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7월 24일 금요일

<재벌가 얽히고 설킨 혼맥 19탄> 효성그룹

<재벌가 얽히고 설킨 혼맥 19탄> 효성그룹
조홍제·성제 두 형제의 자녀 결혼 통해 화려하고 방대한 사돈관계

재벌들이 혼사의 대상으로 꼽는 집안은 대체 어떤 부류일까.
최근 재벌들의 혼맥도가 공개되면서 세간의 관심은 혼인의 대상 집안과 미치는 영향에 쏠리고 있다. 실제 혼맥도를 보면 국내 재벌들이 어떤 식으로든 얽혀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이런 혼맥도를 보면 이해관계에 얽힌 혼사가 이뤄졌다는 의구심을 자아내는 것 역시 사실이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그들만의 공화국’이란 말로 빗대기도 한다. 유력한 집안과의 혼인관계를 통해 자신들만의 성(城)을 더욱 견고히 쌓아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통혼을 통해 부와 권력, 명예의 결정체를 도출해내고 있다는 얘기다. 일요시사에선 이에 재계를 움직이고 있는 재벌가문의 혼맥 실체를 집중 재조명하는 시리즈를 마련했다. <편집자 주>

최근 효성그룹 오너 3형제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3세로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그룹안팎의 각종 정지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는 분석도 쏟아지고 있다. 특히 이들은 잇따라 효성의 지분을 늘려가고 있어 이같은 분석에 힘을 보태고 있다.
효성그룹 조석래 회장의 세 아들이자 대주주인 조현준 전략본부 부사장과 조현문, 조현상 경영전략 전무와 상무가 그들이다. 이들은 5월에만 수 차례에 걸쳐 보유지분을 대폭 늘렸다.

경영권 승계를 위한 3형제의 약진

장남인 조현준 부사장은 5월들어서만 6만9천4백10주를 매수하는 등 지난 3월말부터 5월10일까지 27만7천4백36주(0.84%)를 추가매입, 현재 그의 지분율은 6.29%에 달한다. 둘째인 조현문 경영전략 전무도 4월과 5월 두달에 걸쳐 50만주 이상을 매입해 지분율이 5.98%에 이르고 있다. 셋째 조현상 경영전략 상무의 경우에도 지난 5월12일과 13일 3만6천3백50주를 매입하는 등 꾸준히 장내매입을 통해 5.88%의 지분율을 기록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들 삼형제의 지분매입은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를 위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아직 삼형제 모두 40세가 되지 않은 어린 나이라는 점에서 후계작업이 진행되고 있다는 전망은 성급하다. 특히 삼형제 가운데 누가 그룹회장직을 물려받을 것인가 하는 예측 역시 아직은 이르다.
그러나 엇비슷하게 확보해나가고 있는 이들의 지분율은 조 회장이 낙점하지 않았음을 반증하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 또한 나오고 있다. 즉 누군가가 합법적으로 경영권을 물려받기 위해 미리부터 자기자금과 조 회장으로부터의 증여자금 등으로 주식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향후 한꺼번에 물려받았을 경우 증여세 부담도 한몫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특히 그동안 효성그룹 오너 삼형제는 보유하고 있던 해외신주인수권(BW)이 경영권 승계를 위한 특혜라는 참여연대 등의 비판을 받고 전량을 소각해 버려 장내에서 합법적으로 지분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처럼 효성그룹 삼형제의 지분율 높이기와 경영권 승계에 대한 재계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둘째 조현문 전무의 결혼식은 이들 삼형제에 대한 또 다른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재벌2세의 결혼이라는 것과 함께 이를 계기로 이들 형제가 경영에 참여하기 이전 독특한 활동을 했음이 각종 언론을 통해 보도되었던 것이다.

며느리 직접 고르는 전통

먼저 조 전무의 결혼에 대한 관심은 신부가 불을 지폈다. 신부인 이여진씨는 노무현 대통령의 영어 통역을 맡고 있는 대통령 의전비서관실의 외무관이다. 이여진씨는 조 회장 부부에 의해 며느리로 낙점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시부모와 며느리의 첫 만남은 지난 2001년 6월 한미재계회의 연례회의 석상에서였다. 당시 로펌에서 인턴으로 근무하고 있던 이여진씨는 이 회의에 옵서버로 참석해 우연찮게 조 회장 내외와 같은 테이블에 앉았다. 그러나 시어머니와는 칵테일을 나누고, 시아버지와는 가볍게 인사를 했던 정도였다.
인연은 두 번째 만남에서부터 본격화됐다. 6개월여 뒤인 2002년 1월 하와이에서 개최된 한미재계회의에 참석한 조 회장 부부는 또 다시 이여진씨를 만나 2박3일을 함께 했다. 그리고 조 회장이 직접 나서 “성실해 보이고 매너 좋아 보인다”며 둘째 아들에게 소개를 한 것이다. 이때가 방학이었고 마침 국내에 머무르고 있던 이여진씨와 조 전무의 첫 만남도 이루어졌다.
조 회장이 며느리를 예쁘게 봤던 데에는 이여진씨의 아버지도 한몫을 담당했다. 조 회장과 이여진씨의 아버지가 서로 아는 사이였던 것이다. 또 셋째 조

신덕균 전 신동방 명예회장
송인상 전 재무장관
노태우 전 대통령
홍재선 전 전경련 회장
원용석 전 경제기획원 장관

현상 상무와 이여진씨의 오빠가 연세대와 브라운대에서 함께 공부한 절친한 친구이기도 했다.
조 전무의 형인 조현준 부사장은 동생보다 2년 앞서 결혼식을 올렸다. 그러나 국내가 아닌 미국 명문 사립학교인 세인트 폴 고등학교에서 식을 치뤘던 탓에 동생처럼 떠들썩하지는 않았다. 조 부사장의 부인은 이미경씨로 이희상 한국제분 회장이 부친이다. 이미경씨는 뉴잉글랜드 음악원을 졸업하고 서울대 음대 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밟았다.
막내인 조현상 상무는 아직 미혼이다.

사돈들 대거 그룹경영에 영입

효성그룹의 창업주는 고 조홍제 회장. 그는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와의 동업으로 사업을 시작했지만 중도에 결별하고 효성물산을 창업, 오늘날 효성그룹으로 키워냈다. 만우(晩寓)라는 아호에서 알 수 있듯이 그는 56세에 기업을 창업했지만 결코 어리석지는 않았음을 생전 곳곳에서 보여주었다.
그러나 모든 면에서 늦게 시작했던 그는 결혼만큼은 빨랐다. 고 조 회장은 15세 때 진주 명문호족인 성균관 생원 하세진씨의 둘째딸 정옥씨와 결혼을 했다. 고 조회장보다 1살이 많았지만 이미 할아버지에 의해 일찌감치 정해진 결혼이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같은 방식의 혼사는 조현문 전무의 경우에서도 볼 수 있었듯이 효성그룹 오너 일가의 결혼 대부분에서 그대로 적용되고 있을 알 수 있다. 즉 고 조 회장의 자녀 3남2녀 모두가 본인들 의사에 앞서 부모의 뜻에 따른 결혼식을 올렸던 것이다.
이에 따라 효성그룹의 혼맥도는 고 조 회장과 동생 조성제 전 대전피혁 사장의 2세를 통해 송인상, 김종대, 홍재선, 원용석 가문으로 연결된다. 특히 세 아들을 통해 국내 재계 혼맥도의 중심부로 들어올 수 있었다.
고 조 회장의 장남이었던 조석래 회장의 당초 꿈은 교수였다. 때문에 결혼보다는 학업에 더 열중했고 이를 보다 못한 고 조 회장이 송인상씨의 1남4녀 가운데 3녀인 광자씨를 며느리로 맞이했다. 송인상씨는 재무장관, 수출입은행장을 두루 거친 경제계의 거물로 사돈을 맺기 이전부터 친분이 두터웠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송인상씨가 조 회장을 사윗감으로 눈여겨 보고 있었고 고 조 회장에게 혼담을 넣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사돈관계인 두 사람의 친분은 더욱 깊어져 송인상씨가 효성그룹 경영에까지 참여하게 된다. 동양나이론 회장을 거쳐 현재는 효성 고문으로 재직하고 있다.

“며느리 소개해 달라”

효성그룹의 혼맥도는 송인상씨를 사돈으로 맞이하면서 이봉서 전 상공장관, 신명수 신동방 회장과 연결된다. 송 고문의 장녀 원자씨가 이필석 국제화재 전 명예회장의 장남인 이 전 장관과 결혼했으며 차녀 길자씨가 신 회장과 결혼한 것이다.
형님보다 일찍 결혼한 차남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은 법조계 원로인 홍긍식씨의 4남4녀 가운데 차녀인 문자씨를 아내로 맞이했다.
또 막내인 조욱래 동성개발 회장은 당시 경기여고 교장이었던 손영경씨의 중매로 이화여대 2학년에 재학중이던 김은주씨와 결혼했다. 조석래 회장과 친분이 있었던 손 교장은 “경기여고 졸업생 가운데 참한 색시감이 있으면 막내며느리로 소개해 달라”는 청을 일찌감치 받아놓고 있었다. 이에 김은주씨를 추천한 것이다.
농림장관과 대한상공회의소 부회장을 역임하다 효성기계공업 회장을 지낸 김종대씨가 부친이다. 또 신덕균 전 신동방 명예회장의 처남이기도 하다.
세 아들보다 일찍 결혼한 두 딸은 고 조 회장이 고향인 경남 함안의 군북에서 농협조합장을 하고 있을 때 모두 그 인근의 대지주집안으로 출가를 시켰다.
큰딸 명숙씨는 진주여고를 졸업한 후 21살 때 진양 대지주인 허복씨의 5남7녀 가운데 차남인 정호씨와 백년가약을 맺었다. 이들의 결혼 당시 정호씨는 세브란스의전 학생이었다.
둘째딸 명률씨는 산청의 대지주인 권동혁씨의 3남1녀 가운데 장남인 병규씨와 결혼했다. 병규씨는 성균관대를 졸업한 후 자영업을 하다가 1967년 효성그룹으로 자리를 옮겨 효성건설 회장을 역임한 후 농장을 경영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화려하고 방대한 혼맥

효성그룹의 혼맥도는 고 조 회장의 다섯 자녀의 통혼과 함께 고 조 회장의 동생인 조성제씨를 통해 한층 무게를 더한다. 조성제씨는 형님이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과 동업을 하던 시기에 대일수출용 고철수집 총책으로 형님사업을 돕다가 후에는 대전피혁을 인수하기도 했다.
5남3녀의 자녀들을 결혼시키면서 조성제씨는 재계와 관계의 거물 인사들을 사돈으로 맞았다. 3남 경래씨가 전경련 회장을 지낸 홍재선씨의 딸 애수씨와 결혼했고 4남 익래씨는 원용필씨의 딸 정선씨와 결혼했다. 원용필씨는 경제기획원 장관을 지낸 원용석씨의 친형이다. 원용석 전 장관이 훗날 한국타이어와 동양나이론 등 효성그룹 사장을 영입될 수 있었던 것은 이같은 혼맥에 기인했다.
또 조성제씨의 장녀 장숙씨는 서울시장을 역임한 정종철씨의 아들 창순씨와 결혼했다.
효성그룹 혼맥도의 출발점이기도 한 조홍제·성제 두 형제의 자녀 결혼을 통해 화려하고 방대한 직간접적인 사돈관계가 형성된다. 직접적인 사돈으로 각계의 명망가와 연결되며 전직 대통령 가문과도 두 다리만 건너면 관계를 맺게 된다. 즉 삼성·현대·LG·SK·두산·해태·신동방·대한제분·국제화제보험 등 내노라 하는 국내 재벌들이 등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때문에 혼맥도에 등장하는 기업인은 19명, 전직 대통령은 물론 학계인사와 대지주까지 포괄하고 있다.
특히 효성그룹 혼맥에서 전직 대통령 가문과 연결고리가 되고 있는 신덕균 전 신동방 명예회장 가문과는 송인상·김종대 가문과 함께 순환고리를 이루는 겹사돈임이 드러난다. 고 조 회장과 직접사돈관계인 김종대씨가 신덕균 전 신동방 명예회장의 처남이고 송인상씨는 신 회장과 다시 사돈관계인 것이다.

“재산분배는 빠를수록 좋다”

효성그룹은 그동안 국내 재벌그룹에서 볼 수 없었던 여러 특징들을 갖고 있다. 고 조 회장이 56세에 기업을 창업해 20년만에 재계 서열 10위권으로 성장시킨 것도 그렇지만 그 당시만 해도 일천했던 창업주들의 학력과는 달리 고 조 회장은 정규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하며 늦게까지 공부하던 인텔리였다는 점도 특이하다.
여기에 창업주 생존 당시 일찌감치 2세 3형제에게 그룹을 분가시킨 것도 다른 그룹들과는 다르다. 이는 고 조 회장이 이병철 회장과 동업을 하며 ‘식구끼리라도 재산분배는 빠를수록 좋다’는 교훈을 얻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정곤 기자allen@ilyosisa.co.kr” target=_blank>mailto:기자alle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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