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들이 혼사의 대상으로 꼽는 집안은 대체 어떤 부류일까.
최근 재벌들의 혼맥도가 공개되면서 세간의 관심은 혼인의 대상 집안과 미치는 영향에 쏠리고 있다. 실제 혼맥도를 보면 국내 재벌들이 어떤 식으로든 얽혀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이런 혼맥도를 보면 이해관계에 얽힌 혼사가 이뤄졌다는 의구심을 자아내는 것 역시 사실이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그들만의 공화국’이란 말로 빗대기도 한다. 유력한 집안과의 혼인관계를 통해 자신들만의 성(城)을 더욱 견고히 쌓아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통혼을 통해 부와 권력, 명예의 결정체를 도출해내고 있다는 얘기다. 일요시사에선 이에 재계를 움직이고 있는 재벌가문의 혼맥 실체를 집중 재조명하는 시리즈를 마련했다<편집자 주>.
금호그룹은 대표적 호남 재벌로 꼽힌다. 박인천 창업주가 지난 1946년, 1937년형 5인승 포드 자동차 2대로 전남 광주에서 택시회사로 출발시킨 금호는 58년 동안 재계를 움직이는 그룹으로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금호가문의 특징으로는 영남권의 명문세가 사돈이 많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이 같은 특징은 ‘탈호남’을 추구했던 박인천 창업주 뜻에서 비롯됐다.
박 창업주가 직접 나서 4명의 아들에 대한 며느리 감을 찾기 위해 영남의 명문가를 일일이 찾아다니며 사돈 맺기를 간청했다는 것은 재계의 한 일화로 남아있을 정도다. 이런 혼사 가풍은 박 창업주 사후에도 계속 이뤄지고 있다.
2세…정계·금융계 통혼
1901년 전남 나주출신인 박인천 창업주는 슬하에 5남3녀를 뒀다. 이들은 박 창업주의 노력으로 명문가와 혼인관계를 맺으며 재벌가 혼맥을 구성했다.
실제 혼맥도를 보면 굵직하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는 게 한 전문가의 전언이다. 국내 정상의 삼성·LG그룹과 혼맥을 잇고 있어서다. 게다가 이들 가문이 재계의 혼맥 중심에 서 있어 금호가문도 자연스럽게 재벌가문들과 한 두 다리 건너 사돈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박 창업주의 장남인 성용씨(현 금호그룹 명예회장)는 마거릿 박씨와 혼인관계를 맺었다. 마거릿 박씨는 전 벌링톤 저축은행 부총재였던 알버트 나이트씨의 딸이다.
성용씨는 금호그룹이 무역업에 진출하는데 일조한 인물.
박정희 정권 시절 대통령 비서실 비서관으로 재직했던 그는 1974년 경영일선에 뛰어들며 무역업으로 다각화를 시도했고 국내 10위권의 재벌로 성장하는데 지대한 역할을 했다.
차남인 정구씨(전 금호그룹 회장·2002년 작고)의 장인은 경북 안동 출신으로 4선의 관록을 자랑한 김익기 전 국회의원이다. 김형일씨가 김 의원의 딸로 정구씨와는 9살 터울이다. 형일씨는 박 창업주가 손수 영남권을 돌며 찾은 며느리다.
이를 따라가면 해태그룹과 연결된다. 김 의원과 박병규 전 해태그룹 창업주와 사돈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또 해태가문은 민병권 전 교통장관과도 사돈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3남 삼구씨(현 금호그룹 회장)는 5살 차이인 이경렬씨와 결혼했다. 이씨의 부친은 재무장관과 한국은행·산업은행 총재를 지낸 부산 출신의 이정환씨다. 이 장관은 정종만 전 동양증권 사장 집안으로 딸을 출가, 사돈지간이 됐으며 정 사장은 또 정인환 전 동양화재 사장 집안에서 며느리를 받아들여 겹사돈을 형성하고 있다.
4남인 찬구씨(현 금호석유화학 부회장)는 마산 출신인 위창남 전 경남투금 사장의 딸 위진영씨와 혼례를 올렸다. 위 사장 역시 영남권에선 명문가로 일컬어졌던 집안. 이 또한 박 창업주의 발로 뛴 노력의 산실이다. 한편 막내아들인 종구씨는 동갑내기인 이계옥씨와 결혼했다.
박 창업주의 딸들 역시 명문을 자랑하는 화려한 집안으로 대부분 출가했다. 장녀 경애씨는 경상도 출신 배태성 전 제헌의원 집안으로 시집을 갔다. 배영환씨가 바로 경애씨의 남편이다. 둘째 딸인 강자씨는 사업가 집안으로 출가했다. 남편강대균씨는 사업가인 강윤수씨 아들이다.
3세…중심에 다가서는 통혼
하지만 무엇보다 금호그룹이 재벌가문과 공식적 물꼬를 튼 것은 셋째 딸인 현주씨의 결혼에 있다. 현주씨의 남편은 전북의 재벌기업 미원그룹(현 대상그룹) 창업자인 임대홍씨의 장남 창욱씨(현 대상그룹 명예회장)다. 이 결혼은 당시 전남 재벌과 전북 재벌의 통혼으로 또 하나의 화제를 불러일으켰을 정도다.
현주씨의 결혼은 또한 삼성가문과 간접적 사돈관계를 맺는 가교역할을 해 또 한번 화제가 됐다. 지난 1998년 6월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와 결혼한 대상그룹 임세령씨가 바로 현주씨의 장녀다. 때문에 현주씨는 이 상무의 장모가 되며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는 사돈이 된다. 이들의 결혼은 금호가문과 삼성가문이 간접 사돈관계를 양산했다.
이를 따라 가면 현대가문과도 다리 건너 사돈관계가 된다. 이건희 삼성 회장의 장인이 홍진기 전 내무장관이고, 홍 전 장관과 노신영 전 국무총리가 사돈지간이다. 또 노 전 총리와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과는 사돈을 형성하고 있다. 현대가문과는 직접적 성혼은 없었지만 혼맥을 따라가면 간접적으로 연을 맺고 있는 셈이다.
뿐만 아니다. 금호가문 3세들은 LG가문과 대우가문과도 혼맥을 만들며 재계 혼맥의 본산에 더욱 다가섰다. 특히 재계 혼맥의 본산인 LG가문과의 통혼은 금호가문의 혼맥을 한층 더 두텁게 만들었다.
금호가문이 대우가문과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1994년의 일이다. 박 창업주의 손녀이자 박정구씨의 장녀인 은영씨가 1994년 9월9일,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차남 선협씨와 혼례를 올렸다.
은영씨와 선협씨의 만남은 미보스톤대 한국 유학생모임에서 이뤄졌고 오랜 연애 기간을 거쳐 결혼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혼사는 대우-금호-미원-해태 등 4개 재벌과 정·관계의 관계자들이 혼맥으로 얽히게 된 계기가 됐다.
박 창업주의 3녀인 현주씨가 미원그룹으로 출가하면서 미원을 매제그룹으로 맞았고, 차남인 정구씨가 해태그룹과 사돈지간인 김익기 전 국회의원을 장인으로 삼아 해태와도 연줄이 닿아 있기 때문이다.
LG와의 혼맥 형성으로 재계 혼맥 중심에 우뚝
금호가문은 지난 2000년 LG가문과 사돈지간이 됐다. 당시 재계 8위였던 금호그룹이 재계 혼맥의 본산으로 불리는 LG가문과 혼맥을 형성한 것은 세간의 이목을 총 집중시켰다. 이들 가문의 사돈관계는 박정구씨가 10월2일 구자훈 LG화재 회장의 3녀 문정씨를 큰며느리도 받아들이면서 이뤄졌다. 장남 재영씨와의 혼사가 그것이다.
구 회장은 창업주인 고 구인회씨의 동생인 철회씨의 3남이며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과는 사촌지간이다. 또 LG화재는 계열분리가 됐지만 구씨·허씨로 대표되는 LG가문의 본류에 해당한다. 금호가문은 이 결혼을 계기로 삼성·현대·한진·두산·대림·한일 등 국내 굴지의 재벌과 사돈 사이인 LG가문을 사돈관계를 맺음으로써 중심에 다가섰다.
이 결혼으로 인한 혼맥을 거슬러 올라가면 효성그룹을 거쳐 동방유량까지 연결되고 있다. 또 벽산그룹을 거쳐 박정희 전 대통령과도 연결고리를 갖고 있다. 구 대표의 누님인 위숙씨가 경남 진양의 대지주 허만정씨 집안에 며느리로 들어간 것이 매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허씨가문은 고 조홍제 효성그룹 창업주의 장녀 명숙씨를 며느리로 맞았고, 효성그룹과 송인상 전 재무장관과는 사돈지간이다. 아울러 송 전 장관과 신덕균 동방유량 명예회장과도 사돈관계다.
박 전 대통령과의 다리 건너 사돈관계에 놓인 것은 허씨가문이 김인득 벽산그룹 명예회장과 사돈지간이기 때문이다. 김 회장과 박 전 대통령과도 사돈관계에 있으므로 자연히 금호가문과 박 전 대통령과는 다리 건너 사돈지간이 되는 셈이다.
뿐만 아니다. 구 대표 집안이 두산그룹을 거쳐 노태우 전 대통령까지 연결됨으로써 이들 가문과 간접적 다리 건너 사돈이 된다. 구 대표의 넷째 누님인 선희씨는 박우병 전 두산산업 사장 집의 며느리다. 이를 따라가면 강성진 전 증권협회 회장과 김복동 전 국회의원과 사돈관계가 형성되고 김 전 의원과 노 전 대통령과도 사돈지간이다.
한국철강-일진과도 한가족
금호가문은 또 한국철강·일진 가문과도 직접적인 혼맥을 형성하고 있다. 박정구씨의 둘째딸인 은경씨가 장상돈 한국철강 회장의 차남인 세홍씨와 결혼함으로써 장 회장의 둘째 며느리가 됐다.
일진가문과는 지난 2001년에 이뤄졌다. 박정구씨의 3녀 은혜씨가 허진규 일진그룹 회장의 차남인 재명씨와 혼례를 올렸다. 이들 부부는 미국 유학 중 만나 교제를 시작, 결혼까지 이뤄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가문은 이처럼 박 창업주의 노력 때문인지 혼맥이 화려하기 그지없다. 삼성과 LG가문은 물론 대우·대상·일진 등 내노라 하는 명문가문과도 통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건용 기자sgy@ilyosisa.co.kr” target=_blank>sgy@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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