의 도움이나 덕을 보려하지 않고 착실한 행보를 유지해와 타 기업들의 귀감이 된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삼양그룹은 상홍·상하·상응으로 이어지는 삼양그룹의 2세 경영체제가 원, 양, 윤, 정 등의 3세 오너들의 활동으로 또다시 변화의 시기에 서 있다. 이들의 적극적인 행보를 통한 그룹의 다소 보수적이고 침제적인 경영 체제가 제3·제4의 도약을 맞길 기대해 본다.

김은경 기자 eli55@ilyosisa.co.kr” target=_blank>eli55@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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