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7월 24일 금요일

<재벌가 얽히고 설킨 혼맥 18탄> SK그룹과 최종건 창업주

<재벌가 얽히고 설킨 혼맥 18탄> SK그룹과 최종건 창업주
내부정비 통한 최태원 회장 친정체제 강화로 부정적 이미지 근절 꾀해

재벌들이 혼사의 대상으로 꼽는 집안은 대체 어떤 부류일까.
최근 재벌들의 혼맥도가 공개되면서 세간의 관심은 혼인의 대상 집안과 미치는 영향에 쏠리고 있다. 실제 혼맥도를 보면 국내 재벌들이 어떤 식으로든 얽혀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이런 혼맥도를 보면 이해관계에 얽힌 혼사가 이뤄졌다는 의구심을 자아내는 것 역시 사실이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그들만의 공화국’이란 말로 빗대기도 한다. 유력한 집안과의 혼인관계를 통해 자신들만의 성(城)을 더욱 견고히 쌓아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통혼을 통해 부와 권력, 명예의 결정체를 도출해내고 있다는 얘기다. 일요시사에선 이에 재계를 움직이고 있는 재벌가문의 혼맥 실체를 집중 재조명하는 시리즈를 마련했다. <편집자 주>

SK그룹은 요즘 내부정비 중이다. 지난해 분식회계와 비자금 사건으로 손길승 회장이 구속 수감되는 한편 외부 세력으로부터 경영권 위협까지 받는 등 그 어느 때보다 혹독한 시련기를 겪어야 했던 SK그룹으로서는 당연한 조치라 할 수 있다. 이미 예정된 수순이었지만 최태원 회장의 친정체제가 구축돼 이를 한층 공고히 하고 있는 SK그룹은 최근 빠르게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최 회장 체제에 걸맞는 내부정비작업에 돌입한 것이다.
최 회장도 활발한 행보를 보이면서 오랜 기간 경영수업을 충분히 받았음을 과시하려는 듯 젊은 총수로서의 원숙미까지 보여주며 활동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강화되고 있는 최 회장 체제

올들어 SK그룹의 변화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것은 지배구조 개선. 노무현 대통령의 재벌개혁 가운데 하나이기도 한 지배구조개선은 지주회사격인 SK(주)를 통해 현실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에 따르면 SK(주)는 오는 2008년까지 단계적으로 지배구조를 개선한다. 그 내용은 올해 ▲이사회 과반수 사외이사 구성 ▲사외이사 후보 추천 자문단 구성 ▲투명경영위 신설 등을 실시한 뒤 오는 2006년에는 2단계로 사외이사 비율을 70% 이상으로 확대하고 이사평가위원회를 신설키로 했다. 또 3단계인 2008년에는 실질적인 경영최고의사결정기구로서의 이사회 체제를 완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적 기업현실에서 사외이사 수를 70% 이상으로 늘리고 경영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투명경영위를 신설키로 한 것은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분식회계와 비자금 사건을 통해 SK그룹의 투명경영이 한층 강조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SK(주)의 개선안에 대해 재계에서는 진일보한 내용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같은 지배구조개선안을 앞세워 소버린의 경영권 탈취를 막아낸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체제로 빠르게 전환했다. 그동안 SK그룹을 이끌었던 많은 전문경영인들을 하나둘씩 퇴진시키고 새로운 체제를 선도할 대규모 인사를 단행하기도 했다. 내부 자리이동과 승진에 이어 최근에는 외부에서의 신선한 피를 수혈하는 등 뉴SK플랜에 의한 인사는 현재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인사 통한 조직 재정비

최근 SK그룹에 영입된 인사들의 면면과 그들이 담당하게 될 신설 조직을 보면 최태원 회장의 경영방향이 어느 쪽으로 설정돼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어 특히 흥미를 끈다.
SK(주) 사장 직속조직으로 신설된 윤리경영실 실장(부사장)에 현직 검사인 김준호 서울 고등검찰청 부장검사가 선임돼 회사 윤리규범 시스템 구축과 내부감사, 투자회사에 대한 감사 등의 기능을 수행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30대 여성 변호사 출신으로 올 1월 영입된 강선희씨는 법률자문역 상무로 청와대 법무비서관실 행정관으로 근무한 이력을 갖고 있다. 여기에 JP모건증권의 한국 리서치 총책임자로 일했던 이승훈 애널리스트는 지난 3월 IR(투자자 관리) 담당 상무로 영입됐다. 그리고 4월에는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서 국제 거시금융 실장과 세계지역연구센터 소장을 지낸 왕윤종 박사가 SK경영경제연구소의 경제연구실장(상무)으로 스카우트됐다.
그룹의 입이라 할 수 있는 홍보총괄 조직인 기업문화실장도 교체돼 전경련 국제경제실장·홍보본부장과 금호그룹 홍보실장 등을 지낸 권오용씨를 불러들였다.
이같은 인사는 지배구조 개선과 투명경영으로 조직문화를 변화해야 한다는 필요성에서 최 회장이 직접 나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룹을 이끌어갈 야전사령관과 참모조직을 정비한 최태원 회장은 지난 5월말 그룹의 성장동력을 제시하고 본격적인 경영가동에 나서고 있다. 불확실성이 높아져 가는 미래 경영환경에 대비하고 국가 성장동력을 기업차원에서 개발하기 위해 연구개발 분야를 대폭 강화해 나가자게 최회장의 방침이다.

노태우 전 대통령
이후락 전 중앙정보부장
김치열 전 내무부장관
신덕균 동방유량 창업주
서봉균 전 재무부 장관

그룹 투자전략 설정,미래경영 나서

최 회장이 설정한 투자영역은 SK그룹이 에너지 화학과 정보통신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만큼 ▲에너지 안정적 공급 ▲차세대 정보통신 서비스 ▲생명과학 기반구축이다.
에너지 안정적 공급 과제는 환경친화적이며 효율이 높은 에너지와 대체 에너지 개발은 물론 성공도가 높은 자원개발법 등을 연구하여 국가경제 회복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차세대 정보통신 서비스는 현재 IT코리아를 선도해 국가 성장엔진이 되고 있는 점을 감안해 유비쿼터스와 디지털 융복합화 추세에 맞춰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 고 부가가치형 고용창출 및 수출기반산업 역할을 확대하기 위한 과제다.
또한 생명과학 기반구축 분야는 투자회수 기간이 길지만 기업차원 뿐 아니라 국가적으로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으로 육성시킬 수 있는 미래 수종사업인 점을 감안한 과제로 국내외에서의 연구개발을 강화하기로 했다.
특히 이를 구체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연구인력과 연구소 등의 인프라 구축을 기업 정책의 최우선 실천 과제로 삼기로 하고 각 계열사별로 연구에 필요한 인프라를 시급히 확충해 나가기로 했다.
이처럼 그룹의 경영방향을 제시하기에 앞서 최 회장은 SK(주) 대덕기술원과 울산공장 등 지방사업장을 4차례나 방문한 한편 중국 북경의 SK차이나 사무실을 방문, 직원들을 격려하는 등 ‘현장경영’을 실천하기도 했다. 또 신입직원 및 신임 임원들과의 대화, 신임 차장 교육 등 직원들과의 접촉도 강화한 한편 오는 8월에는 해외 기업설명회에도 직접 참석할 예정이다.

과거의 발전모델 폐기

재계에서는 최 회장 친정체제가 구축되고 있는 요즘 SK그룹이 예전과는 전혀 다른 경영방향을 설정하고 있다는 평을 내놓고 있다. 지난 비자금 사건에서도 엿볼 수 있듯이 과거 정치권과의 유착에 의한 기업발전모델을 폐기했다는 게 그것이다.
사실 SK그룹은 공기업 인수에 의한 발전을 거듭해 왔다는 따가운 시선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그룹의 덩치를 키우는 데 공기업 인수가 절대적이었던 데 따르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비자금사건과 소버린의 경영권 위협 등의 대형 사건을 치루고 난 후 들어선 최 회장 체제는 아직 평가가 유보되고 있긴 하지만 과거와는 다른 길을 가고 있음이 감지되고 있다. 때문에 최 회장이 내세고 있는 뉴SK플랜도 과거의 발전모델 폐기라는 평을 듣고 있다.
그동안 공기업 인수에 의한 SK그룹의 성장동력은 혼맥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현직 대통령과 통혼을 했고 이전에는 권력 최고 실세와 혼사를 맺었던 데 따른 것이다. 익히 알려진 바와 같이 노태우 전 대통령과 이후락 전 중앙정보부장을 일컫고 있다.
1988년 9월 최태원 회장은 노태우 전 대통령의 맏딸 소영씨를 부인으로 맞이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당시 ‘권력과 재벌의 결탁’이라는 정경유착의 표본으로 두 사람의 결혼에 대한 시선은 싸늘했다. 그러나 최 회장의 부친이었던 최종현 전 회장은 의외로 담담해 했다.
이와 관련 최 전 회장은 ‘정략결혼’이라는 질문에 대해 이렇게 말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통령이어서 사돈을 맺자고 했던 것이 아니었고, 또 대통령이라고 해서 굳이 사돈을 맺지 못하라는 법도 없다. 배우자 선택은 당사자 스스로 하는 것이지 자식들을 정략의 희생물로 삼을 수는 없는 일이다. 대통령과 사돈을 맺는 것 자체가 정경유착은 아니다. 권력과 금력을 가진 사돈끼리 부정한 방법으로 무슨 일을 도모할 때 비로소 정경유착이 되는 것이다.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한다고 해서 믿으려 들겠느냐. SK그룹이 정경유착을 하느냐 하지 않느냐는 것은 이제부터의 일이다. 여러분이 앞으로 지켜보기 바란다.”
실제 두 사람의 결혼은 본인들의 의사에 의해 결정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1985년 최 회장은 미국 시카고대학 경제학과 박사과정을 밟으면서 당시 민정당 대표위원이었던 노태우씨의 장녀 소영씨를 만났다. 이들을 테니스장에서 처음 만나 3년만인 1988년 청와대 영빈관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현직 대통령과 통혼

최 전 회장 부부가 며느리를 처음 대한 것은 결혼 1년 전인 1987년 인사를 오겠다고 해 최 회장의 모친인 박계희씨가 미국으로 건너가 며느릿감을 만났다. 이후 최 전 회장도 미국 출장길에 소영씨를 저녁식사에 초대, 대면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최 회장의 부친 최종현 전 회장은 슬하에 2남1녀를 두었다. 그러나 장남인 최 회장을 제외하곤 자녀들을 평범한 샐러리맨과 결혼시켰다.
차남인 재원씨는 당시 여의도고등학교 영어교사였던 채희경씨의 맏딸 서영씨와 결혼했다. 또 고명딸인 기원씨는 당시 SK그룹 계열사였던 (주)선경정보시스템 차장으로 근무하고 있던 김준일씨와 결혼했다. 이들의 결혼은 최 회장이 중매를 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당시 선경마그네틱의 기획부장으로 근무하고 있던 최 회장은 선경경영정보시스템 구축을 위해 준일씨와 업무적으로 접촉하면서 급기야 여동생을 소개, 결혼에 이르게 했다.
이처럼 개인의 의사가 존중됐던 결혼에는 최 전 회장의 일관된 원칙이 그대로 적용됐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 전 회장은 세 자녀의 혼사를 허락하면서 “본인들의 뜻이 그러하고, 데려올 사람의 됨됨이가 되었으니 만족한다”는 말을 매번 했다고 한다.

단촐하지만 화려한 혼맥도

SK그룹은 현 최태원 회장이 3대 회장이다. 따라서 부친인 최종현 전 회장은 2대 회장이었다. 즉 최종현 전 회장이 창업주가 아니라는 뜻이다.
SK그룹의 창업주는 최종현 전 회장의 맏형이었던 최종건씨다. 그러나 1973년 예기치 못한 타계로 44살의 최종현 전 회장이 그룹 경영권을 이어받았다. 자녀들이 워낙 어렸기 때문이었다.
최 전 회장의 형제는 4남4녀. 이들은 30여 국내 권문재가와 직간접적으로 사돈관계를 맺고 있어 SK그룹의 혼맥도를 풍성하게 한다.
맏형인 최 창업주가 이후락 전 중앙정보장과, 동생 종욱씨가 조효원 전 서울대 교수와, 종관씨가 김연준 한양대 전 이사장과 각각 사돈관계다.
최 창업주는 슬하에 3남4녀의 자녀를 두었다. 윤원, 신원, 정원, 혜원, 지원, 예정, 창원의 자녀가 그들이다.
이 가운데 두드러진 통혼은 여섯 째인 막내딸 예정씨의 결혼으로 맺어진 사돈이다. 예정씨의 시아버지가 바로 이후락 당시 중앙정보부장이었던 것이다. 최 창업주와 이후락씨는 5.16 이후부터 친형제 같은 우애를 이어왔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최 창업주가 예정씨를, 또 이후락씨가 막내아들 동욱씨를 낳은 후 양가 부모간에 일찌감치 통혼키로 약속이 이루져 결혼이 성사된 것이다.
최 창업주의 장남인 윤원씨는 조달청 국장 출신의 김이건씨의 딸 채헌씨와 결혼했다.
SK그룹의 혼맥 자체는 비교적 단촉한 편이다. 그러나 사돈의 사돈을 연결하면 전직 대통령이 2명, 전직 국무총리가 1명, 전직 장관급이 7명, 대기업 오너가 15명이나 등장하는 방대한 혼맥도가 그려진다.
대표적으로 최 회장의 부인인 소영씨의 오빠인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가 신덕균 동방유량 창업주의 손녀인 정화씨와 혼인함에 따라 최종현→노태우→신덕균→김종대→김치열→서봉균→조효원→최종욱가에 이르는 순환혼맥이 형성된다. 즉 신 창업주의 부인 김영자씨가 김종대 대전피혁 창업주와 남매간이며 김 창업주는 김치열 전 내무장관의 둘째딸 영경씨의 시아버지다. 또 김 전 장관의 막내딸 혜림씨는 서봉균 전 재무장관이 맏며느리이며 서 전 장관은 조효원 전 서울대 교수와 사돈관계인 것이다.

다가오는 그룹의 계열분리

최근 재계에서는 SK그룹의 미래에 대해 LG그룹과 같이 두 개의 지주회사를 통한 세포분열을 전망하고 있다. 이는 최 회장이 SK그룹 창업주의 직계가 아니라는 데에서 제기된 전망이다. 즉 최 회장의 부친인 최종현 2대 회장이 맏형인 최종건 창업주로부터 위임받았기 때문에 적자는 최 회장의 사촌들이라는 점에서다.
그러나 최 창업주의 자녀들 가운데 장남 윤원씨는 이미 고인이 됐고 둘째인 신원씨와 막내인 창원씨만이 SK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을 중심으로 분가할 것이라는 예상을 재계에서는 하고 있다.
이와 관련 최신원 SKC 회장은 지난 5월31일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SK그룹 분가를 형제들과 논의하겠다”고 밝혀 주목을 받았다. 최종건가와 최종현가의 분리가 현실화될 수 있음을 확인한 것이다.
그동안 SK그룹은 양가의 분리는 있을 수 없다며 계열분리를 부정해 왔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최태원 회장과 최신원 회장이 SK(주)와 SK케미칼을 중심으로 각각 독자적인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결국에는 계열분리가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했다.
그러나 당장은 SK그룹의 분리보다 친정체제를 강화하며 경영일선에 나선 최태원 회장이 홀로서기에 성공하느냐에 재계의 더 많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대한민국은 새로워지고 있다”는 SK텔레콤 이미지 광고와 같이 최 회장 체제의 SK그룹이 과거의 틀을 벗고 투명경영을 앞세운 새로운 경영에 소프트랜딩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정곤 기자allen@ilyosisa.co.kr” target=_blank>alle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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