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들에 의한 집단경영체제, 4세에서도 이어질지 관심
두산그룹이 4세 경영체제로 급격하게 변화하면서 경영권 향배와 형제들에 의한 지분분할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
두산그룹 오너진영 4세들의 경영 전면배치가 두드러지고 있다. 4세로의 경영권 승계작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아직 경영전권 이양을 운운하기에는 시기적으로 빠르다는 반론이 우세하지만 황태자 책봉을 둘러싼 내부 경쟁체제가 본격 가동되기 시작했다는 분석은 설득력을 얻고 있다.
다만 두산그룹이 향후 경영체제를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의견이 분분하다. 현재와 같이 집단경영체제를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4세 가운데 경영전권을 물려받을 황태자가 탄생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두산그룹의 경영체제는 여느 그룹과는 다른 형태를 취하고 있다.
박승직 창업주에 이어 경영권을 물려받은 고 박두병 회장 시절엔 1인 경영체제가 확고했다. 3세에 이르러서도 장남인 박용곤 명예회장이 경영권을 물려받았을 때까지만 해도 장남 승계 원칙에 따른 전통적인 경영체제가 이어지는 듯 했다.
형제에 의한 집단경영체제
그러나 박 명예회장이 지난 96년 그룹회장직에서 물러나 손아래 동생인 박용오 회장에게 경영전권을 넘긴 이후 1인 경영체제는 변화를 가져왔다. 즉 박용오 회장이 그룹회장직을 수행하고 있지만 이는 명목상일 뿐 형제들이 각 계열사의 최고경영자로 독립적인 경영을 하고 있는 한편 계열분리를 하지 않는 집단경영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두산그룹의 오너 일가인 박용오 회장의 형제는 모두 6남1녀. 이 가운데 직간접적으로 그룹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형제는 모두 4명이다. 박용곤 명예회장을 비롯해 박용오 그룹회장,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 박용만 두산 사장 등이 그들이다. 여기서 박용곤 명예회장은 실질적인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때문에 박용오 회장을 중심으로 두 형제가 그룹경영에 집단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두산그룹의 경영체제에 대해 재계 관계자들이 집단경영체제라고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룹회장이 존재하지만 형제들에 의한 독립경영, 그렇다고 계열분리는 하지 않은 독특한 경영구조가 두산그룹에서 보여지고 있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들은 두산그룹 3형제에 의한 집단경영체제는 지난 90년 두산그룹을 위기로 몰아넣었던 페놀사건 당시 굳어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당시 두산은 장남인 박용곤 명예회장이 그룹회장직을, 차남인 박용오 그룹회장이 그룹부회장을, 3남인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이 기획실장직을 맡아 3형제 협의체제로 운영되고 있었다. 이같은 3형제 협의체제는 페놀사건으로 박용곤 당시 그룹회장이 물러나면서 깨지는 듯 했지만 5남 박용만 사장이 성장, 경영인 대열에 합류하면서 박용오-용성-용만 3형제 체제로 복귀했다는 게 일반적인 해석이다.
형제간의 경영권 수평이동
두산그룹이 형제 협의체제에 의해 그룹경영을 할 수 있는 데에는 박두병 선대회장의 영향이 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즉 박 선대회장은 기업과 가정에서 유난히 인화를 강조했다. 형제간 분쟁없이 1백년이 넘는 기간 동안 화목한 기업경영을 하고 있는 것 역시 이 같은 선대의 유지와 관련이 있다.
때문에 그룹경영권이 대를 잇는 게 아니라 형제간에 수평적으로 이양되는 사례가 흔치 않은 우리 기업사에서 두산그룹이 주목을 받았던 이유 역시 이에 따르고 있다. 물론 SK그룹과 금호그룹의 사례가 없진 않다. 그러나 SK의 경우 갑작스런 형의 사망으로 나이어린 조카를 대신해 아우가 그룹경영권을 넘겨받았을 뿐이다. 금호그룹 역시 경영에 큰 뜻이 없는 형이 물려받았던 경영권을 보다 적극적으로 기업경영에 참여하고 있던 동생에게 물려줌으로써 선친의 유지를 이어가고자 했던 게 더 강했다.
그러나 두산의 경우 이들 그룹과는 달리 경영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면서도 아우에게 물려주는 한편 아우들과 함께 집단경영체제를 갖추면서 기업을 이끌어가는 사례는 아직까지 찾아보기 힘들다.
이에 4세대가 넘겨받을 두산그룹의 경영권 역시 현재와 같은 집단경영체제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대부분의 그룹들이 2세 혹은 3세로 경영권이 넘어가면서 겪어야 했던 계열분리라는 과정을 겪지 않고 4세에서도 독립경영을 기반으로 한 집단체제, 즉 두산그룹이라는 큰 틀은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박정원 (주)두산 상사부문 사장 |
박경원 전신전자 회장 |
박진원 (주)두산 상무 |
4세대 경영체제 관심
그러나 일부에서는 계열분리를 하겠지만 그룹의 틀이 유지되면서 4세 가운데 1명은 황태자로 책봉을 받아 그룹경영의 전권을 행사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현재의 집단경영체제는 형제들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지 사촌으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다. 특히 지분관계가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촌으로까지 집단경영체제를 유지하고자 한다면 그것은 욕심이라며 자칫 사촌들간의 경영권 분쟁도 감수해야 할 것이라는 경고도 내놓는다.
두산그룹 경영에 직접 참여하고 있는 4세들은 모두 9명. 박용곤 명예회장의 장남으로 오너 일가의 장자인 박정원 (주)두산 상사부문 사장과 친동생인 박지원 두산중공업 부사장, 차남인 박용오 그룹회장의 장남 박경원 전신전자 회장과 차남 박중원 두산산업개발 경영지원본부 상무, 3남인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의 장남인 박진원 (주)두산 상무와 차남인 박석원 두산중공업 차장, 그룹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서울대 의대 교수로 재직중인 4남 박용현씨의 장남 박태원 네오플럭스 상무와 차남인 박형원 (주)두산 차장, 그리고 3남인 박인원 (주)두산 과장 등이 그들이다. 모두 5명의 4세들이 두산그룹의 임원으로 포진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 가운데 차기 두산그룹의 경영대권 경쟁에 유력하게 거론되는 4세는 박정원 사장과 박경원 회장, 그리고 박진원 상무.
박 사장은 고 박승직 창업주-고 박두병 회장-박용곤 명예회장-박정원 사장으로 이어지는 두산그룹 로열패밀리의 장자로 가장 유리한 고지에 올라있다. 장자승계의 원칙이 지켜진다면 두말할 나위 없이 박 사장이 그룹회장직을 거머쥘 수 있다.
재계 최초의 4세 최고경영자
지난 2001년 재계 사상 처음으로 4세 최고경영자 시대를 연 박 사장은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85년 두산실업(현 두산상사) 사원으로 그룹경영에 첫발을 내딛었다. 93년 동양맥주(현 OB맥주) 차장으로 자리를 옮긴 박 사장은 부장·이사대우·상무로 승진했으며 99년 12월부터 두산 부사장으로 착실한 경영수업을 받아 사장에 올랐다. 사원부터 시작해 직급을 빠뜨리지 않고 경험한다는 두산그룹의 후계자 수업 원칙을 박 사장도 그대로 밟은 것이다.
특히 두산그룹은 집안내 서열을 중시하는 가풍이 이어지고 있어 4세 경영체제로의 전환이 본격화될 경우 두산그룹의 회장은 단연 박 사장의 몫이 될 것이라는 게 재계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박 사장의 경영대권 행보에서 최대 경쟁자로 예상되는 4세는 박용오 그룹회장의 장남인 박경원 전신전자 회장이 꼽히고 있다. 연세대 토목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조지타운대 대학원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박 회장은 두산상사 입사를 시작으로 그룹경영에 참여했다. 이후 두산건설 영업본부 상무로 근무하다 지난 2002년 3월 코스닥 등록기업인 전신전자를 인수해 벤처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박 회장은 최근 불미스런 사건에 연루돼 대권 레이스에서 위태로운 상황에 몰려있다. 지난 2001년 4월 부도가 난 (주)이룸(현 케이아이티브)이 경영정상화를 위해 유상증자와 별정통신업체인 제니시스멀티미디어(현 잇츠티브)의 인수를 앞두고 있다는 정보를 얻어 차명계좌를 개설, 이룸의 주식을 매입해 시세차익을 얻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것이다.
박 회장은 당시 이룸이 인수에 나선 제니시스멀티미디어 회장으로 미공개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지난 6월21일 박 회장과 현직 변호사 박모씨가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의해 약식 기소돼 벌금 2천만원을 냈다.
이 사건은 재벌 4세와 현직 변호사의 부당 내부거래라는 점에서 충격을 주었다. 특히 그 수법이 전형적인 재벌일가의 모럴 해저드를 보여줘 강도는 더했다.
이와 함께 박 회장이 두산그룹에서 독립해 독자적인 전신전자 경영에 매달려 있다는 점도 대권 레이스에서 약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오너일가라 해서 외부의 경영인을 그룹회장으로 영입한다는 게 전혀 사리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박진원, 차세대 주자로 급부상
박 사장과 박 회장의 양자 대결로 진행되던 두산그룹의 4세 경영권의 향방이 이처럼 박 회장의 불미스런 사건 연루와 두산그룹에서의 독립경영 등으로 대오 이탈이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박진원 상무가 급부상하고 있다.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의 장남인 박 상무는 최근 (주)두산 전략기획본부 TRI-C팀 부장에서 상무로 승진, 그룹경영권을 넘보고 있다. 특히 박 상무는 그룹의 지주회사격인 (주)두산의 인사와 재무 등을 총괄하고 있을 뿐 아니라 외환위기 때부터 그룹의 구조조정을 사실상 진두지휘해온 핵심 조직인 전략기획본부 TRI-C팀을 맡고 있어 박 사장과의 경영권 레이스에 힘이 실리고 있다.
특히 박경원 회장이 부당 내부정보에 의한 주식 매매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시점에 발표된 박 상무의 승진은 의미가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되고 있다.
보성고와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뉴욕대에서 MBA(경영학 석사)를 수료한 박 상무는 외환위기 이전부터 재계에서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은 바 있는 두산의 구조조정을 실무적으로 진두지휘하면서 능력을 인정받았다.
때문에 재계 관계자들은 박 사장의 강력한 경쟁자로 박 상무를 지목하고 있다. 그룹 내부에서도 박 상무가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만큼 향후 두산그룹을 이끌어갈 차세대 주자 가운데 한 명이라는 점은 부인하지 않는다. 다만 4세의 경영권 승계 차원에서 박 상무의 향후 역할론에 대해서는 거리를 두고 있다.
이는 아직 두산그룹 경영권의 형태에 대한 논의가 마무리되지 않았음을 의미하고 있다. 또 장자인 박정원 사장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박정원-지원-진원 삼각편대
현재와 같은 형제들에 의한 집단경영체제가 굳어질 경우 두산그룹의 향후 경영권은 박정원 사장-박지원 부사장-박진원 상무로 연결되는 3형제 체제가 지배적인 관측이다. 현재 60대의 박용오 회장-박용성 회장-박용만 사장 체제의 삼각편대가 4세대에 이르러서는 이들 3명의 형제들에게 이양될 가능성이 짙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룹 일부에서는 차세대 경영체제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박용성 회장의 가족이 그룹에서 분리, 독립한 가능성도 없지 않은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즉 박용성 회장과 박진원 상무에 의해 두산중공업이 계열분리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두산그룹은 형제들 간의 지분관계가 다소 복잡한 데다 IMF 관리체제를 거치면서 9개 계열사가 한꺼번에 (주)두산으로 합병되는 등 사업부문까지 얽혀있어 교통정리가 생각처럼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자칫 현대그룹과 같은 ‘왕자의 난’까지도 충분히 예견된다는 것이다.
4세 체제로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는 두산그룹의 향후 경영권 향배와 형제들에 의한 계열분리가 재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 역시 이 때문이다.
한정곤 기자 allen@ilyosisa.co.kr” target=_blank>alle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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