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7월 24일 금요일

재벌가 얼키고 설킨 혼맥 <제2탄> 동부그룹

정치권 인맥 덕(?)에 정경유착 구설수 잦아

재벌들이 혼사의 대상으로 꼽는 집안은 대체 어떤 부류일까.
최근 재벌들의 혼맥도가 공개되면서 세간의 관심은 혼인의 대상 집안과 미치는 영향에 쏠리고 있다. 실제 혼맥도를 보면 국내 재벌들이 어떤 식으로든 얽혀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이런 혼맥도를 보면 이해관계에 얽힌 혼사가 이뤄졌다는 의구심을 자아내는 것 역시 사실이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그들만의 공화국’이란 말로 빗대기도 한다. 유력한 집안과의 혼인관계를 통해 자신들만의 성(城)을 더욱 견고히 쌓아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통혼을 통해 부와 권력, 명예의 결정체를 도출해내고 있다는 얘기다. 일요시사에선 이에 재계를 움직이고 있는 재벌가문의 혼맥 실체를 집중 재조명하는 시리즈를 마련했다.<편집자 주>

지난 13일, 동부그룹은 불법 대선 자금과 관련 검찰로부터 압수수색을 받았다. 검찰은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동부건설과 (주)동부를 급습, 회계장부 등을 확보했다. 동부그룹은 이에 당황스런 분위기가 연출됐다. 한동안 주춤했던 대선 자금 수사가 다시 시작된 것은 알고 있었지만 첫 타자가 ‘동부’일 줄은 몰랐다는 반응이다.
세간에선 동부그룹의 압수수색을 두고 ‘또 한번 회오리바람을 맞을 모양’이란 예견을 내놓고 있다. 정치권과 관련된 사안에선 예외 없이 수사선상에 올랐던 과거 전적(?) 탓이다. 동부그룹은 지난 1982년 이철희·장영자 사건과 1994년 돈봉투 사건으로 곤혹을 치른 바 있다.

‘금배지’가 빛나는 가문

뿐만 아니다. 재계에서 동부그룹은 잦은 정경유착의 시비에 휘말리는 축에 속한다. 이는 정치권과 밀접하게 연결된 동부그룹의 혼맥에 기인한다. 실제 동부그룹은 정·재계에 폭 넓은 인맥을 형성하고 있다. 때문에 각종 사업진출과 기업인수 때마다 정경유착의 시비에 휘말리곤 했다.
동부그룹의 창업주인 김준기 회장의 가문을 보면 정치권과 많은 인맥이 형성돼 있음을 볼 수 있다. 동생은 물론 사돈까지 여의도(국회)에 적을 두고 있다. 정략결혼의 색채도 짙다.
일단 김 회장의 할아버지인 김항경씨는 강원도 동해의 대지주 출신이다. 7선 의원으로 공화당 시절 국회부의장을 지낸 거물 정치인 김진만씨(민족중흥동지회 회장)가 부친이다. 1971년 야당이 제출한 오치성 장관 해임건의안에 동조해 박정희 전 대통령의 격노를 샀던 ‘10.2 항명파동’의 장본인이기도 하다.
거물 정치인을 부친으로 뒀던 김 회장은 이 같은 이유로 잦은 정경유착 시비에 휘말리곤 했다. 하지만 사실 그에게 부친은 원군이기보단 불편한 관계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사업 자체를 반대했을 뿐 아니라 정치적 도움도 없었다는 것. 특히 5공화국 시절 부친이 부정축재자로 몰리면서 언제 당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이곤 했다는 게 측근의 전언이다.

삼양사·사조산업과 사돈

김 회장은 삼양사와 인연을 맺고 있다. 삼양사는 당시 쟁쟁한 재벌 가문이었으며 때문에 동부와 삼양사의 혼사는 세간의 관심을 부르기에 충분했다. 부인 김정희씨가 삼양사 창업주인 김연수(인촌 김성수의 동생) 가문의 7남6녀 가운데 장남인 김상준 삼양사 고문의 딸이다. 연세대 음대를 나와 25세 나이에 김 회장과 혼례를 올렸다.
이는 동부의 가장 든든한 재목을 얻는 성과를 가져왔다. 윤대근 동부전자 사장을 손아래 동서로 맞은 것. 윤 사장은 김 회장의 부인 김정희씨의 동생인 정림씨와 혼사를 치렀다. 이후 김 회장이 제조부문을 전적을 맡기 정도로 신임을 받고 있다.
게다가 윤 사장과의 관계는 김준기 가문에 5개의 금배지를 있게 만들어 주었다. 윤 사장의 부친이 윤천주 전 자민련 고문이다. 또 윤 전 고문의 첫째 사위가 주진우 한나라당 의원(사조산업 회장)이다. 이들과는 다리 건너 사돈인 셈이다.
김 회장은 자녀의 혼사엔 관대했다. 본인의 뜻을 존중한 것이다. 김 회장은 김효일 리젠트화재(옛 해동화재) 회장의 아들인 건세씨를 맏사위를 맞았다. 장녀인 주원씨와 백년가약을 맺게 한 것이다. 당시 기우는 혼사란 얘기가 나왔지만 김 회장이 딸의 뜻을 존중, 혼사를 맺게 했다는 후문이다.

이철승 전 의원에서 신춘호 농심회장까지

김 회장 일가는 5남3녀의 대가족이다. 동생인 김택기씨(열린우리당 의원)는 거물 야당 정치인이었던 이철승 전 신민당 대표최고위원의 사위다. 부인 이양희씨는 성균관대 아동학과 교수로 이 전 위원의 외동딸이다.
게다가 김진만씨와 이철승씨는 9대 국회 시절 나란히 국회 부의장을 역임, ‘사돈 국회부의장’이란 전대미문의 기록을 세웠다. 또한 김씨는 롯데그룹과도 여동생을 통해 사돈관계를 맺고 있다.

김 회장의 둘째 남동생인 무기씨는 학자집안의 딸을 아내로 맞았다. 서울대 문리대학장을 지낸 고 이종진 교수의 막내딸 지은씨가 부인이다. 그는 동부증권 부사장과 동부그룹 업무조정실장을 거쳤다.
김 회장은 거리가 먼 편이기는 하지만 노태우 전 대통령과도 5다리 건너 사돈관계다. 더욱이 이 혼맥을 이어보면 농심그룹과 조양상선, 김치열 전 법무장관, 대전피혁, 동방유량 등과 한 축을 이룬다. 이 중심엔 김 회장의 동생인 희선씨가 있다.
희선씨는 신춘호 농심그룹 회장의 차남인 동륜씨에게 시집을 갔다. 신 회장은 장녀 현주씨를 박남규 조양상선 회장의 4남 재준씨와 맺어줬다. 박 회장은 김치열 전 법무장관과, 김 전 장관은 김종대 대전피혁 회장과 각각 사돈관계를 맺고 있다.
그런데 김종대 대전피혁 회장의 누나 영자씨(작고)는 신덕균 동방유량 명예회장의 부인이며 신명수 회장의 어머니다. 신 회장은 장녀 정화씨를 노 전 대통령의 집안에 시집을 보내 사돈을 맺었다. 혼맥을 따라가면 노 전 대통령과 다리 건너 사돈지간이 되는 셈이다.

화려한 혼맥이 걸림돌?

김 회장의 인맥은 정·재계를 막론하고 화려한 혼맥을 구축하고 있다. 하지만 이 때문에 득보단 실이 많았다는 평가 역시 받고 있다.
그는 강원도 동해 태생이다. 경기 중·고교를 졸업하고 고려대 경제학과를 다녔다. 경영일선에 뛰어든 것은 지난 1969년의 일이다. 당시 대학생의 신분으로 미륭건설을 설립, 그 후 탁월한 경영수완을 발휘해 오늘의 동부그룹을 키웠다.
실제 김 화장은 지난 1970년대 말부터 10여 년 동안 동부산업(옛 삼척산업), 한국자동차보험, 동부제강(옛 일신제강), 울산석유화학, 영남화학 등 오늘날 동부의 간판기업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기업들을 잇달아 인수, 주목을 받았다.
재계에선 김 회장에 대해 베일에 가려진 인물로 평한다. 잘 나서지 않는 그의 성격 탓이다. 반면 전문경영인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공격적인 경영으로 기업확장에 노력해 왔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과 함께 대표적 ‘성공사례’로 꼽기도 했다. 게다가 부친의 영향을 받아 폭 넓은 인맥을 구축함으로써 탄탄대로를 달렸다는 혹평(?)도 받고 있다.
하지만 김 회장의 전적을 보면 그렇지만도 않다. 재계에서 기업인수의 귀재로 불리게 된 반면 문어발식 기업인수에 따른 정경유착 시비에 자주 휘말리곤 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 같은 시비 수면 아래엔 그의 화려한 혼맥이 자리를 잡았다.
첫 번째 정경유착 시비는 1982년에 일어났다. 이철희·장영자 사건 당시 이 사건으로 도산한 일신제강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정치자금 헌납설로 큰 곤욕을 치렀던 것이다.
1994년에 일어난 국회 노동위 돈봉투사건은 동부그룹의 위기설까지 나돌 정도의 파문을 가져다 줬다. 이 사건으로 당시 친동생인 김택기 한국자동차보험 사장이 구속, 4개월 만에 집행유예로 풀려나는 시련을 맛보았다. 게다가 이 사건은 국회 노동위 소속 국회의원뿐만 아니라 정치권의 고위 인사들에까지 의혹의 눈길을 쏠리게 한 배경으로 작용했다.

“김준기 회장이 1세대다”

뿐만 아니다. 1995년 11월엔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과 관련, 김 회장이 1차로 소환되면서 재계의 주목을 받았다. 당시 6공 비자금 사건을 수사 중인 대검 중수부(안강민 검사장)가 노 전 대통령에게 돈을 건넨 혐의로 소환을 했던 것.
1999년 세풍사건 때도 어김없이 시비에 말려들었다. 국세청 대선 자금 불법모금에 30억원을 제공했다는 혐의를 받은 것이다. 여기에다 세풍사건의 주역으로 구속된 이회성씨와 경기고 동창이란 점이 큰 작용을 했다.
김 회장은 당시 30억원 제공 혐의를 받아 소환이 확정됐지만 세풍사건이 한창 진행되던 때 미국행 출국을 서둘러 6개월 동안 귀국하지 않았다. 비서도 대동하지 않은 채 단신으로 미국으로 출국한 뒤 간간이 비서실 일부 임원과 연락을 취했다는 후문이다.
김 회장은 이번 압수수색으로 또 한번의 위기를 맞고 있다. 이면에는 물론 화려한 인맥이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 세간의 관측이다. 게다가 그는 소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소환 가능성에 대해 “너무 앞서가지 말라”고 동부그룹은 당부하고 있지만 총수 소환 가능성에 대해 완강히 부인은 못하는 상태다. 때문에 세간의 관심은 총수 소환 여부와 이번 사건으로 인해 김 회장 혼맥에서 부각될 인물들에 초미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동부그룹의 한 관계자는 혼맥과 관련 “동부그룹의 창업주는 김준기 회장이므로 혼맥도 여기서부터 출발해야 옳다”면서 “부친을 중심으로 한 혼맥은 아무 의미도 없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신건용 기자sgy@ilyosisa.co.kr” target=_blank>sgy@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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